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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오일장, 식재료 구입

어쩌다, 제주

by 별나라



제주에 오일장이라니?!


막 도착한 숙소의 사장님은 오늘이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신다. 앗, 제주에 오일장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모슬포 오일장으로도 불리우는 대정 오일장은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서 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리는 전통재래시장이다. 대정읍내에 상시로 있는 중앙시장도 있지만 대정 오일장의 규모가 훨씬 컸다. 오일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일단 지붕이 있어서 뜨거운 태양빛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한여름이지만 과일가게마다 귤과 황금향 등이 쌓여 있었다. 아 여기 제주 맞구나! 시장이 파할 시간이라 그런지 벌써 푸른 잎사귀들만 나뒹구는 자리도 있었고 여전히 김을 모락모락 올리며 손님을 유혹하는 순댓집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순댓집은 아니었다. 돼지의 온갖 부위들이 삶아져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간, 염통, 허파 정도는 알겠는데....난이도 최상을 방불케하는 신기한 부위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제주는 흑돼지의 성지. 호기심으로 한개 정도는 먹어볼 수 있는데 한접시를 사려니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제주 오일장에서 구입한 것들


그 옆에 위치한 떡집에는 다양한 종류의 떡들이 있었는데 그중 오메기 떡이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이 사가는 오메기 떡보다 말도 안되게 저렴하게 팔리고 있었다. 일단 한팩을 구입. 나중에 먹어본 오메기떡은 쫀득한 찹쌀과 쑥을 넣어 만든 떡에 달지 않은 팥소와 판고물이 아낌없이 들어간 담백한 맛이었다. 한라봉 청이나 견과류 등을 넣어 만든 것이 아니라 더 좋았다.

제주하면 뭐니뭐니 해도 제주 고사리다. 깨끗하게 말린 고사리를 팔고 있었다. 무게는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가벼운데 가격은 꽤 나간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게 이쁘게 말려 포장이 되기까지 정말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전에 캠핑클럽에서 이효리가 차라리 사서 먹는게 백배 낫다는 말을 했던게 기억이 났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리울 정도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여 임금님께도 진상했다는 제주 고사리는 4,5월이 채취기간이라고 한다. 습하고 음지에서 잘 자라는 고사리는 봄철 고사리 장마라 불리우는 비가 내리고 나면 곶자왈이나 오름 등 숲이나 덤불 깊숙한 곳에서 많이 자라난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고사리 명당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사실. 땅 속에서 이쁘게 올라온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기 전 동그랗게 말려있는 어린 순일때 채취한다. 오일장에서 구입한 건고사리는 정말 어린 순들이 도르르 이쁘게 말려 있었다. 주로 고사리 나물을 해먹지만 이번에는 역시 캠핑클럽에서 이효리가 만든 고사리 파스타를 해먹고 싶다. 제주에서는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비빔밥 등 다양한 요리에 고사리가 활용되고 있었다.



대정 오일장과 자리돔
돼지의 다양한 부위들
다시마와 깨, 새로 발견한 식재료 양하



야채가게에서는 미니단호박 즉 밤호박을 구입했다. 양파 망 같은 큰 초록색망에 밤호박이 가득 들어있었는데...10키로가 넘으려나 싶었다. 그런데 단돈 만원. 맛있느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당연히 맛있죠! 아니 우리집 호박만 맛있다는게 아니라 지금 이 시기에 나오는 밤호박은 다 맛있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셨다. 밤 같은 파근파근한 식감은 아니었지만 며칠 숙성했다가 쪄서 먹으니 당도가 놀라울 정도였다. 보관도 오래 할 수 있고 너무너무 잘먹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오일장에서 산 것 중 더 많이 사올걸..하고 가장 후회를 많이 한 품목이었다. 밤호박 사러 다시 가고 싶을 지경. 아, 이 집에는 눈길을 끄는 생전 처음보는 특이한 야채가 있었다. 이름을 물으니 아저씨는 말해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양하"라고 알려주었다. 제주에서는 제삿상에 올리기도 한다고 하는데 자줏빛이 살짝도는 이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번에 꼭 도전해 보기로!

제주는 섬이라서 역시 해산물이 풍부했다. 자리돔은 시기가 지났고 한치와 갈치가 많았다. 한여름밤 수평선에서 빛나는 어선들은 대부분 한치와 갈치를 잡는 배라고 한다. 가기런치 줄맞춰 정렬되어 있는 갈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우라를 보여주었다. 가격도 역시 넘사벽. 정말 굵고 짱짱한 갈치들은 십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에 비해 한치는 저렴했다. 한바구니 가득 담긴 생물 한치가 만원인데 오천원 어치만 샀는데도 양이 엄청났다. 유후~~이렇게 구입한 한치로는 한치 파스타, 한치 숙회, 한치 볶음을 해먹을 예정이다. ㅎㅎ 옥돔도 많았는데, 국산 옥돔은 진공팩에 넣어져 냉장고에 들어가 있고 밖으로 나와 있는 옥돔들은 중국산이라고 한다. 저렴한 중국산 옥돔도 구워먹을 생각으로 구입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의 옥돔 맛있게 굽는 법 미니강의도 듣고~~



여행지에서 요리하기 추천


어느 나라를 가든, 어느 도시를 가든, 사람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고 또 그들이 만들어 낸 시장의 모습은 다 똑같다. 삶의 냄새가 집약되어 흘러다니고 사람과 각종 제철 식재료들에게서 나오는 에너지에 생기가 흘러 넘친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하고 있는 지역의 재래시장을 찾아가 제철 식품을 구입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참 재밌다. 맛집을 찾아가 먹은 음식은 주문하여 나온 최종의 모양과 맛만 느낄 수 있지만, 직접 시장에 나가 제철 식재료를 선택하여 씻고 다듬고 썰고..지지고 볶고 쪄서 만들어진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료부터 음식이 되어 내 입에 들어가기까지, 아니 아름다운 맛이 되기까지 오롯이 전부 내 것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들은 비록 감칠맛이 좀 떨어지고 플레이팅이 이쁘지 않더라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마 내 손으로 고른 맛있는 식재료의 본연의 맛과 향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전 남미를 여행할 때 칠레의 한 도시에서 한 양동이에 만원도 채 되지 않는 꽃게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싸고 싱싱하고 풍부한 양에 압도되어 당장 구입하여 한 솥을 찌고 꽃게탕, 꽃게라면 등을 끓여 먹고 싶었으나, 그날 묵을 숙소는 부엌이 없었고 고춧가루, 라면도 없었다. 정말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앞으로는 기본 양념 조금이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것과 반드시 부엌있는 숙소를 구할 것... 이었는데 정말 햇수가 흘러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되었다. 길지 않은 제주 여행에서 이것 저것 많이 만들어 먹었다. 요리에 질린, 요리에서 탈출하고 싶어 여행 온 분이 아니려면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여행의 새로운 영역을 만나게 될 듯하다.




여행메모:

1. 주소 : 서귀포시 대정읍 신영로 36번길 65

2. 대정오일장 근처에는 주차할 곳이 많았다.

3. 생선류를 파는 곳이 아주 많지는 않았고, 여름에 간다면 밤호박 구입 진짜 추천.

4. 시장 내에도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 가볍게 먹기 좋다.

5. 귤이랑 과일 등은 대정읍 중앙시장도 가격도 좋고 맛도 좋았다.

6. 대정오일장 바로 앞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옥*식당이 있다.(보말 칼국수 맛집)

7. 마라도 가파도 가는 운진항에서 가까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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