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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화 Feb 26. 2022

바라보면 좋은 사람

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


성북동 옛돌박물관에 모인 문인석들     

생김새는 다르지만 두 손에 홀을 들고 눈을 내리 깔고 있다 

얼굴이 갸름한, 눈두덩이 수북한, 코가 두툼한, 턱이 나온 얼굴들

낙천적인, 우직한, 소심한, 근심어린 표정들

덩치가 크거나 왜소한 석상들은 탄생시기도 서있던 곳도 다르다     

저만치 서있는 문인석상

적당한 체격의 그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서있다

속 깊은 모습이다

내리 감은 두 눈꼬리는 약간 올라갔지만 고집스럽지 않고 진지하다

굳게 닫은 듯하면서도  미소가 어려 있는 입가는 온화하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사려 깊은 사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

그래서 그냥 바라보면 좋은 사람

석상을 만든 사람도 그런 사람이었을까?     

( 문인석 : 장군석, 석수와 함께 능묘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조각

 홀 : 신하가 임금을 알현할 때 두 손에 쥐는 패 )     

 성북동 옛 돌 박물관의 한 문인석을 보고 시를 지어 보았다.     

 돌로 모양을 만들어 오래 보존하려는 마음. 옛 돌 박물관의 석조 유물들에는 그런 염원이 담겨있는 것 같다. 1층에 있는 환수유물관에 들어서니 어두웠던 공간에 불이 들어오며 환해졌다. 2001년 천신일 이사장이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47점의 문인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각각 다른 형상들. 크기며 표정이며 모두 다른 문인석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 시대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졌다. 석상의 표정에서 석공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적당한 체격에 온화한 느낌의 공들여 제작된 한 문인석을 한참 바라보았다. 섬세하게 공들인 정성이 전해져 왔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바뀌었지만 돌에 생명이 담겨있어 위안을 주었다     

  박물관 입구 마당에 들어서면 보이는 글이 있다.      

 돌조각이 될 만 한 돌도 처음엔 '돌'이다. 한 정씩 다음어진 돌은 '추상'에서 '구상'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돌조각은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는 '심상'이 된다. 수 천 년 사람의 마음을 담은 돌조각은 비바람에 다시 '구상'에서 '추상'으로 그리고 '돌'이 된다.     

 옛 돌 박물관이라는 명칭을 들었을 때 수석들을 모아놓았나 상상했었다. 저마다 다른 석상 들을 보며 그곳에 깃든 과거 역사와 석공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 번 가도 계속 새로운 석상들이 눈에 띄었다. 자수관, 동자관, 야외전시관에서도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옛 돌 박물관은 산책하며 우리 문화재를 바라보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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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에 성북동에 들어선 우리옛돌박물관. 5500평부지에 천신일이사장이 수집한 석물 1242점, 자수 280점, 근현대 한국회화 78점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환수유물관, 2층에는 자수관과 카페와 동자관과 벅수관, 3층에는 기회전시관이 있고 야외에도 전시물들이 있다. 천신일 이사장은 우리 문화재 보존의 사명감을 지니고 옛 돌 들을 모았고 용인 세중 박물관에서 성북동으로 전시관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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