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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닮은 인간

제10화

by 모리박

그사이 지구에 도착한 달쿠미와 고래밥은 포레와 누렁아저씨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있어요.


“킁킁... 아무래도 이쪽으로 간 것 같은데?”

“확실해 달쿠미? 괜히 허탕 칠 시간이 없다구.”

“응, 포레 냄새가 확실해! 이쪽이야!”


냄새를 따라 도착한 곳은 조금 전 포레와 누렁아빠가 도망쳤던 수산물 시장입니다.


“에? 여기로 왔다고? 어째서??”


고래밥이 여기저기서 물고기를 잡아대는 인간들을 보며 기겁하며 묻습니다.


“모르겠어! 그런데 냄새가 여기서 끊기는 것 같아... 너무 비린내가 심해서 내가 못 맡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 참,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고래가 제 발로 수산물 시장에 들어가는 거 봤어?”


그렇지만 고래밥은 과자잖아-라고 말하려던 달쿠미가 고래밥을 보더니 입을 꾹 닫습니다. 고래밥은 진심으로 무서워하는 표정이에요.


그때입니다! 달쿠미 앞에 어디선가 많이 본 신발 두 짝이 나타납니다.


행성1 6.jpg


“하! 이거 뭐야, 너 527 아니냐?”


장을 다 보고 나오던 전 주인이 양손 가득 비닐에 담긴 죽은 생선을 잠시 내려놓고 달쿠미에게 손을 뻗습니다. 달쿠미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어요. 고래밥은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 이리저리 포레와 아저씨를 찾아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요놈 이거 웬걸 제 발로 나타났데? 너 526은 어디다 두고 혼자냐? 이 희한한 식빵 같은 건 뭐고? 됐고, 너라도 다시 데려가야겠다. 가자!”


달쿠미를 한 손으로 번쩍 안아 든 전주인은 짐을 다시 들고는 자리를 떠납니다. 달쿠미는 너무 무섭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고... 고래밥....’


그제야 달쿠미가 발버둥 쳐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가만있어!”


인간이 달쿠미를 잡고 마구 흔들어댑니다.


“가만있으란 말이야!”


여전히 허공에서 두리번대는 고래밥을 보며 달쿠미는 주인의 손에 들린 채 멀어집니다. 뒤늦게서야 높은 허공에서 내려온 고래밥은 달쿠미가 보이지 않자 당황해요.


“달쿠미! 얘가 어딜 간 거야? 달쿠미!!”


그때 스티로폼 안에 들어있던 장어 한 마리가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더니 고래밥에게 말해요.


“저기 저쪽으로 갔어.”

“뭐?”

“아까 너랑 있던 강아지 말이야. 인간한테 잡혀서 저기로 갔다고.”

“뭐!!!”


장어는 에고- 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요.


“잠깐, 잠깐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장어에게 고래밥이 물어요.


“뭐지?”

“그 인간 혹시 어떻게 생겼어?”

“음.. 키는 저기 저 복어를 잡고 있는 저 인간만 하고 생긴 건 꼭 저 복어를 닮았던데. 근데 피부색이 꼭 새파랗게 질린 게 어휴.. 인간들 중에서도 그런 무서운 얼굴은 처음이었네.”


고래밥이 놀라 배를 뒤집어 보입니다.


“그 인간이구만!!!!”

“누구 말이지?”

“있어. 아주 악한 인간이야.”

“무슨 소리야, 악하지 않은 인간도 있어?”

“그럼 당연하지. 착한 인간도 많아!”

“무슨 소리, 내가 살면서 본 인간은 딱 두 부류인데 모두 나빴어. 우릴 바다에서 끌어낸 못된 인간이랑 우리 피부를 산채로 벗겨내는 칼을 든 저 인간들이지. 어떤 인간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글쎄 우리 같은 생선류는 통증을 느낄 줄 모르니까 그냥 산채로 벗겨내도 된다는 거야. 근데 그건 사실이 아냐, 우리도 통증을 느끼거든.”

“알아 나도. 보면 몰라? 나도 생선류라고.”


장어가 고래밥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합니다. 바다에서는 한번 도 본 적 없는 난생처음 보는 생선이에요.


“뭐 어쨌건 난 이제 희망이 없어. 곧 저 무시무시한 칼이 있는 곳에 뉘어져 최후를 맞이할 거야. 얼마나 아플지 모르겠지만, 저기서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몸부림을 보니 꽤나 아플 모양이야. 그나저나 너 친구 찾으러 안 가냐?”

“아! 너 때문에 정신이 팔렸어!”

“그렇다면 미안하군. 잘 가.”


장어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요. 고래밥은 어찌해야 할지 모릅니다. 일단 장어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보기로 해요.


달쿠미는 여전히 인간의 손에 잡혀있습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고래밥!!!”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달쿠미가 소리치며 격하게 반항하자 인간이 그만 들고 있던 비닐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검은 비닐 안에서 죽은 생선들이 쏟아져 나와요.


“거 참 정말 성가시게 하네!!”


생선을 집기 위해 인간이 잠시 손에 쥐고 있던 힘을 풀자 달쿠미가 필사적으로 인간의 팔을 벗어납니다..


“이거 놔, 이 나쁜 놈아!!!!”

“어!! 어!!!!”


바닥에 착지한 달쿠미가 뒤돌아보지 않고 다시 왔던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멀리 달려왔다 생각하곤 속도를 조금 줄이려는데,


슝-!!!


엇, 뭔가 지나갔습니다.


“고래밥!!!”


고래밥이 소리를 듣고 돌아봅니다.


“달쿠미!!”


저 멀리 뒤에서 인간이 뒤따라오고 있어요.


“527!! 거기 안서!!”


정말 끈질긴 인간입니다. 달쿠미가 눈을 부라리며 고래밥에게 말합니다.


“어서 이쪽으로!!!”


달쿠미는 귀가 빠져라, 고래밥은 가루가 날려라 전속력으로 인간을 피해 도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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