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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화 Feb 26. 2022

상상 속의 호숫가 마을을 만나다

청정지역 노르웨이


2012년 여름 방학 때 남편과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7박 8일 동안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네 개국을 간다는 일정이니 거의 찍고 오는 수준이었지만 며칠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사전 지식도 별로 없었고 숲이 많은 북유럽 국가 중 어느 나라가 마음에 다가올까 막연한 생각만 했다.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청정지역 노르웨이의 자연이었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는 사정상 6시간 가까이 늦게 떠났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 코펜 하겐으로 가는 비행기는 끊긴 상태였다. 예정과 다르게 덴미크 일정은 생략되었고 암스테르담에서 묵은 후 노르웨이로 가게 되었다. 오슬로 시내를 둘러본 후 ‘오따’로 이동해 간 숙소는 숲 속에 있는 단층 통나무 집 이었다. 자연미를 살려 창도 넓었고 주변엔 야생화가 피어있어 산책하기 좋았다. 부속 건물의 지붕이 잔디와 풀들로 덮여있어 특이했는데 겨울이 길어서 보온을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버스는 ‘게이랑에르 피요르드’를 향해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산 중턱에는 구름이 둘려져 있었고 골짜기에는 여름인데도 군데군데 하얀 잔설이 남아있었다. 하늘빛과 나무 빛을 품은 호수가 펼쳐지다가 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집들은 하얀색과 적갈색, 노란색 등을 띄며 예뻤다. 구불구불 높은 산길이 이어지면서 더욱 웅장해진 산에 간간히 긴 줄기의 폭포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빙하시대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이 내려 앉아 형성된 깊은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졌다는 피요르드. 전망대에서 바라본 게이랑에르 피요르드의 절벽은 날렵했고 물빛은 서늘했다. 게이랑에르에서 헬레쉴트까지 유람선을 타고 1시간 여 동안 가면서 노르웨이의 자연을 몸으로 느꼈다. 7자매 폭포와 맞은편의 물병 모양의 폭포 줄기도 시원했다.      

 일행들과 함께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니 호수 마을이 보였다. 식당 바로 근처에 노란색과 파랗고 빨간 보트가 정박되어 있었다. 노르웨이의 평범한 마을이겠지만 특별하게 여겨지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상상과 실제가 다른 경우도 있다. 예전에 베르사이유 궁전에 갔을 때 기대와 달랐었다. 터어키에서 돌마바흐체 궁전을 보고 '상상 속의 베르사이유 궁전 같은 곳이구나'싶은 적이 있었다. 스위스에서도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에 대한 기대가 커서 머릿속 이미지와 다르다고 여겨졌다. 노르웨이에서 '상상했던 스위스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일상에 부대껴 자연이 그리워질 때 노르웨이를 떠올린다. 

‘노르웨이의 숲’, 비틀즈의 노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제목이지만 가사나 소설 내용과는 별개로 그 단어 자체가 울림을 준다. 나무들이 곧게 뻗은 노르웨이의 숲을 떠올리는 것으로 마음은 위안을 받는다. 


 오슬로 북쪽의 노르드마르카 숲에 있는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에서는2014년에 나무 1000그루를 심고 100년 뒤에 나무들을 종이책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매년 한명씩 100명의 작가를 선정하는데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다섯 번째 작가가 되어 ’사랑하는 아들에게‘ 원고를 기증했다. 전달식이 끝나고 200여명의 사람은 30초 동안 ’침묵의 시간‘을 통해 숲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고 한다. 종이책의 운명이 100년 뒤까지 살아남기를 바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숲을 가꾸는 노르웨이 사람들에게서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과 노력이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숲은 사람들에게 안식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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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랑에르는 뫼레오 그롬스달 주에 있는 인구 250명의 작은 관광마을이다.게이랑에르 피요르드는 길이 16Km, 깊이 300m로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진입로가 험해서 노르웨이 관광의 최적기에만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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