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함과 고귀함을 느낄 때 우리는 사랑이 된다.

리베라 소년합창단 <Ave Virgo>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필자가 최근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리베라 소년합창단의 노래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 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합창단의 노래가 끌렸던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초유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이 노래 속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사망자가 매일 발생하는 가운데 거리에는 사람이 끊겨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사회적으로 격리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이 혼란을 극복하게 하는 근원의 에너지를 찾아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리베라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의 떨림과 영혼의 울림에 집중했다. 리베라 소년합창단의 대표곡인 <Sanctus> <Ave Maria>를 들어보면 어린 소년들 특유의 맑은 목소리와 신비로운 화음이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마치 아무런 병도 없고 고통과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진 천국에라도 온 듯 마음이 지극히 평화롭고 기쁨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번잡한 일상 속에서 리베라 합창단의 노래를 즐겨 듣는 이유도 이와 같은 찬란한 느낌을 만끽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리베라 소년합창단의 또 다른 노래인 <Ave Virgo>는 앞의 두 곡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에 가사를 붙인 <Ave Virgo>는 좀 더 경건하면서도 숭고하고 고귀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가슴에서 거대한 사랑의 빛이 뿜어져 나와 뜨거운 연민의 감정을 솟구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나의 아픔처럼 생각되고, 다른 사람의 절망이 가슴을 북받치게 한다.


대구와 경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온 국민이 보여준 성원과 격려는 우리 스스로가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환자들이 급증해 의료진이 부족하자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일손이 필요한 곳에 몰려가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환자가 늘어 병상이 부족하자 삼성과 LG를 비롯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연수원을 환자들을 위한 치료시설로 선뜻 내놓았다. 어디 이뿐인가? 일반 시민들은 성금을 보태며 국가적 재난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자신도 감염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숭고한 모습, 집이 치료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연수원과 가까워 불안함과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모습, 이 모두가 우리 스스로가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필자는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만드는 일을 틈틈이 하고 있는데 진주시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원고를 쓰다가 펑펑 운 적이 있었다. 1937년 경상남도 사천군에서 3남 3녀의 둘째로 태어나신 할머니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집안일을 거들다 22살의 나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시부모님과 시누이, 세 명의 시동생이 있는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서 죽도록 농사일을 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사는데 남편이 술만 먹으면 욕을 하고 마구 때렸다고 한다. 남편이 얼마나 모질게 굴었는지 아직까지도 치가 떨린다는 할머니는 남편과 시댁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시댁 식구들을 더 잘 보살펴야겠다고 마음먹고 알뜰살뜰 세심하게 챙겼다고 한다. 그렇게 시댁 식구들 뒷바라지하면서 산 세월이 40여 년. 남편은 3년 전 폐암으로 먼저 떠나고 자식들도 모두 성장해 객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처럼 모두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일수록 우리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는 사랑의 불꽃을 꺼내 서로를 향해 비춰야 한다. 그래서 어둠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심과 욕심, 두려움과 불안감을 잠재워 더불어 나누고 함께 이길 수 있도록 사랑의 불꽃을 더 크게 키워야 한다. 숭고함과 고귀함을 느낄 때 우리는 사랑이 된다. 거룩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사랑의 존재라는 증거다. 무언가 느낀다는 것은 느끼는 무언가가 내면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리베라 소년합창단의 <Ave Virgo>를 들으며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사랑을 숭고함과 고귀함이란 느낌을 통해 깨워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UUeKEdwep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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