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척 하고 싶은 책은 팟캐스트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고전들
팟캐스트를 통해 무거운 맘을 덜어내본다
책린이지만 고전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카뮈의 <페스트>라는 작품이 주목받았다. 실제 주변에서 읽었다는 사람은 한명도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다들 사놓고 몇장 읽다가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전은 역시 무겁다. 일단 우리가 사는 시대와의 차이도 있고 문장도 현학적이다. 그래도 이왕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가장 높은 단계를 시도해봐야하지 않겠는가.
고전을 쉽게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출판사의 유투브를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소설가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다. 출판사 중에서는 민음사가 채널운영을 가장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민음사 유투브는 편집자들이 직접 나와서 책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아무래도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작가의 입장, 독자의 입장을 둘다 고려해서 잘 설명해준다. 특히 해외문학팀에서 운영하는 [세계문학전집]코너는 시의성 있게 키워드를 잡아 구성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만, 출판사 유투브는 좀 한계가 있어보인다. 아무래도 업로드가 일정하진 않고 책 내용을 세세히 읽으면 저작권 이슈가 있어서 깊이 들여보는 데 좀 한계가 있다. 좀 더 고전에 대해 깊게 알고 싶다면 팟캐스트가 유용하다. 서점에서 절대 고전코너에 발을 들이지 않던 습관을 고쳐준게 팟캐스트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몇 번 고전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현대소설만 읽다가 소설가 중에 가장 애정하는 김영하 작가님이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전문학’코너는 항상 지나치는 책편식이 심한 나였지만, 김영하 작가님의 글이 궁금해서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곧 책을 덮게 되었다. 아래 문장 때문에.
[나는 이 중서부 도시에서는 삼대에 걸쳐 꽤 알려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단 ‘중서부 도시’가 어딘지 모르고 ‘삼대에 걸쳐 부유한 집안’ 사람에게 전혀 흥미가 당기지 않았다. 이 문장이 나오는데까지 2-3 페이지를 참고 읽었는데 짧은 기간동안 ‘뭐가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책을 덮고 책장에서 가장 안보이는 곳에 넣어둔지 2년쯤 되었을까, 최민석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게 되면서 다시 피츠제럴드를 만나게 됐다.
고전에 눈을 뜨게 된 건 최민석 작가의 EBS 팟캐스트 「양심의 가책」을 통해서다. 이 방송의 컨셉은 ‘이 책 읽어야하는데’하면서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책들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는 것이다. 평소 읽기 어려웠던 고전 중심으로 소개해준다. 15분 남짓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지만 작가의 주요업적, 눈에 띄는 행적, 줄거리 등이 담겨있다. 방송을 듣고 나면 마치 예습을 한 것처럼 불안감 대신 안정감이 찾아온다. 덕분에 『위대한 개츠비』 완독에 성공.
물론 팟캐스트도 잘 골라야한다. 「양심의 가책」을 만나기 전에 다른 진행자들의 북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지식자랑 자기자랑 하다 끝나는 것들도 많다. 다행히 요즘 권위의식을 버리고 독자 눈높이에 맞춰 만든 좋은 팟캐스트, 북튜버들이 많이 늘은 것 같다. 고전이 무섭다면 이분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로 사전 예습을 하고 시도해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