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머무는 의미-디야나

안으로 향하는 감각

by 김덕분

물속의 시간, 나만의 고요

-

어릴 적 나는 시골의 개울가에서 물속에 머무는 걸 좋아했다.

숨을 참고, 몸에 힘을 온전히 빼고 물결 속에서 아무 생각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물속의 빛과 소리, 그리고 물결을 느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나만의 명상이었다.

햇살이 물결 위로 흩어지고, 손을 들어 그 빛을 잡아보려 하면 손끝을 스치는 빛의 결이 살아 있었다.


바닥의 모래와 닮은 색의 ‘수수미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따라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잡히지 않았다. 그 미끄러지는 움직임 속에서 나는 집중과 놓음을 동시에 경험했다.


물속의 시간은 고요했지만, 그 안은 생명으로 가득했다.

숨을 멈춘 순간에도 세상은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깊은 고요, 살아 있는 리듬

-

나는 영화 〈가장 깊은 호흡〉 을 보며 그때의 물속 고요를 다시 떠올렸다.


프리다이버 알레시아 제키니는 말했다.

“30미터를 지나면 수압이 저를 아래로 눌러요.

그걸 프리폴이라 부르는데, 그때가 제일 좋아요.

꼭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그때의 정적은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고요한 곳 같아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디야나의 고요도 바로 그런 순간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의식이 바깥을 향하던 방향을 잃어버린 자리.

그곳에서는 숨이 시간이고, 고요가 생명의 리듬이 된다.


고요는 정지가 아니다. 그건 살아 있는 리듬이며, 의식이 스스로를 따라 흐르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다.



존재로 머무는 순간

-

요가의 길에서 디야나는 생각을 멈추는 단계가 아니라, 존재로 머무는 단계다.


프라티야하라가 감각을 안으로 돌리고, 다라나가 마음을 한 점으로 모았다면, 디야나는 그 점 위에 머무는 ‘순간의 고요’이다.


나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경계에서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하는 나’라기보다 그저 ‘존재하는 나’로 남는다.


그곳에서는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진다.

물과 빛, 숨과 의식, 안과 밖이 경계를 잃는다. 그게 디야나의 고요이고, 내가 요가를 통해 찾는 고요이기도 하다.



덕분에, 고요히 머무는 요가

-

덕분에요가의 수련은

움직임과 고요가 함께 살아 있는 수행이다.

몸이 고요해질 때 마음이 보이고,

마음이 고요해질 때 세상이 들린다.

<DHYANA>


디야나는 그 두 흐름이 맞닿는 지점이다.

숨처럼 천천히,

빛처럼 투명하게 머무는 순간…


그 안에서 나는

삶의 깊은 고요를 만난다.

물속에서처럼,

세상 속에서처럼.

keyword
목, 금 연재
이전 14화집중하는 의미-다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