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예쁠까요
"잘 다녀와~ 사랑해"
첫째가 유치원 등원을 하는 9시
이제 둘째와 우리 둘만의 시간이다.
하원하는 3시까지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무슨 말이냐면
두 눈 다 온전히 둘째에게 향해도 된다는 말이다.
주말에는 둘째가 너무 이뻐 나도 모르게 꽉 안아주면
아차,
바로 한 눈은
이걸 보고 못 본 척, 자연스러운 척 노는 첫째 아이를 찾아서
더 꽉 안아줘야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전히 둘째에게 집중하면서 놀아주고 예뻐해 주면서
충분한 농도로 이 시간을 보낸다.
그래야 첫째 아이가 하원하고 집에 있을 때
'엄마지옥'에 빠진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둘째에게 덜 미안할 수 있다.
시간과 자원(나)의 효율적인 분배라고나 할까
둘째는 사랑이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웃는 거, 우는 거, 똥 사는 것도 예쁘고
내 머리를 있는 힘껏 잡아당기는 것도 하찮은데 너무 귀엽다.
사실 이런 존재가 나에게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누군가 둘째가 예쁘다는 말을 하면 속으로는 항상 부정해 왔던 사람이 나다.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존재가 또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이미 한 명이 있는데 또 있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둘째를 낳으면 내가 첫째를 너무 사랑해서 미안해질 것 같아'
이런 생각까지 했던 나였다.
후후 역시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겪어봐야 안다.
결론은
첫째만큼 사랑하는 나의 아이는 또 있고
그만큼 사랑하기에 둘째에게 미안하지도 않다.
둘째는 왜 이렇게 이쁠까
아무래도 겁나는 육아에서 익숙한 육아로 바뀌어서가 큰 이유이지 않을까
매일 아이에게 해주는 하나하나가 처음이라 감 잡기도 쉽지 않고
나의 작은 잘못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조차 모르는
무지와 두려움의 시간들이 아니었는가
아기는 너무너무 예쁜데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비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머릿속으로는 늘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이제 경력직이다.
무려 동성의 둘째를 키우는 경력직!
4년 반의 터울에 급변한 육아 트렌드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대부분이 내가 해봤던 것들이다.
그리고 첫째를 키우면서 했던 걱정의 상당수가
내가 만들어낸 걱정이라는 걸 알기에
그 시간에 차라리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안 그래도 예쁜 아이에게 마음 편히 집중하면 얼마나 더 예쁠까
그리고
첫째 아이의 아기 시절이 생각나게 한다.
6살인 로미는 거침없이 미운 7살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진짜 거침없다...)
아이와 복작복작하다가 한 번씩 시간이 나면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이며
그저 방실방실 웃어주던 아기 때의 사진을 보곤 한다.
'이럴 때도 있었지'라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런 첫째의 꼬물이시절을 꼭 닮은 둘째가 예쁘게 나를 쳐다보며 헤실헤실 웃는데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 있을까
이건 아마도 둘째가 첫째 나이가 되어도 같겠지
"아기 때 사진 많이 찍어둬"
육아선배의 이 말은 꼭 들어야 한다.
이제 이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알기에
내 마지막 사랑인 우리 건강이와
다신 오지 않을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이뻐해 주련다
그렇지만
내 첫사랑인 로미가 서운하지 않게
어느 정도는 몰래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너희끼리 데이트도 하고 그러겠지
아이들이 빨리 크는 건 아쉬운데
그날은 또 빨리 왔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