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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n 25. 2024

직장 생활에서 진정, 친구란 없는 것인가

친구라 믿었던 직장 동료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최근에 직장에서 오래된 동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었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본인의 안위를 위해 나를 이용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로선 다급했던 상황이고 내가 가장 활용하기 좋은 카드였음은 분명했으리라.


하필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서 둘이 동시에 아는 동료의 승진 축하 모임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행동하는 그와 달리 나는 쳐다보기 조차 쉽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서 거부하는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술자리가 무르익고 어찌어찌 서로 마주 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는 다급히 그때의 일을 설명하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결론은 나를 위한 일이었다는데 그 순간,


"정말 실망했어요.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행동해요.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강산이 변하고도 남은 시간인데. 당신 나에게 미안해야 합니다."


란 말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꺼내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 조금 다른 온도로 말하고 대했을 뿐. 다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처럼 과도하게 행동모습에서 그 역시도 불편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사회생활이 때론 상대방을 누르고 올라서야 할 때도 있고, 온갖 암투가 난무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진실한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직장 생활하며 통한다 믿는 사람들과 가끔 만나며 허신탄회 하게 속마음도 드러내고 지내왔다. 그도 그중 하나였다.


심리적 충격이 생각보다 컸나 보다. 마음이 가라앉고, 당최 올라올 줄 몰랐다. 실로 오래간만에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였다.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 사회생활을 이 했으니 적당히 대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예전처럼 터 놓고 지낼 순 없겠지만. 둘 사이에 얽힌 관계들이 있기에 완전히 끊어내긴 불가능했다.


한편 내가 그에게 가진 마음이 그는 아닐 수 있단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언젠가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라 여겼다면 비약일까. 내가 진실로 대하면 상대방도 그러리란 믿음으로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나아가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도 혹여나 그런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렇게 되면 종국엔 마음은 요만큼만 내놓을 수밖에 없을 텐데. 


여태껏 직장 생활하며 다른 건 몰라도 인복은 좋다고 자신했는데 그 믿음이 흔들리는 요즘이다.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고민까지 찾아왔다. 참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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