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독서 모임 첫 번째 이야기 - 자율 도서
그 시작은 창대하리
결혼 12주년 기념일이었다. 며칠 전 아내에게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니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간 곳이 인천 송도 북카페 꼼마였다.
엄청나게 큰 규모에 놀랐고, 곳곳에 책이 놓여있어 두번 놀랬다. 편하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였다. 1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각자 책을 보다, 잠시 휴식 시간. 나는 준비한 손편지와 약간의 현금을 아내에게 전달했다. 아내도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다는데 그 마음만 받았다. 언젠가는 주겠지. 대신 아내는 나에게 이쁜 옷을 선물해주었다. 요즘 '매일글쓰기'의 영향인지 편지 내용이 훨씬 좋아졌다는 아내의 칭찬을 받고 나도 모르게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나는 여전히 손편지가 참 좋다. 옛날 사람인가보다. 아내는 다른 것을 더 좋아할는지도.
그리곤. 계획했던 첫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각자 읽은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내용을 소개했다. 딸이 제안해서 마지막엔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
1. 소설 처럼(아빠)
- 작가가 어린 시절 책을 무척 좋아했던 것이 나의 어린 시절과 닮았고, 작가의 자녀가 어렸을 때 작가와 나누었던 책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책 중반부에는 젊은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문화가 프랑스나 한국이 비슷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작가의 마법으로 학생들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을 이야기해주었다. 마지막 부분은 책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기 위한 작가만의 독서 방법들을 소개하였다. 작가의 책이 내가 읽을 때 비로소 나의 책이 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으며 그 구절을 직접 읽어 주었다. 딸이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냐는 질문을 해서 그에 대한 답을 해주며 마무리를 하였다.
2. 나는 네가 왜 힘들까(엄마)
- 심리와 관련된 책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맡게 되는 역할을 3가지로 구분하였다. '피해자', '박해자', '구원자'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박해자는 늘 공격하고 명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원자는 상대방을 이야기를 듣는 척하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 하는 역할이다. 아내는 주로 아이들에게 박해자 역활을 하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아들이 옆에서 계속 눈치없이 "엄마네."라고 얘기했다. 으이구. 나는 왠지 구원자 같았다. 듣는 척 하고, 결국 내 마음대로 하려는. 나도 반성해야겠다. 아내는 책에서 우리는 스스로 이러한 역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법은 짧게 언급만 되어 아쉬웠다고 이야기 하였다.
3. 로빈슨 크루소(아들)
- 전체 줄거리를 이야기했다. 모험을 좋아했던 로빈슨 크루소는 여러 곳을 배로 여행을 하다가, 배가 난파되어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된다. 그곳에서 살기 위해 직접 여러 살림 도구도 만들어 생활하며 23년을 보냈다. 어느 날 야만인에게 잡아먹힐 뻔한 이를 구해주고 그를 프라이데이라고 이름 짓고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영국 배가 섬에 도착하고 우여곡절 끝에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내가 아들에게 느낀 점을 물어보니 그냥 재밌었다고 답하였다. 싱겁기는. 나는 이와 유사한 줄거리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소개하였고, 나중에 가족 전체가 같이 보기로 하였다.
4. 행복 미술관(딸)
- 딸은 처음에 매우 부끄러워하였으나, 가족들이 용기를 북돋아 주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온 가족이 미술관에 간 이야기이다. 미술관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고, 부모님이 주인공과 형에게 그림을 재밌게 설명해주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그림 속 장면들을 통해서 주인공이 어렸을 때도 떠올리고, 모든 관람을 마치고 온 가족이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아들이 어느 부분이 인상적이었냐는 질문에 딸은 주인공이 아버지를 닮은 그림을 발견하고 온 가족 웃음을 터트린 페이지를 보여주며 인상적이었다고 하였다.
나는 책을 반납해서 사피언스로 대신했다.
각자 돌아가면서 간단한 소감을 나누었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웃 류님의 팁이 생각나서 다음 주에는 함께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모두가 좋다고 해서 정한 책은 '책 먹는 여우'였다. 다음 주도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처음에는 다소 수줍어했던 딸이 마치고 나니 좋았다며 계속하고 싶다 해서 뛸 듯이 기뻤다. 아이고. 늘 이쁜 말만 골라서 한다.
모임을 마치고, 다들 허기져 근처에 있는 백합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집으로 향했다.
결혼 12주년 기념과 더불어 첫 독서 모임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 시작이다.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작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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