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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Feb 26. 2024

지금부터 동네 작은 도서관의 시상식을 개최합니다.

작년 한 해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많았던 책은?

지금은 예전보다 감흥이 덜하지만 어릴 때 만해도 각종 방송사에서 하는 시상식은 큰 관심거리였다. '가요대상',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등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둘려 모여 누가 상을 탈지 마음 졸이며 보았다. 더구나 감동스러운 수상 소감에 나도 덩달아 울컥했던 추억이 있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문득 어떤 책이 가장 인기가 많았을지 궁금했다. 내가 근무하는 시간대엔 대부분 어린아이들이 많기에 반납대에 놓인 책은 대부분 어린이 관련 도서가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으뜸은 바로 '흔한 남매'였다. 얼마나 자주 빌려가면 대출 불가인 비치 도서로서 도서관 안에서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책장에 꽂기 바쁘게 꼬마 손님들이 계속 가져갔다. 그 밖에도 'WHY'나 'WHO'시리즈도 많이 빌려 보았다.

이쯤 되니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다. 우리 도서관만의 작은 시상식이 열린다면 어떤 책이 그 영광을 차지할 것인가. 어쩌면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도서관 관리자 시스템 안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몹쓸 호기심은 주체할 수 없었지만 공적인 일이 아니었기에 옆에 있는 선배 봉사자에게 물어볼 순 없었다.


도서관이 가장 한가한 때인 문 닫기 30분 전을 노렸다. 이용객도 하나 둘 집으로 떠나고, 몇 명 남지 않았다. 책 정리도 얼추 다 마쳤고, 고요함이 주변을 감쌀 때쯤 손을 바삐 움직였다.  무언가 일에 집중하는 척 위장을 한 후 시스템에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통계'란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옳거니. 여기에 답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역시 예측은 벗어나지 않았다. 도서관대출이용통계를 발견하고는 검색일을 2023.1.1.~2023.12.31.로 지정하고 조회를 눌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오류가 나서 몇 번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목록이 시스템에 떴다.

전체 도서의 이용통계가 나왔지만 그중에서 1위부터 5위까지를 추려 보았다. 두구두구 지금부터 작은 도서관의 베스트 5를 소개한다.




1위 아버지의 해방일지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2253263

2위 불편한 편의점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9308021

3위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청당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2631639]

4위 아빠의 자판기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9111805

5위 오싹오싹 크레용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2183960



역시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서관답게 권이 그림책이나 동화책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1위와 2위는 소설이 차지했다.


'불편한 편의점'이야 워낙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 읽어보았는데 1위에 선정된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궁금했다. YES 24에 들어가 책 소개를 먼저 살펴보았다.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 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탁월한 언어적 세공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문학평론가 정홍수)하기를 거듭해 온 정지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빨치산의 딸』(1990) 이래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정지아 작가의 32년 만의 장편 소설이라니. 더구나 '전작 빨치산'과 연결된 이야기라 더욱 흥미가 생겼다. 소개평만으로도 당장이라도 책장을 넘기고픈 마음이 들었다. 다음번 도서관 봉사 때 대출해서 꼭 읽어봐야겠다. 한 번 책을 들면 놓을 수 없이 빠져들어갈 거란 기대를 해보면서 다만 워낙 인기 있는 책이라 이미 누군가 대출을 했을 거란 슬픔 예감이 든다.


2위인 '불편한 편의점'은 읽고 마음 따듯한 소설이었는데, 최근에 2편까지 나왔다. 1편에서는 편의점 알바 독고씨가 활약했다면 2편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홍금보 씨가 나와 푸근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전 편과 비슷한 스토리 라인이라 친숙하면서도 현실을 반영한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편의점과 얽히고설킨 사건사고들이 작가의 필력에 녹아들어 감동을 선사했다.


3위를 차지한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은 히로시마 레이코의 일본 아동 판타지 옴니버스형식의 작품으로 특이한 과자들을 파는 가게 전천당과 그 주인 베니코를 찾아오는 손님들, 전천당을 방해하는 여러 악역들과 베니코의 결투에 대한 이야기다. 등장하는 과자들은 마법 같은 특별하고도 초자연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과자의 효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이로운 효과를 지님과 동시에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얻는 것이 있다면 동일선상에서 잃는 것도 있다는, 등가교환을 깨닫도록 하는 작품.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로 엮여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한다.


4위 '아빠의 자판기'는 그림책으로 늘 피곤에 찌들어 바쁜 아빠 때문에 함께 놀지 못해서 속상한 주인공 신우에게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찾아온다. 바로 '아빠 자판기'인데 먼저 손 내밀지 않아도 신우에게 계속 놀아 달라고 조르는 자판기였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이 되어서 신우가 놀아달라는 자판기의 버튼을 하나하나 누르며 함께 재밌게 노는데.


이 그림책은 아이가 어렸다면 가족 독서모임으로 읽어도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아이들 어릴 때 회사 일로 바쁘다며 원하는 만큼 많이 못 놀아주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많이 아쉽단 생각이 든다. 그 시기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5위 '오싹오싹 크레용' 역시 그림책으로 '오싹오싹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주인공 제스퍼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기에 학교 점수도 낮다. 그러던 어느 날, 받아쓰기 시험 중 보라색 크레용을 잡자 틀린 부분이 고쳐지며 시험에 100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본인 실력이 아님을 알기에 마냥 좋지 많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어릴 때 한 번쯤 상상해 봄 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아이들에게 큰 공감을 주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크레용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마구 들지만.


도서관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책을 찾아 소개해보았다. 줄거리를 보며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모두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올해 열심히 봉사를 하고, 연말이 되면 또 어떤 책이 가장 인기가 많았는지 찾아볼 예정이다. 해마다 나만의 작은 시상식을 개최하며 많은 이용객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 책들의 공로를 치하해야겠다. 책 표지도 깨하게 닦고, 예쁜 비닐로 겉표지를 씌우며 오래도록 읽을 수 있도록 조치도 해보고.


궁금증이 풀리니 이제야 속이 후련하네.




한 줄 요약 :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은 그 이유가 있다.





#라라크루, #라라크루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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