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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May 18. 2024

304호실.

감사편지 열아홉 번째. 핫핑크 같은..


우리의 방은 304호입니다.

가장 막내 같았던 왕언니.

성격상 304호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너무 잘 어울렸던 둘째 언니.

그리고 한 살 더 많은 두 언니, 알고 보니 제가 또 막내.

다들 젊어 보여서 제가  맏이인 줄 착각하며 이렇게 5명이 방원이 되었습니다.


찬양선교차  울릉도로 떠나기 얼마 전까지도 1박 2일 여행이라  가족에게 말했습니다.

단톡에 올라온 일정표를 보고서야


'어라. 3박 4일이네'


'그냥 무조건 가는 거지.'


그랬나 봅니다.

여행가방에 드라이어 넣어오시는 분 이해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가장 먼저 챙겼습니다.


행사에는 풀메이컵 장착해야 하는 저의 프로정신과 딱 맞는 단체의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세련된 카키꽃이 달린 빨간 드레스에 진주펄 은색구두를 신는데  머리가 엉망이면 안될 거 같아서입니다.

 

304호실에 모인 방원들은, 방장님의 대용량 케리어에 담긴 이틀 동안 우리의 패션을 책임질 의상들을 보고 말았습니다. 헉!


"지금부터 제가 코디하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아님 방에서 퇴출입니다."


그리고 줄줄이 나오는 참으로 촌스러운(? 요건 저의 관점) 의상, 의상들.


오늘의상코드는 [촌스러움]으로 정했습니다.

그래 콘셉트이라면 이 정도는 입어주어야지. 장미꽃 화려한 재킷(제 돈 주고 평생에 절대 사 입지 않을 색상)을 걸치니 청바지까지 색상 맞추어 코디해 주십니다.


쨍한 우리의 패션만큼이나 햇살도 쨍합니다.

힙한 우리의 촌시러운 코디

이런! 그런데 너무 잘 어울립니다.

원색의 강렬함만큼 우리들의 웃음소리도 원색적입니다.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깔깔거림은 아마 전염이 되나 봅니다.

멈추질 않습니다.


저녁공연시간 목이 갈라지게 피곤했지만 정해진 상. 빨간 드레스는 피곤함 정도는 그냥 싹 가려줄 만큼 강렬합니다.

빨간 립스팁은 기본으로 추가해 줍니다.

당연히 성공적 공연입니다.


빨간 드레스만큼 열정적인 찬양

밤이 늦었지만 다음날 입을 의상을 고민합니다.

저는 엘레강스한 원피스에 상상초월하는 핫핑크 카디건으로 결정지어집니다.

거부권은 처음부터 부여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코.

다음날 아침 [풍랑주의보]입니다.

이 엘레강스한 원피스는 어쩌지.

선택의 여지는 없고, 간절한 눈빛으로 챙겨간 방수점퍼하나 추가하는 걸로 코디 낙찰입니다.


오~~

그런데 요 핫핑크가 비바람에도 핫합니다.

쏟아지는 비바람에 기분이 다운될 틈새가 없습니다.

원래 저의 몸상태는 요런 날씨엔 그냥 드러누워야 합니다.


핫핑크.


60년 만에 처음 입어본 색상입니다.

이제부터 핫핑크색상을 사랑하도록 해 볼 생각입니다.

고래 입속에서도 웃게 만드는 핫 핑크



김*숙 방장님.


CTS구미 권사합창단 신입단원으로 작년 처음 만났습니다.

늦은 가을 첫 야유회 식사시간 때 회집에서 같이 식사를 했었지요.

참 친근하게 다가오셨어요.

그땐 제가 저를 꽁꽁 감추던 시기였고,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셔서 먼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챙겨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방장님!


레이스 달린 러닝.

그냥 뒷모습이 예뻐서 "너무 예뻐요" 그랬는데

바로 벗어주셨지요. 바로 입어보라고  

그리고 전 또 입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 눈앞에 있습니다.


방장님이 권해주셨던 [핫 핑크 카디건] 사실 입기가 쉽지는 않은 색상이었습니다.

진주단추까지 달려있었으니. ㅎ


그러나 입고 보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만드실 때 핫핑크 같기를 원하셨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비타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하나님께 투정 부린 꽤 긴 시간이 있었지만 방장님을 통해 저의 색깔은 핫핑크라는 걸 알았습니다.


방장님!

혹 슬퍼지거나

혹 제가 작아졌다고 느껴질 때 이 핫핑크카디건을 기억해 내겠습니다.


핫 하게 터져 나오던 304호실의 웃음소리를 추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장님의 섬김을 가슴에 품고 있겠습니다.

어쩌면 이 섬김은 방장님에게 사랑을 부어주셨던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발버둥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듭니다. 방장님의 섬김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은 그 빈틈을 조금이나마 메워드리고 싶었습니다.


방장님의 모든 제안을 깔깔거림으로 받아주신 세분의 언니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저의 색깔 핫핑크를 찾게 도와주셨거든요.


그리고 오랜 저의 결핍.

남자들 구덩이 속에서만 살아와서 늘 궁금했던 자매들만이 누리는 삶을 맛보게 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언니'라는 이 어색한 단어를 참 많이도 불러볼 기회를 허락한 언니들


사랑합니다!!!


2024년 5월 18일 304호 막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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