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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현 Jan 19. 2022

추행의 역사

고추 바사삭

    신기한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제 주변만 이런 지, 아니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글을 읽고 계신 게 여러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위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제가 살아온 동안 첫 번째로, 막냇삼촌으로부터 시작된 오랜 추행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나열만 해봐도 열한 개가 넘는 사건이 삶 곳곳에 고름처럼 끼어 있습니다. 한데 신기한 부분은 이게 아닙니다. 여성 친구들에게 이런 서두를 꺼내면 대번에 90%는 “나도, 나도”가 나오는데, 남성 친구들은 대부분 그건 미디어나 뉴스에 나오는 정도의 거리로 느낀다는 것입니다.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제 주변은 그랬고, 그 차이가 너무도 신기했다는 겁니다.


    예전에 우리 집은 마당이 있는 집의 반지하 셋방에 살았는데 도어록이고 나발의 문제가 아니라 대문도 맨날 열려 있었습니다. 깜빡하고 열쇠를 두고 간 날에 가족들이 모두 출타했다면 휴대폰도 없던 꼬맹이 소현은 무작정 계단에 앉아서 가족들을 멀뚱멀뚱 기다려야 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열쇠를 깜빡한 덜렁이 소현은 계단에 앉아있었고, 어느 아재가 대문을 열고 들어와 자꾸 저를 향해 자기를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의식적으로도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과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애써 그 아재를 외면하고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하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앉아있는데 옆에서 끝없이 탁탁 탁탁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는 그게 뭔 지도 몰랐는데(왜냐면 저는 그때 열 살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 얼굴 바로 옆에 대고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미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결국 제 무반응에 아무 해코지 없이 떠나갔지만 정말 위험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섭식장애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빼짝 꼴은 키 작은 여자애였기에 번쩍 들고 갔다면 험한 짓을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미취학 아동 시절에는 동네 정신이상자 아저씨에게 납치당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울며 질질 끌려가는  어떻게 오빠가 구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고마워 혈육!) 지하철 성추행이야 흔했고, 찜질방에서 자다가 비몽사몽인  당했던 성추행,  취한 회사 부장으로부터 당했던 엉덩이 펀치!  XX 부장 보고 있나!  보고 있겠지!  따위로 살지 말기를!  XX 차장으로부터 어깨 껴안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뱅그르르 돌아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왔지만 세상 불쾌한 접촉이었습니다. 신입직원 OJT 트레이닝 때에는  부서 차장이 회식에서 취해서 저와 남자 동기를 앞에 앉혀두고 “여자도 섹스를 좋아해! 알아?”라고 소리를 쳐서 대리님과 과장님께 겨드랑이 한쪽씩을 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동태눈으로 쫓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어머,  있네. 고등학생  전공 선생님   명이 “나중에 키스 가르쳐 줄게.”라고  적도 있습니다. 그때 18살이었는데요 저는. 은팔찌를 선물해주지 못한  아쉽습니다. 그것도 교직에 있는 사람이 말입니다.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대회 준비로 주말에 등교한 적이 있는데 학교 근처 갓길에 차를 대고 창문을    활짝  채로 자신의 성기를 꺼낸  자위를 하던 남자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미친  많을까요. 자녀를 낳기에 너무도 무서운 세상이 아닐  없습니다.


    이렇게 떠오르는 것만 나열해도 수없이 많은데, 이런 사건 없이 자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당시에는 유약했고, 화도 제대로 낼 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그 모든 순간 어버버 하며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지금은 한 놈만 걸려봐라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알려주마, 라는 마인드로 다니는데 그게 눈빛에서 돌은 티가 나는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언제든 외칠 수 있게 목구멍에 쌍욕을 품고 다닙니다. 그들을 부를 수 있는 수많은 동물 욕의 종류를 외우고 다닙니다. 언제든 0.1초 만에 반사적으로 외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시는 그런 짓을 누군가에게 반복하지 못하도록 한 놈 만이라도 후려 잡는 날이 언젠가 오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실전이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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