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이집트의 바이러스 학자인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신종 전염병을 발견하였다. 사람들은 곧 이 전염병을 중동호흡기증후군 혹은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발병할 경우 가벼운 감기로 여기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시일이 지나 병이 진행되면 고열, 기침, 호흡곤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만성질환 또는 면역저하라는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인하여 끝내는 사망하기도 하는 매우 위험한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메르스 바이러스는 원래 중동 지역의 낙타에게서 자주 발견되던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원래는 낙타 사이에서만 전염되던 질병이던 것이 사람에게도 퍼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20일에 최초로 메르스 환자 (바레인에서 귀국한 60대 남성)가 보고된 이후로 2016년 1월까지 총 186명이 발병하고 그중 38명이 사망하여 사망률이 20%에 달하는 등,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질병이기도 하다.
2018년 현재 메르스의 예방법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중동 지역에서는 꾸준히 발병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신종 질병의 발생
2009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1980년 이후 30년간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 질병에 30종이나 새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즉, 매년 1종의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새로 발견된 신종 질병들의 대부분은 아직 적절한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새로 등장한 신종 질병 중에서는 사스, 메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에볼라, 니파 바이러스 같은 것들이 유명하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수 (人獸) 공통 감염병이라는 것이다. 즉, 원래는 동물 고유의 질병으로 사람에게 걸리지 않던 것이 접촉이나 돌연변이 등의 과정을 거쳐 사람들에게도 전염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참고로, 주요한 신종 질병들의 원천인 동물들은 다음과 같다.
사스 - 사향고양이
메르스 - 낙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I) - 조류
에볼라 - 박쥐
니파 바이러스 - 과일박쥐
이렇게 동물만 걸리던 질병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일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전반적으로 식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육식 섭취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축 사육이 공장식 농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의 가축을 극단적으로 인공적인 환경에서 키우는 행위는 신종질병의 빠른 전파와 진화를 일으켜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닭이나 오리 농장을 중심으로 조류 인플루엔자가 퍼져 나가는 일은 이제 연례행사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이다.
둘째,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특히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행위의 증가이다.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없던 야생동물 고유의 질병들이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프레리독에서 발생했던 원숭이 두창(천연두와 유사한 질병)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2004년 애완동물로 키우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설치류와 같이 팔기 위해 감금해놓았던 프레리독에게 질병이 전파되어 결국 사람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던 일이 있었고, 그 뒤 미국에는 아프리카 설치류 수입이 일절 금지되었다.
<미국 워싱턴 디시의 국립동물원에 전시된 프레리도그>
이러한 원인으로 인간에게 발병한 질병 (신종질병을 포함하여) 들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1) 빈곤
빈곤이 거론될 때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 지목되는 곳은 아프리카이다. 실제로 매년 6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결핵, 에이즈, 말라리아 등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망자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빈곤으로 인하여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또 치료약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특정 질병에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약이 개발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이 빈곤지역 중심으로 발병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치료약의 원활한 생산과 보급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재원이 부족한 빈곤국들이 약품 구입을 제때 하지 못하므로 생산 유인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첫째는 2006년 하반기에 설립된 국제 백신 금융기구(IFFM)에서 조성한 GAVI (The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s) 펀드이다. 이 펀드는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여 사망률이 높은 주요 질병의 치료제를 대량 구입하여 보급함으로써 해당 질병의 완전 박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질병이 사라지면 미래에는 치료제를 더 이상 구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치료제 구입을 위한 자금 수요도 급속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2006년 9월 UN총회에서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항공권 연대기여금’이다.
항공권 연대기여금은 국제선 티켓을 구입할 때 천 원가량을 추가로 징수하여 조성하며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150억 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연간 2억 유로가량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으며 항공권 연대기여금을 통해서 국제 의약품 구매 기구(UNITAID)가 운영되고 있다. UNITAID는 조성된 기금을 활용하여 의약품의 대량 구입과 보급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 이민
역사적으로 외부인의 대량 유입으로 인하여 함께 들어온 전염병이 토착민을 전멸에 이르게 한 사례는 많이 있다. 북미에서는 1500년대 이후 유럽인들이 대량으로 이주해 오면서 천연두와 같은 신종 전염병 (아메리카 인디언 입장에서는) 이 전파되는 바람에 미시시피 강 일대의 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유럽인들이 미시시피강 일대에 진출하는 것이 수월해질 정도였으며, 중남미에서는 아즈텍-잉카 일대에서만 수백 년에 걸쳐서 몇천만 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는 등, 유사한 예는 수없이 알려져 있다.
특히 현대에는 침략이 아닌, 이민이라는 합법적인 수단을 통하여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민이 새로운 질병 확산의 경로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20세기에도 남미의 농촌지역에 한정되어 발병하던 샤가스 병이 볼리비아 이민자를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된 사례가 있다.
3) 환경파괴
브라질 아마존 환경연구소(Ipam)에 따르면 2015년 8월∼2016년 7월에 아마존 열대우림 7천989㎢가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남미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의 5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1시간에 128개의 축구경기장 넓이에 해당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 규모이다.
이러한 환경파괴가 새로운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는데, 그 이유는 밀림과 같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에 잠복해 있던 새로운 병원균 등이 인간과 접촉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생태 파괴의 산물이기도 하다. 방대한 삼림 벌채로 인해 깊은 숲까지 인간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열대우림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인간이 노출된 것이며, 에볼라가 최초로 발생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삼림 벌채와 파괴가 일어난 지역이기도 하였다.
4) 항공기 여행
항공기 여행의 발달은 직접적인 질병 발생의 원인은 아니지만 질병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아무리 먼 지역이라도 하루 이내에 도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잠복기가 긴 전염병을 가진 환자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신종질병을 지구 반대편으로 퍼뜨리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제는 질병의 전파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새로운 수단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5) 무장갈등
전통적으로 전쟁은 수많은 질병의 발생과 확산의 장을 제공하곤 했다. 지금도 국지적으로 무장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무장갈등 상황은 해당 지역의 공중보건 시스템을 마비시킴으로써 질병 발생에 적절한 대체를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안전 장비는커녕 제대로 된 병원 건물이나 인력조차 부족한 상태를 장기화시킴으로써 질병 확산 방지 활동을 근본적으로 마비시키게 된다.
6) 열악한 환경위생
깨끗한 물과 안전한 식품을 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생의 대부분을 심각한 질병 감염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하여 거주환경이 열악해지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질병의 확산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7) 식품류의 국제교역 증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주로 소비하는 식품의 종류가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김치로 대표되는 고유의 음식문화가 존재하였고, 일본은 생선, 중국은 돼지고기와 같이 식품의 주 재료가 나라마다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인의 입맛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가공식품은 물론 식재료의 국제 교역량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채소나 과일, 그리고 고기 등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재배 혹은 사육된 것들이 훨씬 많으며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식품류를 수출할 경우, 철저한 방역과정을 거치고 있기는 하지만 사소한 부주의로 인하여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이나 질병의 매개체가 되는 곤충 등이 침투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보건의료 시스템을 향하여
국제보건기구(WHO)는 1년에 약 200여 개의 질병 발생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 중 50개 정도는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한 나라라도 질병 확산 활동에 비협조적이거나 의료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허점을 보인다면 질병의 확산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이제는 의료와 건강이라는 관점을 특정 국가가 아닌,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관찰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의 하나로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한 e-Health 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e-Health 시스템은 질병의 치료가 아닌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것으로서 면역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지구촌 감시와 대응 네트워크 가동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질병과 의료 측면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해결의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부문은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질병은 치료보다 발생과 확산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롭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므로 국제 공조가 훨씬 더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의료산업은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표준화나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건강과 의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전공학과 줄기세포 연구, 나노기술 등의 발전이 눈부시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예상대로 발전해 나간다면, 모든 질병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완벽하게 사전 차단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이 건강에 대한 고민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손상된 장기와 세포를 자가 복구하는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장기의 제조기술이 그 한 예인데, 인간의 조직을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터가 본격적으로 의료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면 면역거부반응과 같은 부작용의 염려 없이 대부분의 난치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3D 프린터로 장기의 형태를 지지하는 구조체나 뼈 등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여기에 오가노이드 (organoid -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 줄기세포로부터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 3차원 세포 집합체)를 이용한 첨단 세포 배양기술을 덧붙인다면 수술에 필요한 인공장기를 가까운 시기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인류는 다른 국가와의 교류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였다. 정보는 물론 다양한 물자와 철학까지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질병 또한 이러한 공유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고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의료 질병 문제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위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모든 인류가 협력하여 슬기롭게 해결해 낼 수 있다면 수명연장과 건강한 삶이라는,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