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받는 신예들의 재기발랄한 단편소설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일의 기쁨과 슬픔>

by 치유

유명한 책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2019년 올해의 책'은 꼭 읽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예쁜 표지의 올해의 책 두권


서점에 가서 소설가와 시인이 선정한 올해의 책을 찾아보니 파스텔톤의 예쁜 표지다. 제목조차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니. 당장 사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집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다. 총 7개의 단편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 생각했다. '아, 이래서 올해의 책이구나'


여기, 출판인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또 다른 책이 있다. 이 책의 표지도 핑크색이다. 게다가 소설의 제목도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니. 일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매일 고민하는 내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역시 '올해의 책에 선정될만하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쓴 김초엽 작가는 소위 말하는 무서운 신예다. 1993년생으로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젊은 작가는 2017년, '관내 분실'로 제2회 한국 과학 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오늘의 작가상’, ‘젊은 작가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잇따라 받으며 문학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따뜻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총 7개의 SF 소설이 수록된 단편소설집이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들은 내가 기존에 보아왔던 SF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SF라기보다는 따뜻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 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7개 소설 모두 주인공 화자는 여성이다.


여성 과학자, 여성 우주인 등 기존에 남성이 주로 주인공이었던 분야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


무엇보다 이 소설들은 나의 상상력이 얼마나 얕고 좁은 가를 실감케 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우주 행성 어딘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성년이 되면 '순례자'들은 지구로 떠나는데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이 늘어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다.


<스펙트럼>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들의 정체도, <공생 가설>에 나오는 류드밀라의 행성도, 나의 상상력을, 아니면 어쩌면 기존의 SF소설의 지평을 훨씬 뛰어넘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어쩌면 그 특별함이 이 작가의 소설들을 빛나게 만든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없었다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젊은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회사 동료가 보내준 창비 사이트 링크에서였다. 2018년 창비 신인 소설상을 받고, 온라인으로 선공개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내가 그 글을 보게 된 방식처럼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고 전파되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소설인가 다큐인가


그 글을 읽고 나는 ‘이건 소설이 아니라 거의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현대 사회를 세태를 너무나 잘 반영한 사실적인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 2019년 <일의 기쁨과 슬픔>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다.


작가 장류진은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한 이후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작가가 되기 전 대학을 졸업하고 판교 IT업체에서 7년 이상 일을 했다는 작가의 소설들은 20-30대 직장인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금 모자라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총 8개의 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이다.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다소 낮음>, <도움의 손길>,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새벽의 방문자들>, <탐페레 공항> 8개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숨쉬는 것 처럼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잘 살겠습니다>의 빛나 언니를 보며, 내 주변의 눈치 없고 속 터지는 누군가가 선명히 떠올랐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에서 혼자 썸 타고 있다고 상상하는 남자를 보며, 현실세계에 생생히 존재하는 인물 같았다. <다소 낮음>을 읽으며, 우리 주변에 있을 만한 느리고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작가는 빛나 언니나 장우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았다. 답답하고 기브엔 테이크를 모르고, 자본주의에 약살 바르게 대응할지 모르는 인물일지라도 독자들이 그들을 끝까지 미워하게 두지는 않는다.


소설을 읽고 나면, 현대 사회의 기준으로는 조금 모자란(?) 사람들일지라도 어쨌든 그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게 될까?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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