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nsee Oct 06.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9

퇴행성 관절염 

어느 날 보호 센터 직원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의례적인 안부 인사와 더불어 제일 뒤에는 지팡이를 하나 사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 적혀 있더군요.

걷는 것을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화장실에 가실 때 보호 센터에 있는 지팡이를 빌려드렸더니 너무 편해 하시더라는 겁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 죄송했습니다.

일요일에 성당에 모시고 다녀올 때만 해도 다리가 아프신 것 같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말이죠.

보호 센터가 자식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창피하고 또 고마웠습니다.


저녁 퇴근 길에 바로 어머니 댁으로 가 보았더니 무릎이 많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가만히 보니 걸으실 때 왼쪽 다리를 약간 저시는 것 같더군요.

지팡이를 하나 사드리겠다고 하니 어쩐 일인지 순순히 그러라고 하십니다.

평소 같으면 필요 없다고 하셨을텐데 말이죠.


어떤 지팡이가 좋은지 여쭤보니 보호 센터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팡이를 설명하시며 기왕이면 그것으로 사 달라고 하시더군요.

노인 분들 끼리도 서로 그런 정보를 교환하시는 모양입니다.


쇼핑몰에 접속해 보니 노인용 지팡이 종류가 정말 많았기에 그 중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신 알루미늄 재질의 지팡이를 골라 주문했습니다.

가볍고 튼튼하며 또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을 수도 있는 모델로요.

지팡이는 금방 도착했는데 가져다 드렸더니 다행히 맘에 들어하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짚고 다니시던 지팡이는 나무로 만들어 무거웠는데 신형 지팡이는 상당히 가벼운 데다가 지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미끄러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일요일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고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로 어머니를 모시고 갔습니다.

다행히 어머니 댁 근처에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병원이 있었거든요.


의사가 진단을 해 보더니 X 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저를 보고 "수술을 해 드리기는 좀 그렇겠죠?" 하고 물었습니다.


젊은 사람이면 당연히 인공 관절 수술을 하자고 권하겠지만 연세가 있으시니 어렵지 않겠느냐는 완곡한 표현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었지요.

구십이 넘은 어머니가 젊은 사람도 힘들다는 인공 관절 수술을 하면 걸으시기는 커녕 돌아가실 때까지 꼼짝 못하고 누워 계셔야 할테니 말입니다.

저는 수술은 불가능할 것 같으니 통증만 안 느끼시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효과가 좋은 강력한 주사를 한번 놔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주사를 맞으신 다음 어머니 식사를 챙겨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 전화를 드려보니 통증이 사라졌다고 하십니다.


통증이 사라진 건 다행이지만, 의사가 주사를 놔 드리고 나서 이 주사는 독한 것이라 최소 3개월 이상 지나야 다시 놔드릴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주사 효과가 3개월 간 지속될 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진단한 의사들은 모두 치료보다는 증상을 없애는 데에만 데 집중합니다.

왜 그런지 알고 또 이해하면서도 가끔씩 절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전 09화 치매어머니와 동행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