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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몇 시인데 닭이 울지?

알을 낳았나 봐요. 아님 식사시간이라고?

by 바다의별 Oct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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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12시 정도를 가리키는데 윗집 닭들이 울어재낍니다.

돌림노래라도 하는 듯이 '꼬끼오. 꼬끼오' 연신 소리를 내는군요.


남편이랑 아침 운동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딱 한 시간이 걸립니다.

중간지점쯤 되면 하얀 닭들이 이젠 우리가 익숙하다는 듯 무심하게 바닥을 헤집습니다.

아침식사 중이겠지요.


어렸을 적 날개를 퍼득이며 쫓아오던 벼슬이 유난스레 커다랗던 수탉이 생각나서 제가 움거리지만, 그들은 식사 중이라 그런지 게의치않고  땅파기에 집중하는 듯합니다.


위집 닭들은 '꼬끼오' 소리가 신호였는지 암탉 여러 마리를 거느린 수탉을 선두로 슬슬 우리 집 마당으로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한때는 그리 애지중지하는 배추를 뜯어먹어 버리는 바람에 남편의 불호령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론 남편의 소리에는 후다닥 도망을 가지만, 얘네들도 나 정도는 괜찮아 보이는 건지 어슬렁어슬렁 단체로 꽃밭을 향합니다. 그들만의 길이 있답니다.

오늘도 돌길을 따라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걸까요?


작년 이맘때쯤 다음 해 여름을 장식할 꽃씨들을 뿌려놓았습니다. 이제 겨우 새싹이 나서 매일매일 관리받고 있던 얘들을, 요 녀석들이 식사거리를 찾아 헤집어 놓는 바람에 엉망을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노발대발한 제가 소리를 질러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 다 하던 요 녀석들입니다.


이 후로 귀한 꽃(나의 기준에서)들은 다른 장소로 이사시켰답니다.

 녀석들의 식사장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한바탕 식사시간이 끝나면  굳이 호미질을 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바닥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요 녀석들은 가을에만 내려옵니다. 윗집주인장께서 이때만 얘네들의 집문을 열어두시기 때문인가 쉽네요.


오늘도 식사가 끝나고 다시 수탉을 선두로 어슬렁어슬렁 본인들의 영역으로 향합니다.


뭐 그리 한 끼 식사로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 듯하군요.


마당 앞에 큰 은행나무가 이제 제법 노란빛이 들기 시작합니다. 국화향도 가을바람을 타고 다가오네요.


이제 트렌치코트를 꺼내야 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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