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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01.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5

이십년 만에 바꾼 도어락

가장 먼저 도어락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네 자리 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구형 도어락을, 카드키만 갖다 대면 열리는 최신형으로요.

이젠 네 자리 밖에 안 되는 비밀번호도 떠 올리지 못하시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보호센터에 가시지 않는 일요일에 기술자를 불렀습니다.

도어락을 바꾸자 마자 사용법을 알려드려야 했으니까요.

도어락 교체는 30분 정도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카드키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4개 말고 2개를 더 구입했고요.


다행히 어머니는 도어락 사용법을 금방 익히셨습니다.

키를 도어락에 붙어있는 센서에 가져다 대자 문이 열렸고,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이제는 혼자서도 문을 열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보이시기도 했죠.

혹시 몰라 카드키를 주머니에 넣어드리고 여분의 키를 휴대폰에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드렸습니다.


도어락 사용법을 익히자 어머니는 저 보고 빨리 집에 가보라고 성화를 부리셨습니다.

저는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죠.

어머니 옆에서 마치 어린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듯 계속 무언가 가르치고 설명을 하려는 제 모습이 맘에 드시지 않았던 겁니다.

저의 잔소리에 자존심이 적지 않게 상하신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가 타격없이 일상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보호센터 덕분이었습니다.

아침 8시 30분 경에 센터 직원이 어머니 댁으로 와서 센터로 모시고 간 다음, 점심과 저녁 식사를 드신 후 저녁 6시 경에 집까지 모셔다 드리니 어머니가 보호센터에 도착하셨다는 문자만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아무 걱정 없이 안심하고 저녁까지 일을 할 수 있었죠.

비용은 좀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곳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셨다는 문자를 받고 안심하고 있는데 잠시 후에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발신자가 어머니여서 깜짝 놀란 저는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고, 또 다시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어머니가 문을 열지 못하고 경비실에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신 모양이었습니다.


아직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어서 일단 비밀번호를 불러주고 어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야 어머니 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거실에 앉아 계시더군요.

혹시 카드키를 집에 놓고 가신 것인지 확인해 보니 문을 열 수 있는 카드키는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고 휴대폰에 붙여드린 키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상해서 자조지종을 여쭤보니 카드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 하셨습니다.

카드키를 보여드렸더니 그게 뭐에 쓰는 거냐고 물으시더군요.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이젠 정말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처럼 자식 얼굴도 몰라보게 되시는 건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돌아다니더군요.


어머니께 약을 잘 먹고 계신지 여쭤보았더니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약통을 보니 남은 약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3일 분은 남아있어야 했는데...


그제야 상황이 이해되었습니다.

제가 아침 저녁에 전화를 드릴 때마다 약을 드셨느냐고 여쭤보았는데 어머니는 약을 이미 먹은 것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약을 드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일주일 치 약을 2, 3일만에 다 드신 것이죠.


저는 최악을 각오했습니다.

이제 회사에 사표를 낼 때가 된 모양이라고요.

이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어머니를 방치하고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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