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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떨어진 새

제13화

by 모리박

“헉.. 헉.. 고래밥... 이제 못 달리겠어.”


달쿠미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숨을 헐떡입니다. 달쿠미의 말에 고래밥이 뒤돌아 거리를 살펴요.


“인간은 달리다 지쳤나 봐. 보이지 않아.”

“휴..”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달쿠미가 그제야 편히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미안해 고래밥. 내가 주인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괜찮아, 그 멍청한 인간 때문에 생긴 일이니 네가 미안해할 건 아니지. 그나저나 냄새로 포레와 누렁이아빠를 찾는 건 포기해야겠는걸? 벌써 시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왔어.”


그러고 보니 정신없이 달려와 어딘지 모를 곳에 다다르고 말았어요. 이러다 정말 포레와 아저씨를 찾지 못하면 어쩌죠? 그때 갑자기 달쿠미가 화들짝 놀라 소리칩니다.


“악!”

“왜 왜! 뭔데! 왜 그래!!”


놀란 고래밥이 다시 도망갈 준비를 하는데 달쿠미가 한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말합니다.


“내 머리 위로 뭔가 떨어졌어!”


고래밥이 달쿠미의 머리를 살핍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진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러기엔 내 머리 위엔 하늘밖에 없는데?”

“그건 그렇지... 엇, 잠시만!”


달쿠미의 머리 위에서 뱅뱅 돌며 떨어진 것의 정체를 찾던 고래밥이 달쿠미의 뒤통수와 식빵 사이에 낀 작고 파란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저게 뭐지?”


고래밥이 식빵 안쪽으로 다가갑니다.


행성1 7.jpg


“뭐.. 뭔데? 뭔데 고래밥!”


겁에 잔뜩 질린 달쿠미가 고래밥을 재촉해요.


“오잉?! 새잖아?”

“뭐라고, 고래밥?”

“새라고!”

“뭐?”

“파란색 새가 식빵 사이에 껴있어! 죽은 것 같진 않고 쓰러진 것 같은데..”

“새, 새가 내 뒤통수에 껴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이봐, 새 양반. 눈을 떠봐.”


놀라 자지러질 것 같은 표정을 한 채로 굳어있는 달쿠미를 뒤로하고 고래밥이 새를 깨워보려 하지만 새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식빵 사이에 껴있습니다.


“기절한 것 같은데?”

“기절한 게 확실해? 으엉, 내 뒤통수에 기절한 새가 있다니, 내가 기절하겠어!”

“아이 참, 뭐 그리 무서운 일이라고. 걱정 마, 숨을 쉬는 걸 보니 죽은 건 아니야. 아니 하늘에서 뚝 새가 떨어지다니! 이게 무슨 일이람...”

“그렇지? 원래 이런 일이 막 흔하진 않은 거지?”

“흠... 불길한 징조인가..”


고래밥의 말을 들은 달쿠미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요.


“아, 미안- 혼잣말이었어. 걱정하지 말래도! 누렁아저씨와 포레는 괜찮을 거야.

자, 일단 물이라도 좀 먹여보게 새를 꺼내보자.”

“응..”


달쿠미가 손을 뒤쪽으로 뻗어 새를 꺼내보려 합니다.


“음... 고래밥?”

“왜? 무서워서 그래? 하지만 난 새를 들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고.”

“그게 아니라, 손이 닿지 않아.”


달쿠미가 열심히 손을 뒤로 올려 식빵사이에 낀 새를 꺼내보려 하지만 짧은 팔이 식빵 안까지 들어가기엔 역부족입니다.


“하하, 하하하하하.”


허공에서 손을 휘휘 저어대는 달쿠미의 우스꽝스러운 자세에 고래밥이 소리 내어 웃어버립니다. 달쿠미도 같이 웃어버립니다. 내내 긴장하고 있던 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어요.


“흠, 어쩔 수 없지. 일단 식빵에 두자. 깨어나면 소리를 내겠지. 참, 달쿠미야 꿀통은 잘 갖고 있지?”

“응, 그럼!”

“자, 그럼 이제 다시 포레와 아저씨를 찾으러 가보자. 일단 돌아왔던 쪽으로 다시 가다 보면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미리 앞서가서 그 인간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갈 테니까 조심히 따라와!”

“응!”


둘은 다시 시장 쪽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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