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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r 04. 2024

자원봉사를 하면 헬스장 다닐 필요가 없다고요?

봉사도 하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

직장생활을 하면 내게 주어진 일이 있고, 그걸 잘 처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만약 일과 중에 끝내지 못했다면 야근을 해서라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때론 주말 출근도 불사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부서나 팀이 있고, 그 안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가 성립되고 공통의 과제 완수를 위하여 지시하고 따라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면서 기존에 내가 해왔던 일의 구조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이곳엔 상하 관계가 없다. 내가 일하는 시간에도 자원봉사자는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있고, 그 둘이 나보다 먼저 자원봉사를 시작했더라도 나에게 일을 알려줄 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지 않는다.


스스로 할 일을 하고, 눈치껏 역할을 찾아야 한다. 시작 한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내 업무는 크게 대출과 반납 처리와 서가정리이다. 그리고 틈틈이 도서관 내에서 책을 보고 반납대에 둔 책도 원위치에 꽃아 넣는다. 세 명의 봉사자는 위 업무를 계속해서 스위치 한다. 한 사람이 바쁘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이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말 그대로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내가 덜 한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더 한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각자가 맡은 일을 차질 없이 수행한다. 회사에서 알면 큰일 날 일이지만 솔직히 자원봉사를 하며 얻는 보람이 더 크다.


책을 못 찾아 헤매는 아이에게 책을 찾아주고 '고맙습니다.'라고 받은 한마디, 장바구니까지 가져와 책을 열 권이나 빌리며 해맑게 웃는 고등학생의 미소, 반납한 책을 책장에 꽂으며 맡은 고소한 책 냄새 등등 어느 순간 자원봉사자란 신분도 망각한 채 마치 내가 이곳의 주인이라도 된 냥  애도심(도서관을 몹시 애정하는 마음)이 넘친다.


도서관 벽면 한구석에는 봉사자에게 감사함을 표현 예쁜 천사의  소중한 그림 편지도 붙어있다.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실수가 있고, 바로 잡아야 한다. 회사라면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질 텐데 하루에 세 타임씩 세 시간을 나눠서 봉사를 하기에 일을 끝내지 못하고 갈 때도 있고, 혹은 의도치 않은 실수가 나중에 발견될 수 있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자연스레 풀렸다. 정답은 바로 단체 카톡방에 있었다. 다음 봉사자에게 부탁할 사안이나, 이전 봉사자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점들을 카톡방에 올리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알면 도움 될 정보나 궁금증도 카톡방을 통해서 해결했다.  

각자 굴러가는 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톱니바퀴 돌 듯 촘촘하게 안전망이 구축되었다. 전임 봉사자의 대출증 요청을 처리하고는 탁자 위에 예쁘게 놓아두었다.

'남을 위한 마음'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 이타심은 심리학적으로 오래전부터 연구해 온 주제 중 하나이다. 여러 이론이 있지만 결국은 인간 사회가 더욱 잘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임은 하나로 모아진다.


이타적 행동이 만족감·뿌듯함 같은 추상적인 보상을 넘어서 실제 혜택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불안증 발병률 감소 등 정신건강 증진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 개선, 나아가 수명 연장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55세 이상 성인 중 다양한 자원봉사를 하는 그룹과 아닌 그룹을 장기간 비교했더니, 자원봉사를 많이 하는 그룹에서 사망률이 63% 줄어들었다. 건강한 사람이 봉사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실험 전 평가한 건강 상태를 참작해 분석해 봐도 사망률이 44% 이상 줄어들었다. 건강해서 자원봉사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원봉사를 많이 해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의미다.

<이타심은 어떻게 생겨날까?, 신희섭, 한국경제 칼럼 중>


초보 자원봉사자로서 아직 유의미한 변화는 없지만 봉사하며 수시로 느끼는 보람과 행복, 기쁨이 차곡차곡 쌓이면 정말 그렇게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봉사도 하고 건강도 좋아진다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네.


오늘도 봉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며 잠시 눈을 감고 책장 사이로 흘러나오는 책냄새를 맡았다. 순간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내 몸 가득 맴돌았다.


그래 이거야. 이 에 봉사하는 거지!




한 줄 요약 : 남을 위한 일이,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라라크루, #라라크루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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