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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03.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6

보호센터

다음 날 아침, 휴가를 내고 정신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드실 약이 다 떨어졌으니까요.


자초지종을 들은 의사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니 약을 내어주었습니다.

한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약을 더 줄 수 없다는 경고와 함께 말입니다.

그 약은 약국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마 항정신성 약이라서 특별관리 대상약품 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처방만 받으면 받을 수 있는 약이 아니었던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약을 받기는 했지만 막막했습니다.

금방 있었던 일, 방금 한 일은 무조건 잊어버리는 어머니께 알아서 약을 챙겨드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약 때문에 하루 종일 어머니와 지낼 수도 없고...


일단 보호센터로 가 보았습니다.

늘 친절하게 맞아주는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저를 보고 웃더군요.

약을 자기들에게 맡겨주면 시간 맞춰서 약을 드시도록 도와줄 수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요.

보호센터에 나오시는 어르신 중에 약을 매일 드시지 않는 분은 없으니 약 복용을 챙겨드리는 것은 보호센터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기본 업무 중의 하나라는 겁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그때부터 고난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보호센터에서 약을 챙겨주기로 해서 한시름 놓았지만 이젠 카드키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오후 5시쯤 어머니 댁으로 와서 보호센터에서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기다렸다가 집에 까지 모셔드리고 나서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어머니가 보호센터에서 집에 오신는 시간은 거의 6시 무렵이라서 일단 집에만 들어가시면 외출 할 일은 없으시니 집에 들어가시는 것만 확인하면 더 이상 걱정할 일은 없었죠.


그러나 이런 생활을 계속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또 보호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해답을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보호센터에 나오시는 어르신 중 거동이 불편한 분은 집 안에 까지 모셔다 드리고 있는데, 어머니같은 경우는 신체 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집 앞 까지 보호센터 직원이 동행을 하고, 어머니가 집 안에 들어가시는 것을 확인해 주기로 약속을 받은 것입니다.


정말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진작 보호센터와 상의를 했으면 공연히 고생할 필요가 없었는데 거의 한 달을 맘고생하며 지낸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날부터 저의 삶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안부인사 겸 확인 전화를 드리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신 것을 확인하면 평일에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고, 일요일에는 아침 일찍 어머니를 찾아뵙고 식사를 챙겨드리면 되었으니까요.

솔직히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있는 장남으로서 그 정도면 고생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수준 아니겠습니까?


일요일에 어머니 식사 챙겨드리고 수다 떨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내 평생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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