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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화 Feb 26. 2022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강가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


만들어낸 이미지는 직접 보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인도에 대해 들었던 말 중에 막연하게 생각한 것은 이동 중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낮은 돌담이 있는 콩밭 부근에 버스가 섰을 때 비로소 상황을 실감했다.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어디를 가나 피부로 느꼈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가이드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계속 그렇게 살게 되니 주면 안 된단다. 한 아이를 주면 벌떼처럼 다른 아이들도 몰려든다고 했다.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의 눈빛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외면을 했다. 나중에는 달려드는 아이들의 소리가 그곳을 떠나도 환청처럼 들렸다. ‘1달러가 뭐라고’하며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차가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쥐어주고 탔다.      

 버스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중 차창 밖으로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흙담 집 근처에서 한 여자가 나무에서 뭔가를 떼어 내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기둥에는 둥그렇고 넓적한 반죽이 줄을 맞추어 붙어 있었는데 빈대떡 모양의 소똥이 마르면 떼어내 연료로 쓰는 것 같았다. 한 남자아이가 사람들에게 받은 1달러를 자기 바지주머니에 넣자 소똥을 떼던 여자는 그 돈을 꺼내서 본다. 아이는 그 돈을 다시 낚아채서 뛰어 가버렸다     

 바라나시를 향해 차는 달렸다.


 끝없는 걱정과 힘든 마음은 더 큰 어려움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안식을 주는 곳은 어디인가?  그 해답을 제시할 것 같은 갠지스 강가.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버스 밖 풍경은 복잡했다.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원색의 간판과 낡은 천 조각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무리지어 있거나 혼자 앉아 있었다. 눈이 크고 피부가 거무스레한 사람들. 몸은 마르고 옷은 남루했다. 하릴없어 보이기도 했고 신문이나 스마트 폰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트럭과 삼륜차가 먼지를 내며 뒤엉켜 달리는 중에 곳곳에 소와 개들이 보였다. 여기저기에서 경적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강가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꽃 장식과 액세서리, 과자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았다. 남 녀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는데 연을 띄우거나 고무 줄 놀이를 했다. 전통 놀이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듯 했다. 아이들은 옷과 신발을 제대로 차려 입기도 했고 헝크러진 머리에 맨발이기도 했다.     

 강가에서 어떤 상념에 잠기기보다는 달려드는 아이들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구걸이 아니라 디아(꽃등)를 사라고 한다. 남자아이보다 여자 아이들이 더 많다. 나이도 다양해 보이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초등생 또래였다. 바구니를 들고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은 집요하게 배까지 따라 탔다. 보트가 떠나도 안 내려서 뱃머리를 돌려 내리게 하자 바구니를 두고 내리는 소녀들. 한숨 돌리자 강가의 하늘에 가득한 연들이 눈에 들어왔다. 퉁퉁 모터 소리를 내는 보트 이름은 ‘철수네’였다.      

 흐르는 강물 위로 보랏빛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강가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배는 모래톱에 다다랐다. 마르고 입과 머리가 긴 개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따라다녔다. 한 마리는 배 밑이 불룩했는데 암 덩어리를 달고 있는 건지 눈길을 주기 어려웠다. 건너편 가트의 화장터 여기저기에서  불길 들이 타올랐다.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붉은 빛들. 불꽃이 밝고 셀수록 비싸고 좋은 나무를 태우는 것이고 화장 시간이 짧게 걸린다고 한다. 24시간 불길이 이어진다는데 가까이 가보니 주변에는 지켜보는 친지들이 둘러서 있다. 멀리서 불빛만 볼 때와는 다르게 죽음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선택받은 자들만 그러한 절차를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전통에 의해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자들은 이승의 짐을 훌훌 털고 길을 떠났으리라.      

  하루를 마감하며 갠지스 강 여신에게 바치는 힌두의식 ‘아르띠뿌자’가 시작되었다. 강변 근처의 보트에서 바라보니 어둠 속에서 환하게 불을 밝힌 제단의 규모는 크고 화려했다. 낮에 인도에서 느꼈던 전반적으로 메마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꽃과 제물로 꾸며진 제단은 풍요로웠다. 의식을 주관하는 자들의 일정 톤의 주문과, 방울소리, 무리들의 웅성거림. 공간을 가득 메운 소리들은 신비로웠다.      

 믿음으로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다. 힌두신앙에 의하면 강가의 성스러운 물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가 씻기고 이곳에서 죽어 그 재를 강가로 흘려보내면 윤회로부터의 해탈을 얻는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것인가? 그 만큼 삶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보다.     

 동화 ‘백만번 산 고양이’가 떠올랐다. 줄무늬 고양이는 여러 사람들의 고양이로 살았지만 백만 번을 죽고 백만 번을 살았다. 고양이는 도둑고양이가 되어 하얀 고양이를 만나 사랑을 완성하고 되살아나지 않았다. 줄무늬 고양이는 그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자유롭게 살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됨으로써 처음으로 다른 존재인 하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윤회에서 벗어났다. 무조건의 믿음과 무조건의 사랑은 통하는 것인가 싶다.     

 배는 물가 가운데 섰고 사람들은 꽃등에 불을 밝혔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팔려고 할 때는 몰랐지만 어둠 속에서 촛불로 밝게 빛나는 주황색 꽃들은 아름다웠다. 1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었고 바구니를 남기고 간 아이들이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마다 소원을 하나씩 담아 꽃등을 강물에 띄워 보냈다. 집에 있는 자녀들이 떠올랐다. 강바람에 잔잔히 흘러가는 물결 따라 꽃등은 떠내려갔다. 배에 탄 사람들이 종교는 달라도 그 순간에 각자의 믿음과 사랑은 완벽했으리라. 강가에 배가 도착하니 꽃바구니를 배에 두고 내렸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서 어린 나이에 장사에 뛰어든 소녀들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갠지스 강가의 밤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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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인구는 약 9억 5천만 명이고  면적은 한반도의 15배다. 종교는 힌두교가 82.6%, 회교가 11.4%이며 불교는 극히 적다. 카스트 제도가 있어서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샤, 수드라이. 네 계급이 존재한다. 불교의 4대 성지는 룸비니(부처님 탄생지), 보드가야(부처님 성도지), 쿠시나가르(열반의 땅), 녹야원(초전법륜지)이다. 세계 7 대불가사의 중의 하나이고 아름다운 사원인 타지마할은 1648 년에 만들어졌다. 타지마할이란 ‘마할의 왕관’ 이라는 뜻을 가지며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 그의 사랑하는 왕비 뭄 타즈마할을 위하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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