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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흔적 2

제14화

by 모리박

“이쪽으로 갔다는 말이죠?”

“그래.”

“그것도 며칠 전에?”

“그렇다고 하더구나.”


고양이는 답답하다는 듯 물어요.


“아니, 아들인 게 확실한 것도 아니고, 며칠 전에 이쪽으로 갔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가는 건 좀 무모하지 않아요? 그러다 찾았는데 아들이 아니면 어쩌려고요.”


고양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자 포레가 눈치를 줘요. 누렁아저씨가 어그적 걷던 다리를 멈추고 고양이에게 말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정말 내 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니? 지금은 직접 찾아서 확인해 보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


고양이는 여전히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에요. 그런 고양이를 보며 아저씨가 밝게 웃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네게 고맙단 말을 잊었구나. 길을 안내해 준 것도 그렇고 개농장에서도 덕분에 잘 빠져나왔어. 고맙구나 고양이야.”


아저씨의 고맙단 말에 고양이의 표정이 조금 풀립니다.


“그런데 네 이름이 뭐라 그랬지?”

“아직 말씀드린 적 없어요. 제 이름은 츄예요.”

“츄! 귀여운 이름이다! 전 주인이 지어준 거야?”


포레의 질문에 고양이가 살짝 기분이 나쁜 투로 말합니다.


“난 길에서 나고 자라 주인 같은 건 있어본 적 없어. 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간이 지어준 이름이야. 가끔 길에서 만나면 내게 주는 간식 이름이랑 비슷한 거라고.”


고양이의 다소 날 선 말투에 포레는 조금 당황합니다. 츄는 주인 없이 독립적으로 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길에서 혼자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은 걸까요?


“아들을 찾으러 간다면서, 어서 가봐야 하지 않아요?”

“어, 그래. 자, 포레야 얼른 서둘러 가자꾸나. 그런데 츄야 우리랑 계속 같이 다녀도 괜찮은 거냐?”


츄가 잠시 생각하다 말해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 걸 보니 괜찮아요. 게다가 이미 나도 발을 들였으니 아들이 정말 맞는지 확인을 해야겠단 말이죠. 대신 그 개를 찾았는데 아들이 아니면 아저씨 다리에 달린 바퀴를 먹어치워 줄 테니 각오하세요!”


앞서가는 츄를 보며 포레와 누렁아저씨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조금 틱틱대긴 하지만 츄는 착한 고양이예요. 포레는 츄도 함께 희망행성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셋은 인간의 눈을 피해 걷고 또 걸어갑니다. 아들이 남긴 희미한 냄새를 따라 걸어가는 길이 길어질수록 아저씨는 마음이 더욱 급해집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앞으로 걸어 나가던 누렁아저씨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더욱 열심히 냄새를 맡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더 이상 아들의 냄새가 나지 않아요. 고개를 들어 본 눈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트럭한대가 다가옵니다.


“아저씨! 이쪽으로 숨어요! 어서요!”


언덕 아래에 숨은 셋의 눈앞에 트럭이 쌩 하니 지나갑니다. 트럭 위에는 개들이 철장에 갇혀 어디론가 실려 가고 있어요. 아무래도 조금 전 누렁아저씨가 겨우 도망 나온 개 농장 쪽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음냐옹- 저 개들도 붙잡혀가는 모양이에요.”


츄가 멀어져 가는 트럭을 보며 피곤한 말투로 말합니다. 그때 갑자기 포레의 옆에 함께 숨어있던 아저씨가 트럭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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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아저씨! 어디 가세요!!”


놀란 포레와 고양이가 아저씨를 뒤쫓지만 아저씨는 망가진 와플다리를 하고도 미친 듯이 달려 나가요. 트럭은 벌써 저 멀리 앞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바퀴 한쪽으로는 무리였는지, 아저씨가 옆으로 넘어지고 맙니다.


“아이고야!”

“아저씨!!!”


다가온 포레에게 아저씨는 넘어진 채로 급히 트럭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트럭에서 아들 냄새가 났어! 어서 쫓아가야 해!”

“네!?”

“포레야 어서..!!”


그때 아저씨의 말을 들은 츄가 둘을 지나쳐 앞서 달려 나가며 말합니다.


“뭐 해! 어서 쫓아가자!!”


츄가 트럭을 따라 전속력으로 달리고 포레도 아저씨를 부축해 서둘러 달려갑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트럭이 드디어 속도를 줄이고 오른쪽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조금 전 누렁아저씨가 잡힐 뻔한 그 개 농장이에요.


먼저 달려와 있던 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가오는 포레에게 말해요.


“쉿, 인간이 차에서 내리고 있어.”


셋은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기고 안을 바라봅니다. 도살 작업을 하던 주인이 안에서 나와 트럭주인을 맞이합니다. 주인과 트럭기사는 부부인 것 같아요.


“어이고, 많이도 데려왔네?”

“그럼. 곧 복날이잖아. 어때 다 쓸 만해 보이지?”


주인이 트럭을 둘러봅니다.


“얘는 못쓰겠는데? 제값도 못 받을걸 뭣 하러 데려와 귀찮게.”


주인이 가리킨 곳에는 삐쩍 마른 개가 줄에 묶인 채 힘없이 누워있습니다.


“응? 잡을 때만 해도 저렇진 않았는데. 놔둬봐 일단. 뭐라도 먹으면 살아날 거고 아니면 그냥 갖다 버리면 되니까.”


인간들이 개들을 트럭에서 내리려고 하자 개들이 울부짖어요.


“여기 왜 이렇게 피비릿내가 나!”

“위험한 곳 같은데?”

“얘들아 내리지 마! 이거, 놔 이 인간아!”


개들을 다 내린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쳐 누워있는 삐쩍 마른 개를 내립니다.


옮겨가는 개를 보며 누렁아저씨는 가슴이 두근거려 옵니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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