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00고지, 람사르 습지를 아시나요?

어쩌다, 제주

by 별나라


한여름 제주, 시원한 곳은 없을까?


1100고지. 연일 이글거리는 태양에 주변이 온통 뜨거움 뿐인데 '1100고지'란 단어를 들었을 때 왠지모를 시원함이 묻어나왔다. 한라산 정상을 동쪽에 끼고 있는 산간도로 1100로는 제주의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이다. 이 도로를 달리다보면 우리나라의 국도 중 가장 높은 1100도로의 마루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 바로 해발 1100미터에 위치한 휴게소 겸 전망대가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에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개척하고 한국 산악 역사에 큰 기여를 한 고 고상돈 산악인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도 있다. 그리고 길을 조심스레 건너면 '1100고지 습지'를 들어가는 입구를 만나게 된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그것도 1100고지에 습지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1100고지 습지는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된 습지로 16개 이상의 습지가 여기 저기 분포되어 있으며 2009년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설정되고 같은 해에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12번째 람사르 습지가 된 것이다. 람사르 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대한 보호조치가 진행되는 곳으로, 멸종위기 등급의 동식물과 희귀한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는 습지들이다. 람사르는 이란에 있는 도시이름인데 이 곳에서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에 람사르 습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놀라운 건 우리나라에 있는 20여 곳의 람사르 습지 중 다섯개가 제주에 있다는 것이다. 1100고지 습지, 숨은물벵듸 습지, 동백동산 습지, 물장오리 습지, 물영아리 습지가 그것이다.


제주에 있는 람사르 습지들 1100 고지 휴게소



1100고지 습지 입구에 서면 금릉 해변에서 느꼈던 뜨거운 열기는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시원하다. 더군다나 입구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길을 상쾌함을 더해준다. 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습지를 둘러보는데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습지에는 희귀한 식물 생태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의 야생동물 등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이런 귀하신 분들이 이날 처음 온 어리버리한 여행자 눈에 띄일 리가 없다. 1100고지 습발지에도 야생동물 1급인 매와 2급인 말똥가리, 조롱이, 황조롱이가 서식한다고 하는데...역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알아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들이 어딘가에서 쉬고 있었거나.


습지의 분위기는 신비로웠다. 1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서로서로 이웃하고 있다. 그 웅덩이 위에 나무 데크길이 놓여 있어 습지를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이곳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물이 고여 있거나 질척거리는 흙 위에는 무언가 생명체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물이 숭숭 빠지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에 이렇게 물이 고여 있다니 신기하다. 이 물이 야생동물들에게 중요한 물 공급원이 된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유난히 어디선가 굴러 온듯한 암석들이 많았다. 이 암석들은 습지 주변에 오름들이 만들어지면서 흘러나온 용암의 파편들이라고 하는데 누가 던져놓은 듯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다. 이 용암 암석위에 습지의 습기때문인지 지의류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가 공생하여 형성된 독특한 생명체라고 한다. 또한 대기오염지표 생물로서 1100고지 습지의 건강한 자연환경을 알려주는 생물자원이기도 하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암석들위에 이끼류가 마치 곰팡이처럼 끼어 있는 모습이 생경하다. 암석하나도 허투루 보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야생화와 양서류, 파충류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쇠살모사도 산다는데 역시 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살아 돌아다닐것 같은 분위기였다. 개구리와 도룡용은 그래도 잘 보여 지나가는 여행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더 신기해한다.

해발 1100미터라서 그런지 공기도 참 좋았다. 오염하나 없는 공기에 갖가지 나무들이 향기로운 숨을 내뿜어서 그런지 상쾌하다. 가만히 보면 모두 다른 나무들인데... 알아 볼 수 있는 나무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들은 한번 더 바라보게 된다.




1100 고지 습지가 가장 좋았던 건 역시 기온이다. 한여름이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느껴지고 촉촉한 기운이 좋다. 더불어 초록을 눈 안에 충분히 담을 수 있어서 힐링이 된다. 숲 해설사와 함께 습지를 즐긴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한라산의 생태에 관심을 갖고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점이라면 너무 너무 길이 짧다는 것. 후딱 본다면2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짧은 길. 여유롭게 보아도 한시간을 넘기긴 힘들다. 하지만 편안하고 안전한 나무데크위에서 습지를 들여다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해변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이곳 습지에는 간간히 눈에 띄일 뿐이었다. 비록 한라산의 한 작은 조각에 불과하지만 한라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습지를 인식하고 즐긴다면 더 좋을 듯하다.

이 코스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서귀포 자연휴양림 추천. 이곳도 시원하게 여름을 즐기는 곳이고 충분히 원하는 만큼 걸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여행메모:

1. 1100고지 습지 위치: 1100고지 휴게소 건너편

2. 입장료: 무료, 소요시간: 1시간 정도

3. 난이도: 하(휠체어도 가능)

4. 1100고지 휴게소앞에 무료 주차가능

22. 치도 서귀포시 색달동 산 1-2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색달동 산 1-2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