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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Mar 29. 2023

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사람들은 비관적인 사람을 참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이 주는 비관의 에너지가 너무나도 강력하여 자기도 모르게 그런 부정적인 흐름으로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이때 부정적인 흐름이라 함은 침체된 상태, 다른 말로 '불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불안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더욱 비관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관의 에너지가 내면에 있는 강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관하는 자를 기피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 본능이라고 볼 수도 있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불안이 큰지 작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든 내면에 각자만의 작은 불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에겐 그것이 취업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겐 사업, 결혼, 친구관계 등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나름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기에 비관적인 에너지를 질색한다. 그런 에너지에 휩싸이다보면 자기 내면의 불안이 얼마나 더 커질 줄 모르기 때문이다.




 " 그래, 알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 불안을 가지고 살죠.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요? 그게 제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우리는 하루에도 크고 작은 무례함을 겪는다. 직장 상사가 이유없이 내게 폭력적인 말을 내뱉기도 하고, 이상하게 오늘따라 카페 직원이 기분이 안좋은지 무심한 표정으로 응대하는 것을 보며 괜시리 기분이 상하기도 하며, 서빙을 하다가 첫마디부터 반말로 하대하는 아저씨 손님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어쨌든 기분이 안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 정도가 작으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상하게 오늘따라 유독 뭐든 잘 안 풀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충돌이 생기는 날이 있고 그때는 참 마인드컨트롤 하기가 힘들다.


 그럴 때, 적어도 그것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생긴 충돌이라면 내 마음을 돌봐주는 작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상대방 속의 '불안'을 캐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하대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 속의 불안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그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외부로 그 에너지를 풀어내야 한다. 타인을 험담하거나 하대하며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안해야하거나, 취업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불안이 자신의 그릇을 넘쳐흐른 나머지 그 에너지가 표정으로 외부에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따질 필요는 없다. 실제로 그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안을 숨길 수 없는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사람이 바로 그런 상태였을 뿐이다.


 그러니, 너무 상대방의 불안을 내 마음속으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상대의 그런 흔들리는 마음을 알아채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저 사람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 부정적인 경험과 우리를 떨어뜨려 놓을 수 있다. 순간이지만, 우리 스스로 부처가 되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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