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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리더십 _ 사랑과 리더십

by 그로플 백종화

사랑과 리더십

(뿌제 : 조건의 선을 넘어서는 순간)


주일 예배에서 ‘탕자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께 유산을 미리 받아 탕진했고, 결국 거지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종이라도 좋으니 받아 달라는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좋은 옷을 입히고 잔치를 열어 환영하셨습니다. 그때 설교 중 한 문장을 듣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네요.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와 무릎 꿇었기 때문에 용서하신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유산을 달라고 말한 그 순간부터 이미 용서하고 계셨을 것이다.”


그 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괘씸함보다는 “이 아이가 이번 경험을 통해 성장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않으셨을까. 유산을 가지고 성공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모든 것을 잃고 실패했다 하더라도 무엇인가를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오길 바라며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품을 여유가 더 있으니까 말이죠.


거래적 사랑과 진실한 사랑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고, 이를 통해 리더십을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1 교환하는 사랑과 조건없는 사랑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만큼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거나, 사랑을 표현해주지 않으면 상처를 받게 되고 사랑한 만큼 미움이 커지는 역설적인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사랑을 ‘거래’로 받아들이는 심리입니다.


조지 호먼스는 인간은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균형’을 통해 관계의 만족을 판단한며 '교환 이론'을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준 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이를 ‘상실’로 느끼고 피로가 쌓이게 됩니다.


반면 진실한 사랑은 다릅니다. 조건 없이, 이유 없이, “그 사람이라서 좋은 것”이죠. 돌려받는 것을 계산하지 않고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사랑입니다. 이를 ‘조건 없는 사랑 또는 존중’이라고 부르죠.


부부의 사랑, 부모의 사랑도 결국 이 두 축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그 경계 위를 매일 오르락 내리락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 저는 리더십도 사랑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리더는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리더도 결국 사람이고, 칭찬받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구성원이 나에게 응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이 없을 때, 리더십이 헛수고처럼 느껴질 때, 많은 리더분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팔로워에게 실망을 느낍니다.

“제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 솔직히 리더십은 힘든 일입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리더십을 “누군가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소명”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이분들은 돌려 받지 않아도 줍니다. 심지어 관계가 불편해져도, 그 사람을 도와야 할 때 행동합니다. 여유가 없어도 시간을 쪼개 가르치고, 중요한 기회를 맡기고, 실수했을 때 책임을 함께 지고, 다시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팔로워의 성과를 드러내고, 존재를 알리고, 홍보해주기도 합니다. 그 팔로워가 그것을 알아주든 말든 말입니다. 또 관계가 불편해 지는 것을 감수하고 서라도 '솔직하지만 배려있는 피드백과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표현이 그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다고 믿기 때문이죠.


주고 받는 것이 명확한 거래적 리더십과 초월적 리더십 중에 성과를 더 크게 만들어 내는 리더십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내 리더십으로 증명하는 것 뿐이죠. 하지만, 어떤 리더와 함께 일을 할 때 내가 더 몰입하고 즐거운지는 명확한 것 같습니다.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큰 리더는 언제나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받기 전까지 마음이 불안하고, 내 앞에 있는 상대가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를 계속 따지게 됩니다. 반면 돌려받을 필요가 없는 리더는 ‘주는 행동 자체’와 ‘그 행동이 만드는 영향’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죠. 자연스럽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만큼 편안하게 주고 잊어 버립니다. 그만큼 신뢰와 영향력이 쌓이고, 시간적 / 경제적 여유도 조금씩 생기며, 그 여유가 다시 팔로워들에게 더 줄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그렇게 리더는 조금씩, 그러나 깊게 ‘진짜 리더’가 되어갑니다. 저도 이런 리더십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제가 가진 지식과 시간, 커피, 밥과 고기를 퍼주나 봅니다.



3 사랑과 리더십의 본질은 같습니다.


사랑과 리더십은 결국 내가 줄 수 있고 받고자 하는 ‘조건의 선’을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입니다. 거래적 사랑, 거래적 리더십은 매우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진실한 사랑, 진짜 리더는 그 선을 조금 넘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돌려받기 위해 주는 것’에서 ‘그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는 것’으로 옮겨갈 때, 리더는 더 큰 여유를 갖게 됩니다.

그 여유만큼 더 나누고, 그만큼 더 영향력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짜 리더’로 성장하게 됩니다.


사랑도, 리더십도 결국 같은 길 위에 있습니다. 조건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더 큰 관계, 더 깊은 리더십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와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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