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이쪽으로 온다!”
마른개가 누렁아저씨에게 말해요. 벽과 철장 사이에 끼어있던 누렁아저씨는 더욱 깊숙이 몸을 숨깁니다.
‘안 되겠어. 이러다간 붙잡히고 말 거야.’
“조용히 안 해 이 놈들아!”
인간이 쇠막대로 계속해서 철장들을 치며 이쪽으로 다가와요. 그때 마른개가 인간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치니까 더 무서워서 소리를 치는 거라고 이 멍청한 놈아!”
“뭐 하는 거야!”
“가만있어봐.”
당황한 누렁아저씨에게 마른개가 더 깊숙이 숨으라는 손짓을 하며 외칩니다.
“여기다 이놈아!!! 그래 이쪽이야!!”
인간이 마른 개를 향해 쇠막대를 흔들며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저 망할 인간이 나에게 집중할 때 그때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 절대 붙잡히면 안 돼!”
누렁아빠가 대답하려는데 어느덧 인간의 몸이 불쑥 철장 앞으로 다가옵니다.
“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 이것 보소. 얘가 왜 이래?”
마른 개가 계속해서 짖어댑니다. 인간은 그럴수록 철장을 더욱 세 개 때려요. 마른개가 소리칩니다.
“지금이야!!!!!”
누렁아빠가 재빨리 구석에서 나와 전속력으로 달려 나갑니다. 하지만 어느덧 물에 완전히 젖어버린 와플바퀴는 흐물흐물 해져 더 이상 굴러가지 않아요. 그때 와플 바퀴 한쪽이 폭삭 주저앉고 맙니다.
‘아, 안 돼!!’
“어, 저 녀석은 또 뭐야?”
인간이 잡고 있던 철장을 놓고 누렁아빠에게 가려고 하자 갑자기 마른개가 인간의 손을 물어버립니다.
“으악!!!!!! 너 이 새끼!!!!”
화가 난 인간이 철장을 홱 열어 마른 개를 잡아끌어요! 마른 개도 지지 않고 인간의 팔을 다시 한번 물곤 이번에는 놔주지 않습니다.
“으악!!!!!”
누렁아저씨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끝까지 인간을 물고 있는 마른개를 보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문 쪽을 향해 걸어 나갑니다. 그때 문쪽에서 포레와 고양이가 달려옵니다.
“아저씨!!”
“포레야!”
“아저씨, 어떻게 된 거예요? 너무 안 나오시길래...”
“깨갱!”
그때 마른개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신히 마른 개에게서 벗어난 인간이 마른개를 거칠게 철장 밖으로 잡아끌고 있어요. 인간은 마른개에게 정신이 팔려 포레와 고양이는 발견하지 못한 듯합니다.
“아저씨! 저 개는....!”
“이미 늦었다. 우리라도 어서 여길 빠져나가자꾸나.”
고양이와 포레가 아저씨를 도와 무사히 철장이 가득한 컨테이너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모두가 밖으로 도망간 걸 확인한 마른개는 더 이상 인간에게 반항하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반항 할 힘도 남아있지 않아요.
“삐쩍 말라 먹을래도 쓸데가 없는 놈 같으니. 감히 날 물어?”
인간은 다행히 마른 개에게 정신이 팔려 누렁아저씨는 잊은 듯합니다. 거칠게 마른개의 뒷목을 잡고 컨테이너를 나온 인간은 씩씩 대며 도살장으로 마른 개를 끌고 갑니다. 질질 끌려가는 마른 개를 누렁아저씨와 포레가 대문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아저씨, 저 개가 아저씨를 도와준 건가요?”
“그래, 저 개가 아니었다면 지금 쯤 인간에게 잡혀 있는 건 저 개가 아니라 나였을 거다..”
그때 다 포기한 듯 질질 끌려가던 마른개가 대문 앞의 누렁아저씨를 발견하곤 활짝 웃어 보입니다.
“허허, 오늘이 내 생일인가 봐 그래..”
마른 개의 알 수 없는 말에 포레가 이해해 보려 고개를 갸웃댑니다.
“그래, 오늘이 자네 생일인가 보네.”
“꼭 가족을 찾아...”
“고맙네..”
누렁아빠도 마른 개를 보며 힘껏 웃어줍니다. 자꾸만 쳐지려는 입 꼬리를 꾸역꾸역 한껏 위로 올려 보여요. 마른개가 기억할 마지막 모습일 테니까요. 아저씨는 마른 개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마른 개의 모습이 마침내 컨테이너 뒤편으로 사라지자 누렁아저씨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고생 많았네 그동안...”
다시 담벼락 위로 올라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고양이도 포레처럼 마른 개의 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생일이라 말하는 마른 개의 말을 이해할 것도 같아요.
‘내 생일은 언제 오려나..’
(+ 희망님은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주인 없이 떠돌다 죽음을 앞둔 동물들만을 구할 수 있는데, 개농장의 개들은 주인있기 때문에 섣불리 구할 수 없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