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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화 Feb 26. 2022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보이는 골목길

퀘백, 걷고 싶은 쁘띠 샹플렝 거리


항상 하는 수업이었지만 언제나 부담이었다. 매년 2월말에 새 학년을 앞둘 때면 롤러코스터 내려오기 직전 높이 올라가는 순간처럼 긴장감이 들었다. 명퇴신청이 확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구속에서 벗어나 몸이 붕 뜬 것처럼 홀가분함을 느꼈다. 며칠 지나자 허전함이 다가왔다.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상실감으로 멍해지기도 했다. 시선들을 부담스러워하다가 그리워하니 좀 더 떨어져있는 잔디밭이  촘촘해 보이는 것처럼 갈팡질팡하는 격이었다.      

 페이스 북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다.

“어느 날,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다

 인간에게서 가장 안타까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하며 남편과 5월에 여행을 떠났다. 미국 동부와 캐나다를 둘러보는 패키지여행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앞 가까이 가는 유람선을 타고 물보라를 맞았을 때는 가슴이 탁 트였다. 일행 중에는 브라질 이과수폭포를 가봤다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이과수 폭포의 한 줄기 정도로 여겨져 감흥이 없다 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가 보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있는데 캐나다 쪽이 더 웅장하게 여겨졌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거쳐 퀘백으로 이동했다. 


 캐나다의 프랑스 풍 역사도시 퀘백에서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인상적이었다. 세인트로렌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성곽에 자리 잡은 중세 프랑스 풍 건물은 청동 지붕과 붉은 벽들 건물로 기품이 있었다.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로어 타운에 위치한 쁘띠 샹플렝 거리로 갔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번화가이며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은 거리이다. 사진이 잘 나온다는 장소에서는 골목의 건물 사이 뒤로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보였다. 눈여겨보니 골목의 석조건물들은 공들여 지어졌고 건물의 창과 테라스에는 화분들이 놓여져 있고 간판들도 예뻤다.      

 골목길은 정겹다. 퀘백의 골목길은 유럽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잘 보존되고 가꾸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골목길은 개발에 의해서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릴 때, 서울 공덕동에 살았는데 한옥인 집 앞을 나서면 여러 갈래 길이 좁은 골목으로 이어져 있었다. 가까이 있는 외갓집을 가려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아주 좁은 골목을 지나가야 했다. 학교를 가려면 회나무가 아주 큰 집 앞을 지나 언덕을 넘어 걸어가면서 작은 구명가게도 구경했다. 약국을 지나 목욕탕이 나타나면 큰 길이 나왔다.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오는 정다웠던 그 곳은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마포구 공덕동은 아파트 숲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건재 하는 골목길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사라지기보다는 진화하면서 유지되면 좋겠다. 프랑스풍의 까페와 기념품 가게, 갤러리가 있는 쁘띠 샹플렝. 고풍스러운 건물이 아름다운 곳. 샤토 프랑트낙 호텔이 보이는 골목길. 여유롭게 걷고 싶은 거리로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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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백은 인구의 95프로가 불어를 하는 곳이다. 퀘백 시에는 1823년 이래의 성채를 비롯해 17세기 이래의 건축물이 많다.  샤토 프랑트낙은 2차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결정한 회의가 열린 곳이다. 호텔은 히치콕의 영화 ‘나는 고백한다’의 배경이 되었고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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