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아내와 자식들을 찾는다고?”
포레와 고양이, 그리고 누렁아저씨는 마른 개가 알려준 호 어쩌고 하는 곳에 도착했어요. 가족을 찾는다는 누렁아저씨의 질문에 짧은 줄에 묶여있는 누더기 털을 한 개가 심드렁하게 답합니다.
“여긴 가족은 없어. 모두 혼자 떠돌다 여기로 흘러들어온 개들 뿐이야.”
안 그래도 지쳐있던 누렁아저씨의 뒷모습이 더욱 축 쳐집니다.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고양이가 포레에게 말해요.
“저래서 가족을 찾을 수 있겠어? 이런 식으론 불가능해. 일일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가족의 행방을 묻는 방법으론 죽을 때까지 해도 어림도 없을 거라고. 이런 곳이 얼마나 많은데..”
포레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고양이 말이 맞는 것 같거든요.
“아, 그런데 말이야-”
누더기 개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누렁아저씨에게 말합니다.
“가족을 찾으러 떠난 개는 있었어. 저 쪽에 묶여있었는데 얼마 전에 도망갔지.”
누더기개가 앞쪽에 다 무너져가는 텅 빈 낡은 개집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원래 가족이 있었는데 잃어버렸다더라고. 그쪽이 찾는 개가 그 개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생기긴 했거든.”
“나랑 말인가?”
“그래, 그 요상한 바퀴 같은 걸 달고 있진 않았지만 분명히 같은 종에 같은 색을 하고 있었지. 아니, 그러고 보니 혹시 그쪽이 정말 그 도망친 개의 가족일 수도 있는 건가?!”
누더기 개가 처음으로 두 눈을 완전히 떠 보이며 말합니다. 누렁아저씨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요.
“그래서, 그 개가 또 뭐라고 하던가?”
“그게 다야. 겨우 물어봐서 얘기 몇 마디 하고는 입을 꾹 닫아버리더라고. 그러다 어느 날은 계속 목줄을 잘근잘근 씹어대더니 밤중에 유유히 이곳을 떠났어. 얼마 안 됐을 거야. 여직 그 친구 냄새가 남아있는 걸 보니.”
누렁아저씨가 빈 집 앞으로 달려가 잘린 채로 놓여있는 목줄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봅니다.
“어, 누렁아저씨가 뭔가 단서를 찾았나 본데?”
들떠 말하는 포레에게 기지개를 쭉 켜던 고양이가 다가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합니다.
“그럴 리가. 만약에 누렁아저씨네 가족을 누군가 알고 있다고 하면, 내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바닥을 뒹굴겠어. 다 헛수고라니까? 가족은 못 찾아.”
고양이의 확신에 찬 말투에도 포레는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렁아저씨는 계속해서 냄새를 맡고 또 맡아요. 기다리다 못한 누더기 개가 아저씨에게 묻습니다.
“어때, 아들이 맞는 것 같아?
“잘 모르겠네. 이곳 악취가 너무 심해 온갖 냄새가 뒤섞여 날 뿐이야.”
“하긴, 그 목줄만 해도 벌써 몇 마리의 개들을 거쳐갔던 목줄이니 그럴 수밖에.”
누더기 개의 말에 아저씨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됩니다. 대체 이곳은 왜 이리 악취가 진동을 하는 걸까요?
“네 주인은 대체 이렇게 많은 개들을 키우면서 왜 관리는 하지 않는 거지? 이 근처의 도살장과는 영 달라 보이는데, 악취는 이곳이 더 심한 것 같아.”
누더기 개가 조금 피곤한 듯 엎드려 말합니다.
“난들 아나. 주인은 어디서 떠도는 개들만 계속 데려다 놓기만 하지 밥도 세 밤에 한번 가득 주고는 도통 얼굴도 보기 힘들다니까. 집에서 살다 여기 온 애들은 적응 못하고 금방 병들어 죽곤 하지.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밥을 주고 갔으니 밤이 두 번 더 지나야 또 새 밥을 먹을 수 있겠군... 에고- 난 에너지를 아껴야 해서 그만 말해야겠어.”
“아, 그래... 고맙네.”
그러고 보니 누더기 개 말고는 다른 개들은 모두 기운 없이 줄에 묶여 누워있거나 잠들어있어요. 누렁아저씨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저기, 내가 모두를 구할 순 없지만 그래도 도움을 얻었으니 자네를 이곳에 두고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나와 같이 가겠나?”
누렁아저씨의 말에 누더기 개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어요. 그러나 이내 다시 고개를 땅에 파묻습니다.
“아니, 나는 이곳이 편해. 나도 한때는 길에서 떠돌았고, 못된 인간들도 만나보았지. 비록 줄에 묶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긴 바깥세상보단 안전하다고. 난 여기서 끝을 맞이할 거야.”
누렁아저씨가 조금 착잡한 표정으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뒤돌아 떠납니다. 떠나는 아저씨를 보며 누더기개가 말해요.
“그 개가 꼭 아들이면 좋겠네.”
누렁 아저씨가 한쪽만 남은 와플바퀴를 겨우 이끌고 포레와 고양이에게 돌아와 말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것 같다.”
포레와 고양이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