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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1. 2024
도서관의 위기, 어느 자원봉사자의 호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서관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기를
"도서관 총무인데요. 이번에 가족 독서모임을 주제로 사업 계획서를 내려고 합니다. 간단히 구성 내용이랑 가능 시기를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주시겠어요?"
"아. 넵. 감사합니다. 바로 작성해서 보내겠습니다."
"강사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어서 감안 부탁해요."
"에고. 전혀 상관없습니다.
계획서가 통과될지 아직 모르지만 운이 좋다면 가을쯤 도서관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가족 독서모임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재능기부라도 좋았다.
이전에 생각했던 도서관의 역할은 도서 대출이 다였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다양했다. 책정된 예산이 있어 신간이나 희망도서를 구입해서 비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었다. 이게 다 무료라니.
작가와의 만남이라든지, 독서모임 운영, 활동가 양성과정까지 진즉에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한가득 들었다.
도서관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작년에 도서관 강의를 다니면서 놀랐던 점은 도서관의 특색 있는 공간이었다. 규모부터 구조까지 넘쳤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수요자 중심으로 꾸며져 있었단 점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각자가 원하는 곳에서 책도 읽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차오르는 가슴을 주체 못 했다. 이곳에서 우리의 미래 희망을 발견했다면 과장된 이야기일까. 요즘처럼 복잡하게 때론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도서관에서 여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하지만 최근엔 우울한 소식이 계속 이어졌다. 작년에 관내 공립·사립 작은 도서관을 지원해 오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지난 10년 가까이 펼쳐온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을 전면 폐기했다. 예고 없던 일로 당장 작은 도서관들은 신간 구매 등 운영을 대폭 축소·중단하거나, 최악엔 문을 닫을 각오를 해야 했다.
좋은 책이 출간되어야 도서관에 비치가 되는데 매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국내 저자와 출판사에게 책 제작 지원 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2024년 출판 관련 예산이 대략 45억 원이나 삭감되더니 출찬 제작지원 사업이 아예 사려져 버렸다. 정말 암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제적 논리로 따져보았을 때 도서관이나 책에 지원하는 일이 당장 이득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을 보았을 땐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없어선 안될 존재였다.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이 들렸다. 이제 곧 다가올 선거를 앞두고,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했다.
2024 도서관 정책제안서는 전 국민, 청년, 고령층, 장애인, 어린이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서관을 지식문화 선진국을 창조하는 핵심 문화기반 시설로 규정하고 다양한 정책 추진과 과감한 예산을 투자할 것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특성화 교육을 도서관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고령자 친화도서관 정책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과 문해력 등 삶의 질을 개선할 것
▲장애인의 도서관 이동성과 정보접근권을 확보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침해 상황을 개선할 것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우리나라 미래인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학교도서관 기반을 구축할 것
▲도서관의 사서 수를 늘리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것
▲도서관법 개정과 국가 R&D 발전을 위한 전문도서관법을 제정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