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키오 다리를 건너 아르노강 왼편의 넓은 광장 뒤로 붉은색 석조 건물인피티 궁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스듬한 광장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자유롭게 쉬고 있었다.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건물입구는 3층 아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15세기 중엽 메디치가의 라이벌이었던 대부호 루카 피티가 브루넬레스키에 의뢰해 지은 궁전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은행가 피티는 말년에 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 후 메디치 가문이 궁전을 구입해 사용했다가 지금은 공공미술관이 됐다. 피티는 메디치 가분을 부러워해서 큰 저택을 건축했지만 그 건물이 결국 경쟁자의 소유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으니 역부족이었다. 열정이 좋은 결과를 낳으면 성공이지만 경쟁에 밀리면 씁쓸할 뿐이니 세상사는 다양하다.
팔라티나 미술관에는 메디치가문의 소장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12개의 방을 개조해 르네상스에서 바로크까지 수집한 명화 컬렉션이 다양했다.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와 ’의자에 앉은 성모‘, 티치아노의 ’아름다운 여자‘, ’어느 귀인의 초상‘ 등이 있다.
로열아파트먼트에는 피티 궁전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내부의 천정과 벽은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고 샹들리에도 화려했다. 색상이 다양한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들도 특별해보였다. 초상화 들과 실물을 작게 만든 조각상들이 많았다. 남자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여자는 그 남자를 보고 달래는 듯 한 조각상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일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작은 조각상들은 머리에 촛대가 만들어져 있기도 했고 드레스의 레이스 주름까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화려한 옷장과 화장대 등 일상용품 들도 고급스러웠다. 성인 난장이 나체의 그림은 앞모습과 뒷모습인 2점이 있어서 독톡했다. 창문으로는 선명한 파란 하늘과 구름아래 피렌체시내가 보였다. 보블리 정원과 보석세공박물관,복식박물관,도자기박물관을 관람하려면 별도의 티켓을 구입해야했다. 둘 다 보기는 무리여서 정원 쪽은 못 갔다. 피렌체를 제대로 보려면 많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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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궁은 198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입장료는 16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