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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왔구나!

방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by 그럴수있지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직 유치원생이라 기간이 일주일이지만

이것도 가슴속 저 밑에서부터 답답함이 올라오는 걸 어쩔 수 없는데

초등학생의 방학 이야기를 들으면 벌써부터 아찔해진다.


나의 입장과는 다르게 방학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그렇다면 나도 준비를 해야지


먼저 남편의 휴가기간을 무조건 맞출 수 있도록 몇 개월 전부터 일러두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장거리 여행을 가지 않는 한, 사실 남편의 휴가는 상관이 없었다.

아이의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서울 어디든 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꽤 더운 이 날씨에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건 난 포기하기로 했다.

누가 나약하다고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면 기꺼이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사실 이건 아이 둘에게도 힘들 테니 휴가에는 아빠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긍정회로만세)


그리고 2개월 전부터 만나는 아이 친구들 엄마마다 물어봤다.

"휴가 어디로 가세요?? 방학 때 뭐 하세요??"

사실 가족 구성원이나 성향이 달라 그 계획을 따라갈 순 없지만

조금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관심사가 비슷한 아이들이니 혹시 그쪽 엄마에게 내가 모르던 정보가 있으면 얻어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공연 티켓도 한번 쭉 훑어준다.

뮤지컬 공연을 이제 꽤 즐길 수 있는 아이라 사실 더운 날 공연장만큼 좋은 곳이 없다.

이것도 2,3개월 전에 미리 구매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 공연도 티켓 2장이면 10만 원이 훌쩍이기에

얼리버드 티켓을 이용하면 30퍼센트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통로 쪽 자리를 차지해야 분장을 한 배우분들이 객석을 돌며 아이들에게 인사해 줄 때 악수라도 하면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자리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노하우까지 생기다니 나 약간 배테랑 엄마 같은데?

(사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노하우다)


더우면 땀이 폭발하는 세부녀로 인해 여름에는 야외활동은 힘든 우리 집이다.

아직 어린 동생으로 여행을 가기에도 어려우니

우리는 박물관, 도서관, 할머니집 투어를 가야겠다 생각하고 폭풍 서치를 했다.


일단 로미는 아빠의 휴가와 '한글용사'뮤지컬 티켓만 준비되어 있는 상태로

방학이 코앞까지 와버렸다.




아이 학원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아는 엄마를 만나 또 기계적인 인사를 했다.

"다음 주가 방학이네요ㅎㅎ"

"네, 나 초등학교 들어와서 처음 방학이라 너무 기대돼요! "

기대요..? 3주라고 들었는데요..?

농담하나 싶어서 눈빛을 보니 그녀의 눈빛은 진심이다.

아 맞다! 방학은 시간 방해받지 않고 아이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

나도 아이와 지낼 시간이 생기면 설레고 그랬었는데..

어쩌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시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 걸까

왜인지 모르게 조금 부끄러워지면서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을 무사히 보냈다는 것으로 만족할 뻔했다.

아이와 우리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데 이걸 놓칠 뻔했다.


아이도 안다.

함께 있는 사람이 그냥 시간을 때우며 '놀아주고' 있는 건지,

같이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 안다.

당연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가 마냥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방학이 끝나고 돌아간 교실에서

'나는 어디에 다녀왔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엄마 아빠랑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라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후후 기대하렴 딸아,

엄마는 이제 제대로 놀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

일단 오늘 밤엔 우리 둘 다 드레스를 차려입고 디즈니 음악을 틀어놓은 채로

제대로 된 티타임을 즐길 거야.

우리 일주일 잘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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