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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15. 2024

진짜 친구.

감사편지  열여섯 번째.  글로 나누는 우정도 있단다.

이른 아침이면 시 한 편과 함께 안부 톡이 옵니다.

오늘은 아래 시와 함께 가벼운 안부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  지금은 쉴 때입니다.   

    . 정용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도
소리만 들릴 뿐 마음에 감동이 흐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방글방글 웃고 있는 아기를 보고도
마음이 밝아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식구들 얼굴을 마주 보고도
살짝 웃어 주지 못한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문을 비추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바쁘다˝는 말만 하고 끊었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기 위해 한번 더 뒤돌아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너: 비가 와. 그래서 좋아.
나: 그래 비가 와서 쉬어야 할 때인가 보다.
너: 지짐이 한 장 부쳐놓고 차 한잔 챙겨서 창가에 자리피고 앉아.


이인 동생이지만,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직장동료였고, 같은 교회를 섬겼던 30년 지기 친구입니다.

인천이란 낯선 곳에서 유아교육생으로 만나 같이 점심을 먹고, 같이 차를 마시고, 같이 직장을 알아보고, 같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며칠 전 여행길에서 둘째가 그랬지요.


"엄마가 친구가 있어?"

"그럼 많지?"

"그런데 왜 자주 안 만나?"


아빠 닮아 친구들과의 '술 한잔' 만남에 진심인 둘째다 보니 저의 친구관계가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입니다.


나보다 더 언니 같았던 이인 멋진 남자와 결혼을 하고 깨를 볶던 신혼시절에 제가 구미로 이사를 오면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엄마친구 누구?" 그러면 이이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합니다.

친구라는 사전적 의미까지 이야기하며 저와 다른 견해를 보이는 둘째도,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엄마에겐 찐친이었다고 수긍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 이 맘 때 적어두었던 편지 오늘 마음으로 보냅니다.





혜ㅇ야~~
너의 이름만으로도 난 늘 따스함이 느껴진단다.
아침마다 카톡으로 전해주는 짤막한 안부와 감성 가득한 시들로 우린 참 오래된 우정을 나누는구나.


너와의 대면은 25년이 훌쩍 지났는데 글 하나로 이렇게 늘 소통되는 건 참 기적 같은 거야.

하나님의 자녀로서 누리는 행복인 걸까?

늘 멋진 삶이라 말해주는 너의 응원에 난 오늘도 나의 삶이 멋지다고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그러더라.
글 쓰는 사람들은 표현력이 대단하다나?.
ㅎ 갬성이 풍부해서 그렇다고 그랬어.

지금은 아침햇살에 이슬이 사라져 가는 시간이야.
오랜만에 마당 사진을 찍었어.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물들었구나.

늘 3월이 되면,

붉은 마당이 될 때 다시 열정을 회복하겠노라 말했었는데 올해는 보라색으로 하나씩 꽃을 피우네.

그래서 미리 열정을 회복했지.
나의 60대는 다를 거라고 손나팔하며 말했던 것처럼 청소년을 위한 일들을 시작했어.
역시나 '돈 안 되는 일에는 엄청 열심이다'는 울 아들 말처럼 하루에 4교시씩 연강을 하는 에너자이저로 다시 복귀했단다.

혜ㅇ야!
백수인데 너무 바빠.
이젠 봄돔김치겉절이. 열무얼갈이김치. 상추무침. 봄나물무침. 두릅 전. 뭐 등등 이런 건 그냥 뚝딱 해내는 수준이야.
그러고 보니 거의 네 집 살림하네.
아니 다섯 집인가? ㅋㅋㅋ

어젠 자그마치 다섯 시간에 걸쳐 치마하나를 만들었어.
가슴 부분 꽉 끼는 원피스 싹둑 잘라, 한 땀 한 땀 박음질로 명품치마 만들었지.
학창 시절 추억도 한 땀 한 땀 기억하면서...
나의 원래 전공은 가정학과잖아. ㅎ
30년 동안 잊었던 전공, 제대로 살리며 사는 나의 60대의 시작이야.


혜ㅇ야.

때 맞추어 전해져 오는 너의 시 한 편을 나는 또 누군가에게 전해본다.
내가 감동받는 것처럼 그들도 감동받기를.
살아낼 비타민으로 투여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너의 말처럼 무조건 행복하기.
너의 맘이 평강으로 충만하길 기도할게.
사랑해!!


2023년 4월 15일 구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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