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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엘 Aug 27. 2018

24_마지막은 삼겹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래킹 12일차

포타나에서 짐을 싼다. 오늘이 ABC 트래킹 마지막 날이다.

거의 2주간 짐을 풀고 쌌기에 이제 아침이면 아무 생각 없이 배낭에 짐을 챙겨 넣고 끈을 조이고 있다.

밤새 비가 왔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 햇살이 환하다. 숙소 옆 숲에서 새들이 지저귄다.


포타나를 출발한다. 보통 많이들 가는 담푸스 방향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쪽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라는 이름이 정확히 왜 붙었는지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설이 있어 확인이 안 된다. 이름은 상관없다. 풍경이 유럽같이 아름답다고 들었기에 가는 길에 들러 보고 싶었다.

출처: tripadvisor.de

아래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의 시즌 모습입니다.

http://map.alleys.co/play/c3biQ0uK_ClbO1RhZUPFig


점심을 그 곳에서 먹고 2시간 정도 더 내려가면 포카라와 연결된 주도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거기서 포카라행 버스를 잡아타고 돌아갈 예정이다.


오캠(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이하 줄여서 오캠)까지는 길도 정비가 잘 되어 있어 별로 어렵지 않다. 내려가면서 서운한 마음이 든다. 지난 2주가 힘들었지만 이쯤 오니 오히려 트래킹이 끝난다는 사실에 자꾸만 아쉽다. 한 열흘 정도는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매일 걷는 충실함이 곧 그리울 것 같다. 아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포타나에서 출발해서 오캠에서 밥 먹고 놀다가 천천히 내려오니 오후 2시다. 포카라는 로컬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포카라 시내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탄 버스는 실내가 우리나라 노래방 인테리어다. 형형색색 화려한 색칠에 크리스마스 전구 같은 조명도 달려 있다. 여기에 염소랑 닭까지. 이게 네팔이구나 싶은 순간이다(사진에 동영상까지 찍었건만 어디로 가버렸는지 사라지곤 없다 ㅠㅠ).

로컬 버스. 통통 튀면서 달리는 녀석이다.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버스 기사는 우리네 트로트 같은 네팔 전통풍 음악 볼륨을 한껏 높이고 달린다. 길은 어찌나 험한지 내 머리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버스 창틀에 콩콩 거린다. 열린 창으로 먼지는 풀풀 날리고, 불평도 잠시, 지난 2주의 피로가 몰려와서는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우리는 잠이 들어버렸다.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벌써 포카라 도착. 버스 종점은 포카라 시내 북쪽의 버스 터미널이다. 여기서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레이크 사이드까지는 택시로 10분 정도 거리다.


택시를 타고 레이크 사이드에 위치한 그럭저럭 무난한 호텔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따뜻한 핫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물 한잔을 마시니 이제 트래킹이 끝나다는 실감이 든다. 아니야. 아직 끝은 아니야. 마무리를 지어야지.


미리 알아둔 한식당으로 갔다.

"일단 삼겹살 3인분이랑요. 된장찌개 하나, 김치찌개 하나요!"

인원수와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들을 주문했다. 네팔 이모가 한상 가득 차려놓자,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된다. 좋다. 참 좋다. 네팔에서 삼겹살이라니. 역시 등산 후에 삼겹살은 진리다. 고 녀석 한 점에 트래킹 중 불편했던 것, 어려웠던 것들은 불판에 비계 녹듯 녹아 내린다. 아내도 나도 입에 집어넣기 바쁘다.

저녁 무렵의 페와 딸(호수)

배불리 먹고 페와 호수에 나왔다. 늦은 오후 져가는 해 아래 페와 호수는 평화롭다. 배도 부른데, 배나 저어 볼까? 보트 하나 빌려 둘이 타고 한가로이 뱃놀이도 해본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길 잘 했다. 그지?"
"그래, 참 잘 했다."


얼른 다시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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