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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Jan 17. 2022

거부당할수록 더 끌리는 치명적 매력, 용머리 해안

용머리해안 여행은 전화 한 통으로부터


그때 그 노신사분의 말을 들었어야만 했다.

사계리 용머리 해안. 이곳을 구경하기가 이렇게도 힘들 줄이야!

지난 여름 2주간이나 제주에 머물렀으면서도 용머리 해안을 영접할 수 없었다.

그 노신사분을 만난 날. 그날이 나의 여행기간 중 입장가능한 마지막 날이었다.

산방산 아래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사계리 해변을 거닐었다.

천천히 천천히 용머리 해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어느 순간 전망대로 보이는 곳을 올라가게 되었다.

아 어찌나 태양이 뜨거운지...정신이 혼미해졌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늘 한점 없었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전망대처럼 보이는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그때였다. 그분을 만난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여행객인 나에게 용머리 해안을 꼭 가보라고 하신다.

네~라는 대답을 했지만 작열하는 태양을 뚫고 내려갔다 올라갔다 다시 차가 있는 카페 주차장까지 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오늘만 날인가?

하지만 그분은 용머리 해안이 너무 아름답다며, 오늘은 갈 수 있다면 꼭 가라고 강요같은 권유를 해주셨다.

사모님의 그만하라는 강력한 한방으로 마무리 되었긴 하지만....


하여간 그날 들어갔어야만 했다.

어쩌면 그분은 신이 나에게 보내준 여행의 메신저였을지도 모른다.

주차된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태양의 열기에 이미 의욕이 상실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오늘 아니면 내일 가면 그만인 것을...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다.

제주여행에서 오만은 금물이다. 안되는 것은 정말 칼 같이 안된다.

그날 이후 무슨 저주라도 걸린 듯 날씨는 정말 화창한데 파도가 높아 입장금지란다.

아침에 눈을 뜨면 9시가 되기를 기다려 전화를 한다. 역시 입장금지.

그렇게 난 용머리 해안에 지속적으로 거부 당했고 결국 여름 제주를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제주, 이번엔 겨울이다.

마치 제주여행의 루틴이라도 된듯 아침이 되면 전화를 건다. 오늘 용머리 해안 입장이 가능한지.

용머리 해안은 여름보다 겨울인가 보다. 만조라서 12시부터 가능한 날은 있지만 못가는 날은 없었다.

이렇게 쉬울 일이었나? 드디어 그날이다. 용머리 해안 가는 날. 뚜둥~~~!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멋진 줄 알았어!

매표를 하고 코너를 돌아서니 절경이 펼쳐진다. 오오오오 너무 멋지다! 이거였구나

누군가 주물럭 주물럭거려 던져놓은 이 오묘한 예술작품이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라니...

층층이 결이 살아 있고 제 멋대로 형성된 모양같지만 자세히 보면 무언가를 향해 가는 듯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내눈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용머리 해안을 따라 걸으면 무언가에 빨려 가는 듯한 느낌이 난다. 한 방향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아닌 느낌. 신비롭다.


용머리 해안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수천 만 년 동안 층층이 쌍인 사암층 암벽이 성벽처럼 늘어서 있다. 180만 년 전 수중폭발에 의해 형성된 화산력 응회암층으로 길이 600m, 높이 20m의 현무얌력에 수평층리, 풍화혈, 돌게구멍, 해식동굴, 수직절리단애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고 기록되고 있다. 또한 해안 오른쪽에는 반원형으로 부드러운 검은모래사장이 펼쳐져있다.

또한 용머리 해안은 3개의 화구에서 각각 분출된 화산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 흔적과 경사를 달리하는 지층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휴, 그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고 그것을 또 우리가 보러 왔다.

사실 이런 생각도 정말 잠시다. 이 멋진 녀석을 배경으로 두고 멋진 인증샷을 남기고자 사람들은 분주했다.

움푹 패인 곳에 마치 새처럼 들어가 포즈를 취하거나 아니면 어딘가에 제출할 화보를 찍는 듯 멋진 사람들도 많았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용머리 해안

한 구비 돌아서니 산방산이 코 앞에 있는 듯 하다. 산방산은 성산일출봉과 더불어 내가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가까이서 보면 그저 암벽 산인데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그리도 멋질 수 없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랄까.

용머리 해안에서도 산방산이 이리 가까이 보일 줄이야. 그저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조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산방산은 산방산대로, 용머리 해안은 용머리해안대로, 그 오래 전 여기 저기서 폭발했겠구나.


이렇게 결이 살아 있는 길이 너무 좋았다
한라산 백록담도 이리 잘 보인다
인간이 만든 다리도 있다

용머리 해안에서는 위만 올려다 보면 안된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시퍼런 바닷물 바로 아래 놓여 있다.

정말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빠질 것 같다. 위험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시퍼렇다 못해 검푸르다고 할까...

다리를 건너가면 용머리 해안 코스도 거의 막바지다. 아쉬워서 돌아보고, 올려다보고, 내려다 보고 사진 찍고~~ 용머리해안 여행 루틴.



사실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들은 나라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용머리 해안을 보며 미국의 그랜드캐년, 요르단의 페트라 등등 이런 곳들이 떠올랐다.

그곳들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그 먼길을 가야 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도 이런 장관이 있다니!

더군다나 입장료도 단돈 이천원. 이 정도 돈을 내고 이 풍경을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놀랍고, 또 언제까지 이 풍경을 즐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 전 지진으로 인해 사계리 해안 어딘가가 무너졌다고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말 오랫동안 소중하게 잘 관리되고 지켜졌으면 좋겠다.

자연환경을 보며 마치 새로 산 구두가 아까워 신지 못하고 아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떠오른건 처음이다.


또 인간이 만든 다리를 건넌다.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
용머리 해안 최고의 포토존(물론 나혼자만의 생각)


앗, 용머리 해안 코스 마지막 부분에, 이제는 다 끝나가고 나가는구나 하는 시점에 정말 멋진 포인트가 나왔다.

마치 미국의 앤털롭 캐년이 연상되는 곳. 완전 포토존인데....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ㅜㅜ

하지만 내눈에 너무 이뻤던 곳이다. 가운데 구명이 뚫려 마치 미지의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빛과 함께 어우려져 정말 멋졌던 포인트.

단 동그란 부분에 사람이 있어야 더 멋지다.

사실 이날 바람도 장난 아니게 불었고 용머리 해안을 울퉁불퉁 힘들게 걸었고 너무 많은 사진을 찍은 탓에 지치기도 했지만

이곳을 보니 기운이 확 났다.

아 진짜 절경이구나...


마지막 힘을 내서 올라가야 용머리 해안 투어가 끝난다


다른 곳은 몰라도 용머리 해안 만큼은 제주에 머무는 동안 한번 더 방문할 생각이다.

사람들이 좀 없는 시간에 오고 싶은데....도대체 그런 시간이 있을런지.

그리고 꼭 다시 온다면 해안가 아래 좌판을 벌여 놓고 해삼, 멍게 등을 팔고 계시는 해녀님들이 내어주시는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

시퍼런 바다를 보며 제주 최고의 절경과 더불어 좀 더 긴 시간을 즐기고 싶다.



여행메모

용머리해안 가기전 꼭 오픈시간을 확인하세요  064-794-2940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112-3
강추 주변관광지
     1. 인근: 송악산 둘레길(너무 좋아요) 사계리 해변, 산방산, 지질 트레일 코스
     2. 좀 더 가면 : 모슬포항 방파제 일몰 예술(등대뒤로 태양이 떨어지는 곳)
     3.  좀 더더 가면: 수월봉과 바로 아래 지질 트레일, 차귀도 유람선 및 탐방코스, 앗,수올봉 일몰도 예술중의 예술
     4. 인근 카페: 원앤온리(산방산 바로 아래, 산방산 뷰, 바다 뷰 완벽), 카페 갤럭시아(용머리 해안 바로 앞) 둘다 카페패스 가능!
     5. 인근 맛있게 먹었던 식당: 대정읍에 있는 하모리밥(돈가스, 커리), 물꾸럭 식당(한치물회 등),
                                              옥돔식당(보말칼국수가 밋있다고 소문난 집....맛있다니 맛있는거 같은;;), 선유식당(무늬오징어 물회)
     6. 수월봉이나 차귀도 가시면 한경가든 강강추합니다. 갈치구이, 활전복뚝배기, 간장게장 다 맛있어요!!!! 식당 깨끗하고 바로 옆에 유채꽃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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