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Feb 19. 2024

김영하가 누구예요? 배우예요?

도서관 자원 봉사자의 작은 바람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밖에 나가 점심식사를 했다. 총 6명의 남성이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시끌벅적했다. 주된 화제는 역시나 '주식', '건강', '골프'였다. 주식도 안 하고, 골프도 안치는 나는 간간히 건강이야기에만 한두 마디 보탰다. 그때였다. 앞자리에 앉은 동료가 나를 바라보더니 말을 꺼냈다.


"책 냈다면서요. 진짜예요?"

"네? 아.... 네."


회사에서는 책을 쓴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가끔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 이럴 땐 몹시 당황스럽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며 들어가 숨고 싶다. 그러자 그 많은 눈동자가 나에게로 향했다.


"와. 책 냈으면 그 뭐냐. 인세가 많이 받겠네. 좋겠어요. 한턱 크게 쏴야 하겠네."

"아니에요. 인세로 돈 벌려면 적어도 김영하 작가 정도는 되어야죠."


그때였다. 두 명 정도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는 '김영하가 누구지?' 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정말 그 네 명은 김영하 작가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을 모를 수가 있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티를 안 내고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특히 중년 남성은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이야기만 들었지 피부로 체감하고 나니 왠지 씁쓸했다.


2023년 통계청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은 독서를 하지 않았다. 독서 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4.8권으로 2년 전보다 0.4권 감소하였고, 10대는 3명 중 2명, 50대 이상은 절반 이하가 지난 1년 동안 책을 읽었다고 응답하였다.

대한민국의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듦은 통계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주변엔 책 읽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독서모임을 참여하고 있어 한 달에 한 번은 신나게 책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오가는 사람들에 관해 관심 갖게 된다. 도서관 위치가 주택가이고,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주로 이용객은 학부모와 아이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대부분이었다.


눈 씻고 찾아보아도 20대 젊은 청년층과 40대 이상의 남성은 없었다. 일개 자그마한 도서관의 예를 전부로 확대하긴 무리가 있지만 다른 곳도 실상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간혹 가다 발견하면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고픈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짧은 기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회원분이었다. 도서관이 문 닫기 30분 전쯤에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다가 회원증도 만들고, 비치한 돋보기도 빌려갔다. 구석 한편에 자리 잡고 열심히 독서를 시작했다. 책장 정리하면서 슬쩍 그 뒷모습을 남겼다.

도서관이 문 닫는 시간이 다되도록 일어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살짝 옆에 가서 말씀드렸더니 얼굴엔 진한 아쉬움이 한가득 남았다. 책을 반납하고 나가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앞으로 자주 오셔서 도서관을 밝게 비춰주길 진심으로 바랐다.


오늘은 유독 아이 회원들이 많았다. 하나 둘 엄마 손을 붙잡고 떠났는데, 끝까지 남아서 책을 읽던 귀여운 남매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연장해서 계속 있게 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모가 찾아왔고, 읽던 책을 반납대에 놓고 떠났다.

앞으로 도서관이 여러 빛깔로 빛났으면 좋겠다.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해서 만큼 다양한 책을 읽고. 적어도 좋아하는 작가 한 명 정도는 있어서 알고 나눌 수 있는 런 멋진 사회를 꿈꾸면서.



한 줄 요약 : 책을 많이 읽는 사회는 그만큼 품격 있는 사회이다.


 


  #라라크루, #라라크루라이팅

이전 05화 좋아하는 일을 자원봉사로 만난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