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특별한 엘도라도 리조트
‘엘도라도 리조트’는 특별한 곳일 거라 상상했다. ‘황금의 나라’를 뜻하는 이름도 기대에 한 몫을 했다.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지를 그렸다. 2020년 여름, 남편과 딸과 함께 신안군 증도의 리조트로 휴가를 갔다. 숙소는 별다르지 않았다. 벼르고 미루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건물은 낡아 갔나보다. 가족들이 쉬는 동안 리조트 앞 바다로 혼자 나갔다. 해변을 따라 설치된 초가지붕 모양의 그늘막이 외국의 바닷가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근처의 우전해수욕장에도 그런 그늘막이 줄지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과 오붓하게 자연을 느끼려고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젊은 부부들, 갯벌을 걷는 중년의 남자 분, 보트를 타는 청년...각자 나름대로 바다를 느끼고 있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 갯벌은 살아있다. 작은 구멍들에서 보글보글 물이 솟구쳤다. 썰물로 드러난 갯벌위에 구불구불한 줄이 보였다. 조개의 발자취였다. 얼마나 오랫동안 천천히 꾸준하게 기어온 것일까? 한편에서는 게가 옆으로 부지런히 이동했다. 한 중년아저씨가 게를 잡아 부인에게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말소리가 들렸다. 근처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서 왔냐는 등의 말을 나누게 되었다. 아저씨는 그 지역에 직장이 있고 두 분은 주말부부라고 했다. 진도에 새로 들어선 리조트가 좋았는데 바다는 엘도라도리조트 앞이 훌륭하단다. 처음 봐도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이 자연의 힘인가 보다. 넘어가는 해가 바다와 갯벌을 비추며 눈앞은 무수한 반짝임으로 가득 찼다. 노 젓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보드를 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의 실루엣이 어우러졌다. 노을과 잔잔한 파도, 아이들 노는 소리가 아득한 저녁 바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걷는 아이에게도 노을을 본 기억이 곱게 남아 있을 듯하다.
저녁에는 리조트 건물 앞 바닷가 천막 안에서 먹을 수 있는 바베큐를 신청했다. 예약 번호에 따라 테이블이 배정됐고 카운터에서 재료를 받았다. 음료나 김치 등은 옆의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가족들과 1박2일로 멀리까지 왔으니 만찬에 참가했다.
아침바다는 차분했다. 서서히 조용하게 밀려오는 밀물을 느끼며 맨발로 걸었다. 부지런히 나온 몇몇 사람들은 바다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숙소 1층에서는 천일염을 팔았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숙소를 떠날 때 10 kg 소금 한 포대를 샀다. 한참을 먹을 수 있으니 든든했다.
근처의 태평염전을 둘러보러 갔다. 소금박물관은 1953년 건축된 석조소금창고를 개축해서 소금의 역사와 천일염 제조과정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신안 갯벌 천일염 어업은 2016년 국가 중요 어업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소금은 소(牛)나 금(金)처럼 귀한 물건 또는 작은 금(小金)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갯벌 천임염 어업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전통기술과 소금장인의 노하우를 이용해 바람과 햇볕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전통어업활동이다. 근처 소금밭 체험장도 둘러봤다. 1984년에 개봉했던 영화(박완서 원작) ‘그 해 겨울은은 따뜻했네’가 생각났다. ‘6.25 전쟁 때 부모를 잃은 일곱 살 수지는 피난길에서 다섯 살 오목이의 손을 놓아 버린다. 오빠를 만난 수진은 상류층이 되지만 오목은 고아원에서 자라 고생을 한다.’주인공 오목이(이미숙 분)는 결혼을 해서도 힘들게 일했다. 염전에서 맨발로 풍차를 밟아 돌리면서 소금을 만드는 장면이 너무 고생스럽게 여겨져 기억에 남았다. 생산 방법이 개선되었겠으나 바닷물을 소금으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소금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어봤는데 짭조롬한 감칠 맛이 났다.
증도 왕바위 선착장에서 차를 배에 싣고 자은도까지 이동했다. 자은도 분계해수욕장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여인송이 우뚝 서 있었다.자은도에서 암태도, 압해도를 거쳐 목포로 이동했다. 암태도와 압해도는 2019년4월에 개통된 천사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천사대교는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특성이 반영된 이름이다. 많은 섬들이 다리로 이어진 신안군 섬들을 다시 찾고 싶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