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장점 1. 취향이 생긴다

향기있는 꽃에 벌이 날아든다

by 시드니


당신에게 취향이 생기면 좋겠다

취향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향수니까





TV의 시대가 저물었다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본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들이다.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며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많은데,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들을 보면 마냥 예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향기가 나는 사람, 즉 매력적인 사람들이 대중을 끌어당긴다. 말없고 새침히 앉아있는 여배우보다는 입담 좋은 이효리가 인기다. 삐쩍 마른 몸으로 빵집을 섭렵하며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컨셉형 연예인보다 화로에 곱창을 구워 먹어제끼는 화사에 열광한다. 아무리 조각미인이라고 해도 매력이 없으면 금방 잊혀진다.


비단 연예인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매사에 의견이 없고 대세에 따른다. 점심메뉴를 고르는 자잘한 일부터 큰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까지 누군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이 사람들 중에 분쟁을 싫어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만의 취향과 색깔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다하다 답답해서 진짜 너의 생각이 없냐, 되물은 적도 있다. 어린 연차일 때는 잘 몰랐는데, 10년차 중견사원이 되어보니 의견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취향(趣向) :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취향(取香) : 자신만의 향기를 갖게 됨

사람에게 향기가 나면 벌이 몰려든다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싶다면 먼저 취향이 있어야한다. 나도 내 취향을 모르겠으면 일단 책을 읽는 걸 추천한다. 고작 책 한권으로 취향이 생긴다고? 물을 수 있다. 취향은 대단한게 아니다. 당장 뭔가를 먹고싶고, 듣고싶고, 사고싶은게 취향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작가가 언급한 장소, 음악, 브랜드 등이 잔상에 남는다. 그럼 그것들을 검색해보게 되고 경험해보게 된다. 작가의 취향이 본인과 맞다면 그것들은 내 일상속으로 들어온다. 더 나아가서는 삶의 방향성까지 결정하게 한다.


사랑에 대한 고민과 열정이 가득했던 20대, 1을 주면 1을 받고 싶어하는 상대방에게 지쳐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을 펼친 적이 있었다. 세계적인 작가치고 쉬운 문장을 구사하는 하루키의 소설은 술술 읽혔다. 그러다 한 페이지에서 시선이 멈춰버렸다.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건 먹고 싶지도 않아.'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거야.


@영화 상실의 시대(원작 노르웨이의 숲) 스틸컷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하던 그 시절.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과 상황이었다. 한창 [노르웨이 숲]을 품고 다니다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대사가 눈에 걸렸다. 참고로 [노르웨이의 숲]은 하루키의 자전소설이므로 이 대사 또한 하루키의 생각 일 터. [위대한 개츠비]를 찾아 읽었다. 실제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을 정도로 팬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소설의 배경인 뉴욕을 사랑하게 된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라는 '플라자호텔' 앞에 섰을 때 외관 사진보다는 등장인물인 톰, 개츠비, 데이지가 모여 신경전을 벌이던 호텔의 커피숍부터 찾았다.


그저 연애가 힘들어서 책 한권 펼쳤을 뿐인데, 내 마음에 하루키/개츠비/뉴욕이 남았다. 해외 어려운 작가들을 읽어낸 본인을 잘난척(?)하는 게 아니다.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보면 홍합이 잔뜩 들어간 시칠리아 해물리소토가 먹고싶고, 요조 작가의 [아무튼 떡볶이]를 읽으면 퇴근 길에 분식집으로 발길이 간다. 최민석 작가의 [40일간의 남미일주]를 읽으면 산 크리스토발은 죽기 전에 한번 가봤으면 싶다. 작가들의 혼이 서린 글을 읽다보면 그들의 취향이 자연스레 전파되어 나도 작가만큼 강렬히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가 나를 색깔있고 특성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게 있으니 일상에 활력이 생긴다.


캐서린 하킴의 저서 [매력자본]에서는 사람은 네 가지 형태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프랑스 경제학자 부르디외가 설파한 경제자본(돈), 문화자본(재능), 사회자본(인맥) 외 [매력자본]이 성공의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매력자본의 6가지 요소 중 5개는 외모,몸매 등 외적인 것이지만 내적인 요소 1개는 사회적 요소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모든 상황에서 적당히 노닥거리는 데 뛰어난 사람이 뛰어난 매력자본을 가졌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성공확률이 높다. 타인과 대화를 이어갈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면 대화가 술술 풀린다. 엄청난 미남미녀라도 사람들과 모인 곳에서 그저 가만히 있는다면 초반에만 주목을 받을 뿐 주변에 사람이 없어진다. 향기없는 꽃에 벌이 몰려들리가 없다.


그래도 본인의 취향을 아직 모르겠다면, 해결책을 하나 줄수 있다. 바로 동네책방을 방문해보는 거다. 동네책방은 취향의 결정체다. 한 사람이 평생동안 갖고 싶었던 것들이 책방 안에 다 표현되어 있다. 대형서점에 가봤자 편의점처럼 자본의 논리로 진열이 되었을 뿐이다. 동네서점은 숨은 박물관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이런저런 작품을 보다보면 좋아하는 작품 한개쯤은 걸린다. 심지어 동네책방 사장님들은 대부분 자신의 취향에 자신감 넘치고 확고한 편이라, 작품설명 즉 큐레이션도 상당히 잘해준다. 요즘 동네책방 르네상스 시대. 서울, 경기, 제주 등 전국 어디든 좋은 책방이 많다. 방문해보면서 취향을 찾아보길. 그리고 더 향기나는 사람이 되길.



@선유서가 (선유도 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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