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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21. 2023

치매와 어머니 23

등급 상승 

건강보험공단에서 장애등급을 받으면 3개월이 지나야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3개월 동안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였다고 판단이 되면 다시 재평가해 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등급을 높이기 위한 신청이죠.

등급이 올라가면 지원금이나 혜택(?)이 늘어나니까요.

치매 환자는 절대 완치가 되지 않으므로 요양 기간이 엄청나게 긴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어지간히 경제력이 있는 가정도 환자를 돌보는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경험상, 치매 노인을 직접 돌보는 사람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도 정작 부모는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기 힘들지만 오랜만에 놀러 온 친구나 친척은 몰라보게 자란 아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커지지 않습니까?

그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저는 재평가 신청을 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상태가 더 악화하였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보호센터 직원이 신청해 보라고 얘기를 해 주더군요.

분명 어머니의 상태가 더 악화하셨다고 하면서요.

하기야 우울증 약도 드시기 시작하였고, 기억력도 처음보다 많이 악화하신 것은 분명했습니다.

게다가 지팡이도 짚기 시작하였고요.

그래서 신청 준비에 착수하였습니다.     

신청을 위해서는 진단서가 필요했으므로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부탁했습니다.

의사는 컴퓨터로 무언가 잔뜩 작성하더니 진단서를 떼어주더군요.     

신청을 마치자, 다음 날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면 건강보험 공단 직원이 보호센터로 방문하여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보호센터에서 평가받는 것이 편했습니다.

만일 집에서 받게 되면 어머니가 보호센터를 하루 쉬셔야 하고, 그러면 저에게도 하루 동안의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보호센터에서는 다행히 흔쾌히 동의해 주었고, 저는 건강보험공단 담당 직원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평가 날이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평가 시간이 오전 10시로 잡혔기에 저는 어머니 댁으로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보호센터로 향했습니다.     

직원은 약속 시간에 도착하였고 보호센터에서 배려해 준 덕분에 작은 회의실에서 평가가 시작되었죠.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온 직원은 처음 어머니를 평가한 바로 그 사람이었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그 직원의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하였지만 석 달 전에 평가받으셨던 것은 기억하셨기에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가는 저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번에도 어머니는 어떤 질문에는 올바르게, 어떤 질문에는 엉뚱하게 답을 하시며 평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평가를 마친 직원은 보호센터 직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아마 보호센터 직원들의 의견을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보다도 어머니의 상태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며칠 후에 연락이 왔고 어머니는 장기 요양 등급 5등급의 '인지 능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의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로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한 등급 올라간 거죠.

그에 따라 지원도 커지고 또 다양해진다고 합니다.     

이젠 어머니의 등급이 더 안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등급부터는 정말 훨씬 심각한 증상들이 많이 발생해야 가능하거든요.

그러나 지금 정도라면 저 혼자서도 계속 보살펴 드릴 수 있는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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