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년차 인데?"
(부제 : 역량과 결과는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아내는 언어치료사 입니다. 언어 발달이 또래 아이들보다 늦거나, 특정 발음이 안되거나 말을 하는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죠. 코로나 시절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 작년부터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자신의 실력과 수준이 부족함에 효능감이 떨어지곤 했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실력있는 언어치료사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매일 연구하며 새로운 치료법을 찾으시는 분, 연구와 교구를 만들고 책을 쓰시는 분, 10년 20년 이상의 경력을 통해 쓱쓱 치료를 해나가시는 분 등등의 능력자들 말이죠. 현장에 가면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탁월한 사람들이 있고, 집에 오면 또 제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능력을 비교' 하곤 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그 이야기를 듣다가 한번은 빵 터지게 웃었습니다. 심각해진 아내가 왜 웃냐고? 뭐라 하려고 하는 찰나 "45살이 아니라, 이제 언어치료사 시작한 1년차잖아."
이 말을 듣고, 아내 또한 빵 터지며 "그렇지? 1년차가 이정도면 괜찮은거지?" 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 잘하고 있는 거지, 어제도 OO 아이가 발음을 교정하기 시작했다고 어머님이 좋아하셧다며?"
직장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직장인 중에 자신이 하는 일을 못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잘하고 싶어하죠. 그런데 5년차, 10년, 20년차 그리고 30년차 모두에게 동일한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할 때는 모든 것이 어렵다.' 라는 것이죠.
- 45살이니까, 딸이 보고 있으니까 잘해야지.
- 20년차가 모르는게 있으면 안되지.
- 대리, 과장 이잖아. 그럼 할 수 있어야지.
- 리더니까 다 알아하고 잘해야 해.
만약 이런 말들이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내가 목표로 하는 내 모습, 남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하는 모습에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나를 볼 수 밖에 없거든요.
처음 하는 일에, 처음 배우는 스킬에 경력과 직급, 직책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그냥 해보는 거고, 조금만 빠르게 익히면 되는 거 아닐까요? 오늘도 필라테스를 하며 신음과 비명을 지르며 "아아아아 ~ ~~ " 소리를 한 시간 내내 질렀습니다. 선생님은 웃으며 계속 시키시더라고요. "종화님, 안되니까 더 하는 거에요. 조금만 더 하면 되요" 라고 말이죠.
만약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을 때, 이전보다 어려운 일을 맡고 있을 때, 새로운 직책과 직무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는 이 생각을 꼭 해보시길 바래봅니다. "나 이제 시작한건데" 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