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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Jul 30. 2019

칭찬

난 춤추는 고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의 위력을 보여주는 흔하디 흔한 속담(?)이다. 해양 포유류 중 가장 덩치가 큰 고래가 칭찬 한 마디에 거대한 몸집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칭찬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필자도 칭찬을 엄청 좋아한다. 자존감이 끝도 없이 낮아지다가도 누군가 칭찬 한 마디 건네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인정 욕구'를 부정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이런 나의 심리가 건강치 못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정받을 때 큰 기쁨을 느끼고, 특히나 칭찬받을 때 그 희열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왜 하필 '고래'일까? 어렸을 땐 꽤나 자주 듣던 칭찬이 점점 더 귀해지고 있는 요즘, 최근 들어 귀하디 귀한 칭찬 한 마디를 듣고 혼자 기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본 글 앞에서 소개된 속담이 떠올랐다. 아니 근데 정말로, 왜 하필 "고래"가 춤을 출까?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 문득 지적(?) 호기심이 폭발한 순간, 그 유래를 찾아보니 공유하지 않을 수 없는(!) 너무 '꿀잼'인 이야기를 발견해서 (물론 철저히 개인 기준 ‘꿀잼’이다) 늦은 새벽이지만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고래'라는 동물 자체에 대한 레퍼런스 (reference)는 켄 블랜차드 컴퍼니의 회장님이신 케네스 블랜차드 (Kenneth H. Blanchard)의 책 "Whale Done!"로부터 왔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긍정적 태도와 칭찬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를 자기 계발서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는 "플로리다 여행 중 해상수족관에서 거대한 몸집의 범고래가 환상적인 점프를 통해 멋진 쇼를 펼치는 것을 보게 되었고, " 그 노하우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그 해답은 일명 '고래 반응 (Whale Done Response)'이라 불리는 훈련법이었다. 누군가가 (고래가) 무언가를 (끝내주게 멋진 점프를) 성취했을 때 즉시 칭찬하고,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엄하게 질책하고 혼내는 대신 중간중간에 격려를 잊지 않는 것이 '고래 반응' 훈련법의 핵심이라고 한다.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가혹하고 주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황금 비율(?)이, 즉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건설적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도우미 책이다.


"그래서 '고래'였구나" 싶다. '고래'가 유독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모두가 떠올린 그 속담 맞다. 거대한 고래 싸움에 터지는 얄팍한 새우 등이 안쓰러울 뿐.) 찾아보니 그 '고래' 레퍼런스가 납득이 갔다. 그와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 게 책 내용은 필자처럼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칭찬을 들을 수 있을지에 대한 '꿀팁' 공유서가 아닌 것 같았다. 능력 있는 경영 컨설턴트가 지위 높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칭찬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일 것 같은데 이건 마치 ‘부유층의 소득 증대가 우선시되어야 경기 부양으로 인해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 (Trickle-Down Effect)' 이론처럼 들리는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읽어보기 전에 책을 판단할 수는 없으니... (는 이미 판단 다 한 건가... 쩝.) 얼른 읽어봐야겠다. 역시 궁금한 사람이 지는 법이다.


사실 고래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칭찬이 필자에게 주는 동기 부여가 참 큰 것 같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필자는 요즘 일적으로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해지고 그 어떤 포인트에서도 설렘을 느낄 수가 없었다. (변태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월요병'이라는 개념을 이해 못하던 사람이었다.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얼마나 신나는데!"라는 말을 눈치 없게 내뱉으며 친구들의 질타를 받곤 했는데 그런 필자에게도 더 이상 월요일이 즐겁지 않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한 없이 기분이 다운된다...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소위 말해 '인생 노잼 시기'를 겪는 중이었다. 노력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장 입고 있는 옷이 맞지 않음을 매일 아침 느끼고 있는 와중에, 내가 애초에 이 옷을 입고 싶던 적이 있긴 한 걸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까지 도달해버려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처진 마음은 당연히 티가 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일 적 퍼포먼스는 눈에 띄게 ‘푸어 (poor)’ 해졌고 부정적인 피드백도 거듭됐다. 고맙고 다행이게도 주변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과의 잦은 1:1 대화 (고민 상담) 덕분에 결국 내 문제와 부딪혀야 함을 깨달았고 마음 가짐을 바로잡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오늘은 칭찬을 받았고 기분이 좋았다. 쓰고 보니 너무 아기 같고 유치한데 필자는 진심으로 기뻤다. 물론 모든 게 다 성공적이었고, 이제 다 해냈다는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듯한 느낌의 칭찬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미묘하지만 필자에게는 매우 크게 느껴진 칭찬 한 마디였다. 이제 좀 감을 잡은 것 같다고, 이제는 좀 디스커션이 되고, 먼저 아이디어와 논리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피드백이었다. 지식 노동자를 꿈꾸는, 내가 재밌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지식을 생산하고픈 필자에게는 작지만 매우 의미 있는 한 마디였고, 그 작은 '칭찬' 버튼 하나로 지난 3-4주간 혼자 마음고생한 게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칭찬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이 정도라면 '고래'가 춤출만하다. 그리고 이렇게나 칭찬 한 마디에 좌지우지되는 '멘털 (mental)'을 갖고 있는 필자는 "네가 무슨 고래냐?!"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정교한 자아를 갖고 있는 모든 개인이 타인의 칭찬 한 마디로 기분 좋은 하루, 아니 매일을 보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칭찬의 물방울이 큰 바다를 이루어 우리 사회에 춤추는 고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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