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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의 유별난 공원 사랑

쉬어가고, 수다 떨고, 점심 먹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체력단련하고

by 성급한뭉클쟁이

뉴욕의 도심 속을 거닐다 보면 어떻게든 공원에 닿게 되어있다. 맨해튼 중심부를 한가득 차지하여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 센트럴파크는 물론이고, 뉴욕 공립도서관 뒤편의 브라이언트파크, 쉐이크쉑 1호점 매장이 자리 잡고 있는 매디슨스퀘어파크, 그리고 젊은 NYU 대학생들이 한창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워싱턴스퀘어 또는 유니언파크, 그리고 월가의 직장인들이 숨통을 트이며 점심 식사를 하는 배터리파크 등이 있다. 리스트는 계속되지만 아직 맨해튼 밖에 커버하지 못했다. 뉴욕시의 다른 행정구 (borough)인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그리고 스태튼아일랜드에도 수없이 많은 공원이 존재하는데 맨해튼 밖에서는 개인적으로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하고 있는 도미노파트가 유독 좋았다. 로워 맨해튼 (Lower Manhattan)의 시원시원한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바라보며 강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근처 윌리엄스버그의 힙한 카페들도 많아 "뉴욕멍"하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기 제격인 곳이다.

IMG_2197.JPG 윌리엄스버그 도미노파크 (Domino Park)에서 바라본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엄청난 접근성을 자랑하는 뉴욕의 수많은 공원들 덕분에 이곳의 사람들은 날이면 날마다 공원으로 향한다.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 (Uber)를 애용하는 대신 마냥 걷기를 선호한다고 잘 알려진 뉴요커들은 열 블록 넘게 한참을 걷다가 지치는 순간이 오면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의 공원으로 향한다. 잠깐 쉬어가기 위에 벤치에 앉아 에코백에 챙겨 온 책을 꺼내 읽거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감상하거나, 출출해지는 오후 에너지바를 한 입 베어 먹기도 한다.


날이 좋은 날 점심시간을 보다 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날에는 근처 샐러드 집에서 "투 고 (to-go)" 도시락을 포장해서 직장 동료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쯔쯔가무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은 외국인 뉴요커들은 (왜 유독 한국인들은 진드기에 대한 공포감이 유독 큰 건지 궁금해진다.) 잔디밭에 풀썩하고 주저앉아 식사를 시작하고, 유독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좀 더 옷차림을 가볍게 한 채로 (즉 맨해튼 한복판에서 비키니 차림을 하고) 태닝을 즐기기도 한다. (역시나 한국인으로서 피부암 또는 관련 질환에 대해 걱정되는 마음이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귀여운 강아지 친구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주인도 강아지도 실컷 뛰어놀며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매우 사랑스럽다. 미국의 강아지들은 괜히 성질내지 않고 웃는 상의 얼굴로 꼬리를 흔들곤 하는데 스스로를 "고양이 사람 (cat person)"이라고 분류했던 과거와는 달리 미국에 와서부터는 강아지가 참 좋다. 필자는 그렇게 dog person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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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다는 이유로 굳이 포장해서 브룩클린 커먼스 (Brooklyn Commons)에서 즐긴 치폴레와 카바 샐러드 보울. 유니언스퀘어 공원에서 만난 귀엽고 애정 표현 잘하는 강아지

강아지들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꽤 강도 높은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뉴욕은 "러너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뛰는 사람, 뛰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년 11월 초 뉴욕에서 개최되는 New York City Marathon (뉴욕시 마라톤)에는 5만 5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레이스를 뛰고 실제로 결승선까지 도달한다. 꼭 이렇게까지 프로페셔널하게 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매일 또는 매주 달리기 클럽 회원들이 도시 곳곳에서 모이기 시작하고, 코스 좋은 공원을 따라, 또는 도심 속 보행자 도로를 따라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뉴욕에는 러너들에게 훌륭한 코스가 많아서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가장 감당할 수 있는 (affordable) 운동 종목이기 때문이라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워낙 다른 피트니스 회원권이나 수업은 시간당 가격이 높기 때문에 체력 단련을 위해 비교적 만만한(?) 선택지가 러닝인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일 수 있다. 당장 필자는 그토록 좋아하는 요가 수업을 등록할지 말지 5개월째 고민 중이다. 생활비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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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업들이 홍보 목적으로 뉴욕에서 마라톤 행사를 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연례 마라톤 행사는 11월에 개최되는 뉴욕시 마라톤 대회다.

괜히 부족한 생활비 얘기로 빠지는 대신 뜀박질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나 역시 "뛰는 것을 좋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괜히 애매하니까 말을 장황하게 해 버렸는데, 필자는 당연히 뛰는 것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체력 단련뿐만 아니라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유산소 운동이 필수라는 것도 그렇고, 러닝은 정신건강 관리에도 이점이 많으니 운동화와 튼튼한 다리, 그리고 안전하고 쾌적한 코스가 집 근처에 존재한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 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는 뛰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필자는 뭔가를 잘해야 좋아하기까지 할 수 있는데 (이건 그냥 성격이자 성향 탓이라 어떻게 바꿀 수가 없다. 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면 그 게임 자체에 크게 관심이 가지 못한다.) 나는 잘 못 뛴다. 절대 비만은 아닌데도(?) (BMI 지수는 지극히 정상이고 몇 년 전에는 저체중까지도 갔어서 한의원에서 살을 찌우라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오르고, 죽을 만큼 힘들지 않아도 (특히 혼자 뛰는 날에는) 그냥 걸음을 멈춰 버린다. 실제 시합도 아니고, 뒤에서 쫓아오는 좀비나 귀신도 없고, "굳이" 최선을 다해 뛸 동기부여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한 마디로 지구력이 부족한 것 같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나이키런 기록 인증은 나를 더 주눅 들게 만든다. 1킬로 미터는 5분 안에 뛰다니! 한 번 뛰면 10킬로를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니! 하고 존경스럽다가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작아지곤 한다. (역시 SNS는 건강치 못하다.라고 말하며 십 년째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는 조금이라도 뛰고, 힘들면 걷기라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유일한 운동의 기회이기도 하고 (포닥으로서 계속해서 연구실 생활을 이어가는 요즘, 체력 단련은 더더욱 필수가 되었다. 이십 대 중반이었던 대학원과정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삼십 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감히 뉴욕에 왔는데 뛰지 않을 수가 없다! 감히 허드슨 강을 집 앞에 두고 퇴근 후 일몰도 구경할 겸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가 없고, 나 말고도 열정적으로 뛰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주눅 드는 대신 내 앞사람, 옆 사람, 그리고 뒤 사람의 페이스에 맞춰 나도 더 오래 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마침 집 근처에 리버사이드파크 (Riverside Park)가 위치하고 있는데 센트럴파크보다 경사도 덜하고, 허드슨강을 따라 직진해서 쭉 뛰어 내려갔다가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코스도 매우 훌륭하다. 그리고 컬럼비아 재학생들 역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전에 조깅을 나온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괜히 "함께"한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움직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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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있는 Riverside Park. 해 질 녘 허드슨 강을 따라 한 바퀴 돌고 귀갓길에 110번가에 있는 H-mart에 들려 두 부 한 모를 사 오는 루틴이 되었다.

하루는 아예 새로운 코스를 뛰고 싶은 마음에 퇴근하고 날도 너무 좋고, 해도 늦게 지길래 그냥 지하철을 타고 40분을 내려가서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에 도착했고 그 지점부터 덤보 (DUMBO), 페블 비치 (Pebble beach)까지 다녀왔다. 특별한 여행 계획이 없어도 퇴근하고 브루클린 브리지 위를 뛰어다니며 맨해튼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황홀했고 행복했다. 앞으로도 뉴욕의 공원별로 코스를 섭렵하며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내가 방구석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하며 체력을 단련해야겠다.


뉴욕의 공원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누군가와 함께 방문하는 것이다.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데이트 코스가 될 수 있는 게 뉴욕 도심 속 공원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는 친구들과 브런치 약속이든, 점심 약속이든, 저녁 약속이든, 식사를 마치고 2차로 또는 디저트까지 다 먹고 3차로 (또는 실컷 더 놀다가 막차로!) 꼭 공원에 들르는 게 국룰이다. 굳이 들리자고 해서 들리는 게 아니다. 그저 걷다 보면 공원에 닿는다. 그만큼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는 게 바로 뉴욕의 공원인 것 같다. 게다가 앉을자리도 쩨쩨하게 서너 개뿐인 협소한 공간이 아니라 의자도 종류별로 공원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기다란 벤치에 앉아도 되고, 테라스에 놓일 법한 의자에 앉아도 되고, 나무 그네에 앉거나, 엉덩이 뼈가 허락한다면 돌바위 위에 앉아도 좋다. 앉아서 친구와 테이크아웃한 버블티를 나눠마셔도 좋고, 이달의 맛 젤라토를 나눠 먹어도 좋다. 굳이 달달한 디저트가 당기지 않는다면 근처 홀푸즈에서 음료수와 감자칩을 사다가 공원에 앉아서 마냥 수다를 떨면 된다. 공원이 주는 편안함 그 자체만으로 그렇게 바쁜 도심 속에서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따뜻한 시간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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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전통 행사인 딸기파티가 뉴욕에서도 열렸다! 장영실 동상, 어은동산 근처에서 하다가 센트럴파크의 중심에서 열린 뉴욕 딸기 파티는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다.
IMG_9441.JPG 가을의 센트럴파크. 혼자만의 시간도 좋지만 어디든 함께 하면 추억도 재미도 두 배가 되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뉴욕 공원의 커다란 매력은 바로 "문화생활"에 있다. 도시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뉴욕의 공원에 가면 가만히 있어도 문화를 떠먹여 주곤 한다. 어느 날 장을 보고 센트럴파크에 들려 책을 읽다가 걸어서 귀가하던 중이었다. 버스킹을 준비하는 밴드의 모습이 보여 근처 벤치에 잠깐 앉았는데 서로 화합이 훌륭했던 정말 멋진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IMG_6614.JPG 센트럴파크에서 만난 버스킹 밴드.

또한 뉴욕의 공원들은 최고의 독서 공간이 되어준다. 필자는 원래부터 책에 대한 욕심이 큰 사람이다. 그런데 뉴욕은 도시 자체가 독자 친화적 (reader-friendly) 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도심 속 서점도 정말 많고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동네 책방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점도 많이 보인다) 어차피 지하철에서는 인터넷이 안 터지기 때문에 먹통이 되어버리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오락 (entertainment) 거리로서 책 한 권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특히나 직장의 위치와 예산 때문에 꽤나 윗동네에 터를 잡은 나로서는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 3-40분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해서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독서만큼 좋은 액티비티가 없다. 그리고 뉴욕에서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더라도 시간을 "때우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근처 동네를 구경해도 좋지만 나의 경우 가까운 공원에 가서 책을 펼치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 생활 중 짐을 너무 늘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마존의 킨들 (Kindle)을 애용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도심 속을 벗어나 조용한 공원에서 책을 몇 장 넘기다 보면 친구가 도착할 시간이 금방 다가온다. 이 처럼 수많은 독서 기회와 최적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뉴욕 공원의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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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는 혼자 다닐 때 예쁘고 불편한 옷 대신 편한 운동복에 에코백 또는 장바구니를 챙기게 된다. 그 중 필수품은 핸드크림, 립밤, 그리고 읽을 것이다.
IMG_6605.JPG 최근 들어 가장 재밌게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의 사춘기 성장통이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미운 부분도 있지만 귀엽기도 한) 내용이라 재밌게 읽었다.

개인적 취미 생활 외에도 뉴욕의 공원에서는 더 본격적인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미드타운에서 점심을 먹고 브라이언트파크에 들려 남은 수다적 회포를 풀고 있었다. 입구에 전단지를 나눠주는 부스가 있어서 뭔가 행사를 하려나보다 싶긴 했는데 갑자기 공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카네이션을 한 송이씩 나눠주기 시작하더니 Carnegie Hall Citywide라는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이는 바로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들이 공연했던 뉴욕의 공연장 카네기홀에서 공원 속 공연 상영회를 열어준 것이었다. 이전에 오페라 공연을 본 적도 없고,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소 건방지지만(?) 무심한 태도로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가 나왔다. 알고 보니 오페라 카르멘의 주제곡이었다! 이후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굉장히 매혹적인 서사의 오페라였고, 문득 기회가 된다면 직접 공연을 관람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다가도 문화생활 자체를 숟가락으로 일일이 떠먹여 주는 뉴욕의 공원 문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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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파크에서 갑자기 분위기 카네기홀! 카네이션 선물은 그 날의 낭만력을 풀로 충전해주었다.

우연히 공원에 쉬러 갔다가 갑자기 관객이 되는 일들 외에도 뉴욕의 공원은 다양한 문화생활과 범접해 있는데 가까운 주변 곳곳에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의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브라이언트파크 바로 옆에는 뉴욕 공립도서관이 있는데 실제로 읽고 싶은 책이나 다이어리, 또는 관심 있는 (랩 세미나 전까지 읽어야만 하는) 논문을 챙겨서 2,3층 열람실에 가면 원하는 만큼 공부하다 나올 수 있다. 센트럴파크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중심부에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중심부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이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는 재미가 없었지만 2년 전 완공된 Richard Gilder Center의 건축물 구경은 정말 대단했다. 마지 공룡의 뼈 화석 안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는 내부 테라스 구조와 매머드 뿔을 상기시키는 상아색 계단, 그리고 뚫린 구멍을 통해 내리쬐는 햇볕을 흡수하며 독서를 하기에도, 함께 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참 훌륭한 공간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시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엄청났다. 회원권을 구매하고 야간개장에 다녀오는 것이 올해 하반기 투두리스트 (to-do list)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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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에도 재미없다고 느낀 전시였지만 로컬로서 다시 와본 자연사 박물관. 이번에도 전시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새로 생긴 Richard Gilder Center는 아주 멋졌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일 외에는 크게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물론 재밌는 영화도, 눈이 즐거운 팝업 스토어도, 쇼핑할 곳도 많고, 신경 쓴 전시도 꽤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액티비티가 되는, 무엇보다 반드시 결제하지 않아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건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또한 답답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멀리 떠나지 않고도 근처에서 빠르게 자연의 녹색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는 모두의 정신 건강에도 큰 이로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역시 도심 곳곳에 공원이 더 많아지고, 그 속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모이고, 소통하며 주변 문화생활 터와 상권의 발달로까지 이어지면 좋겠다. 이렇게 건강한 사이클이 지속되어야 더욱 연결되는 소통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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