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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 금세 오르지만 금방 사랑에 빠지죠

리틀 백록담, 환상적인 뷰를 품은 금수저 오름

by 별나라


솔직히 고백한다. 제주 380여개가 넘는 오름 중, 금오름이 간택된 것은 다 효리님 덕분이다.

아이유와 함께 올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 방송을 탔을 때 너무 아름다워 넋을 놓고 보았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멘트가 머리 속을 헤집고 다녔더랬다.

아무래도 방송빨이라는 영역이 존재함을 잘 알고 있기에 기대 반, 실망에 대한 대비 반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금오름에 도착했다.

효리님이 방송에서 말했던 금오름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어! 라는 멘트가 기억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차는 모두 주차장에 주차중이고 다들 걸어서 올라간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방송이후 차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하긴 오름 정상에 주차를 한다는게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는데....방송 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다랑쉬 오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탄탄대로가 눈 앞에 펼쳐졌다. 친구와 연연과, 그리고 가족들과 일렬로 손잡고 오를 수 있는 길.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도 20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 한 두대의 차량이 지나갔다. 패러 글라이딩을 위한 차량이다.

너무 상업적인 오름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에 도착한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정상에 도착한 순간 갑자기 사방이 뻥 뚫리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엄청나게 넓은 완전 원형분화구가 보였다. 아 얘가 리틀 백록담이구나!! '리틀'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광활했다.

분화구 둘레도 넓고 주변에 나무가 없어 한 눈에, 한 시야에 시원하게 잡혀 들어온다.

금세 올라왔는데 정말 다른 세상, 금방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금오름 오르는 길
금오름 분화구


원래 금오름의 분화구에는 물이 있었다고 한다. 아주 말라버린건지 아니면 건조해서 일시적인 현상인지 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로 여기가 분화구야~~라고 말하든 확실한 자욱이 선명하게 드러나있다. 무언가 아늑하다.

이야~~라고 소리지르며 마구 뛰어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다른 오름과 다르게 금오름의 분화구는 두 발로 총총거리며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운동회를 열어도 충분한 크기~~^^


모든 오름이 그렇듯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내 발걸음이 끝난 건 아니다. 분화구를 한번 둘러봐야 진정한 오름 트래킹의 완성.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파르다.

꾸역꾸역 올라가고 슬슬 내려가니 한적한 곳에 편히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한여름 더위도 피할 수 있도록 나무도 무성하다.


금오름의 진정한 가치는 금오름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능선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제주 서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아름답다는 협재, 금릉 해수욕장을 거느린 비양도가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다.


비양고와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금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금오름에 대해 알아보니 산정상부에 대형의 원형 분화구와 산정화구호를 갖는 기생화산체라고 한다.

남북으로 2개의 봉우리가 동서의 낮은 안부로 이어지며 원형의 분화구를 이루고 있는데 분화구 깊이는 52미터다.

분화구내에 산정화구호는 예전에는 풍부한 수량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이미 보았듯이 화구바닥이 드러난 상태이다.

표고 427.5m, 비고 178m, 둘레 2.861m

한라산의 폭발로 그 주변에 이런 기생화산들, 즉 오름들이 생겼다니 그저 신기하다.


분화구


오름 트래킹이 좋은 이유


제주하면 원래 올레길이 유명하다.

하지만 워낙 길기도 하고 각 구간마다 교통편도 편하지 않다.

몇몇 아름다운 구간의 일부를 걸어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걷기의 압박도 심하고 쉽게 도전하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오름을 오르는 건 달랐다.

대부분 오름들의 비고가 높지를 않아 20-30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고 또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높이 올라가면 올라간 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내어준다.

정상에서 안으로 움푹 패인 분화구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산 정상은 위로 치솟았지만 오름의 정상은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뭔지모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그저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더 좋은 건 분화구를 둘러싼 능선을 따라 오름을 한바퀴 돌아보는거다.

360도 돌아가며 걸을 때 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 금오름에 올랐더니 제주의 4분의 1을 다 본 느낌이다. 한라산을 비롯해 제주의 동서남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오름을 오르고 내려오면 마음이 충만하다.

비록 낮지만 내가 오름 하나를 완전히 품은 느낌이다.

제주의 오름들을 모두 오르고 싶어진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ㅎㅎ



'오름이 언제부터 이렇게 이뻤을까' 생각해봤다.

자연은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에 의해 평가되고 재평가되기도 하고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오름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오롯이 알게 되었다.

오름의 아름다움이 잘 유지되고 원래 모습대로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금오름, 환상적인 뷰를 품은 금수저 오름, 금세 오르고 금방 사랑에 빠져 버리는 곳. 꼭 올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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