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휴식처, 노들섬
노들섬에서 본 풍경
세종문화회관 아카데미에서 여행드로잉 교육을 받았다. 5명의 지도 작가와 27명의 수강생이 전시회를 대비해 서울의 모습을 그렸다. 우리 조는 ‘도심과 어우러지는 자연’이라는 주제를 정해 작품을 준비했다. 명륜당, 성북동 복정마을, 인왕산, 노들섬 등 현장을 찾아갔다. 노들섬 잔디밭에서 한강철교 건너편 여의도 건물들이 보이는 풍경을 스케치했다.
2018년 가을에 정조 대왕 능행차 재연이 있을 때 노들섬을 와본 적이 있다. 9호선 노들역에서 내려 한강대교를 건너갔다. 차를 타고 한강대교를 지나간 적은 있지만 걸어 간 것은 처음이었다. 난간에 다양한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자살 방지를 위한 사회 각계 사람들의 말이었다.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 태양의 빛과 대지의 꽃, 숨 쉬는 모든 것과 함께 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진 것이 많고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것이 내가 지닌 생명이다’ 이어령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건너 노들직녀까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설치된 배다리(舟橋)가 보였다. 배다리는 능행차 시 배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고 그 위에 판재를 건너질러 만든 부교(浮橋)였다. 재연이 돼서 노들섬까지 건널 수 있는 체험이 가능했다. 노들섬에는 능행차와 관련된 전시들이 있었다. 정조대왕은 즉위 20년이 되는 1795년에 수행원 6천여 명을 이끌고 수원화성으로 행차를 했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비롯한 행사들이 ‘원행을묘정리의궤’로 남아있다. 그 기록들에 의해 재연이 가능해서 다행이었다.
3년 만에 노들섬을 다시 찾으니 그동안 정비 사업으로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북카페와 식물전시실, 공연장과 산책로 등 새로운 공간들이 조성되었다. 자연미가 없어진 것이 아쉬웠지만 휴식처가 마련된 것은 효율적이었다. 노들 마당 잔디밭을 지나 버드나무 늘어진 쪽으로 가면 한강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기차와 1호선 전철이 운행되는 한강철교들이 보였다. 세워진 시기와 형태가 다른 네 개의 철교는 겹쳐보였다. 시야에서 첫째와 둘째로 보이는 철교는 녹색으로 단선 철교였다. 셋째는 은색 복선, 넷째는 녹색 복선 철교인데 높이 솟아있고 입체적이었다. 그림그리기가 복잡하지만 멋스러웠다. 한강 철교들 뒤로 여의도의 빌딩들이 솟아 있었다. 높게 솟아 있는 63빌딩. 기하학적 건축 디자인이 돋보아는 IFC(국제금융센터), 붉은 색 세로줄이 인상적인 파크 원 등이 어우러져 세련된 스카이라인을 형성했다. 철로 위로 기차와 전철이 지나가자 도시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서서히 변화하면서 서울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2018년 가을, 노들섬 배댜리 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