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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Sep 27.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4

정신과병원 방문기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의논을 마치고 곧바로 근처에 있는 정신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치매 노인 환자가 많은 곳이라더군요.

저는 정신과 병원에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죠.

평일 낮인데도 많은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자 간호사가 어머니 이름을 불렀고,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는 약 10분 정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어머니 생일이 며칠인지, 집 주소를 아는 지와 같은 사소한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약을 받아가라고 하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인지 능력과 단기 기억에 문제가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에 장애등급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진단서도 만들어 주었고요.

그러면서 약은 꼭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드셔야 한다고 신신 당부를 했습니다.

약은 일주일 분량씩 처방을 해 준다고 하니 매주 한번은 병원에 들러 약을 받아야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짧은 진료 시간에 놀랐습니다.

아마 어머니와 같은 증세를 가진 어르신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의사에게는 어머니가 그저 매일 병원을 방문하는 수많은 초기 치매 증상을 가진 환자 중 하나 일 뿐이었겠지요.

정해진 증상, 정해진 처방, 정해진 약, 그리고 정해진 진단서...

자세한 조사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그런 환자말입니다.

차차 알게 되었지만 연세가 많은 노인들에게는 공식처럼 찾아오는 질병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변성기가 오는 것처럼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인지 능력 저하 같은 질환은 그저 언젠가 오기로 약속된 손님이나 마찬가지 였죠.

반갑지는 않지만요.


인터넷으로 노인장기요양신청을 할 수 있어 그 날 바로 신청을 완료하였습니다.

신청을 하고 하루도 안 되어 조만간 방문 평가를 하겠다는 문자가 도착했고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더군요.

평가 결과가 어떻든 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하는 안도감이었을 겁니다.


그때부터는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거의 30분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혹시 전화를 받지 않으시면 무조건 어머니 댁으로 뛰어가야 하는...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집 밖에서 현관문 여기 저기를 두드리거나 만져보시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더군요.


그러나 다행히 어머니의 신체 건강 상태는 최상이셨습니다.

혈압도 정상이시고 허리도 꼿꼿이 펴고 걸으시는 데다가 당뇨도 없으시고 잔병 치례를 하신 적도 거의 없었고요.

너무도 감사하고 다행스런 일이었죠.


그러나 건강하신 탓인지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셨고, 방안에만 있으라고 하면 30분도 참지 못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집으로 모시기도 어려웠습니다.

우리 부부는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어 낮에는 집이 텅 비게 되는데, 어머니는 절대로 집에 가만히 앉아 계실 분이 아니었으니까요.

혼자 계시면 어떻게 든 집 밖으로 나가시려 할텐데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뻔했습니다.


어머니는 절대 당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차라리 본인이 치매 증상이 있고,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다는 자각을 하신다면 한결 좋았을텐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우기시니 제가 하는 당부나 부탁은 전부 잔소리로 받아들이셨죠.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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