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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04.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7

장애등급 심사 

건강보험공단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장애등급 심사를 위해 어머니 댁을 방문하겠다고요.

그리고 보호자인 저도 참석을 해야 했습니다.


약속된 날 아침 10시 30분,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벨을 눌렀습니다.

문을 열어주자 직원은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왔고 저는 자리를 권했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어머니가 오늘 면담을 통해 장애를 인정받으면 보호 센터 이용료나 노인용품 구입비 같은 것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될 것이거든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보호 센터에서 도움을 받는 것들은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나지만 현실적으로 보호 센터 이용료가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장애를 인정받으면 어머니는  공식적으로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 인정을 받으면 기뻐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걸까요?

어느 쪽을 바라는 일방적인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저 착잡할 뿐 이었습니다.

내 맘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힘들었으니까요.


건강보험공단 직원은 어머니가 워낙 고령이시고 또 정상이 아니시라는 것을 알고 왔기에 정중하면서도 어머니가 알아듣기 쉽게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고민을 거듭 하시고도 제대로 답을 못 하시더군요.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이 아들 보기에 민망하신지 필사적으로 생각을 집중하셨지만 끝내 답을 맞추지 못하셨습니다.

다른 질문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맞춘 것도 있었지만 아들인 제가 눈물이 날 정도로 쉬운 질문에 답을 못 하신 것도 많았죠.


질문을 마친 직원은 어머니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습니다.

목욕을 혼자 하실 수 있는지, 화장실 이용에 불편은 없으신지, 아픈 곳은 없으신지 등등...


어머니의 신체 상태는 70대 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문제가 없으셨으므로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일상 생활 하시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요.

어머니도 그런 질문에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 들면서 대답을 하시더군요.

약 30분이 지나자 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만간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고 하고는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오후에 건강보험 공단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어머니의 상태는 인지 지원 등급으로 확정이 되었더군요.

인지 지원 등급은 아주 경증의 치매인 노인에게 적용되는 등급으로, 이제부터 주·야간보호 서비스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나가시는 주간보호센터 이용료의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거죠.


그리고 며칠 후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노인 보호시설 이용 이외에도 노인용품을 구입할 때도 혜택이 있으니 적극 이용해 달라고요.


이제 어머니는 공식적으로 치매환자로 인정받으셨고, 저 말고도 국가가 어머니의 생활과 치료를 도와주게 된 것입니다.

조금 힘이 나더군요.

기대하지 않은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비록 어머니가 치매 환자라는 판정을 받으셨지만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보호센터의 존재, 건강보험 공단의 지원 확정, 그리고 아직은 나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어머니의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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