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 읽고 싶다면
10대가 주인공인 책을 고른다
책린이의 대표적인 실수는 대문호의 작품을 감히 시도한다는 점이다. 짧은 소설 하나 읽기도 벅찬 집중력인데 굳이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어든다. 특히 30대가 넘은 책린이는 ‘폼나는’ 것도 생각해야하니. 하지만 집필만 14년에 걸린 이런 방대한 책을 시도했다가는 독서의 기쁨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청소년 소설의 급식체와 로맨스 웹소설의 달콤한 서사는 이상하게 소화하기가 어렵다. 물론 이런 소설 중에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나 윤이수 작가님의 『구르미 그린 달빛』처럼 묵직한 명작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소 공식화된 인물구조(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와 번개불에 콩 볶아먹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점철되어있다. 결정적으로 책을 읽은 기분이 잘 들지 않는다.
읽기 쉬우면서 울림이 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주인공이 10대인 소설을 읽는 걸 추천한다. 어른이 주인공으로 설정된 소설에 비해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은 가독성이 좋다. 화자를 ‘청소년’으로 설정한 이상 정치,철학 등 다소 난해한 주제보다는 가벼운 주제를 다룰 확률이 높다. 10대 청소년은 있는 그대로 말한다. 본 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숨겨야하는 어른과 달리 청소년은 보이는 대로 말한다. 대사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기 보다는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다.
게다가 10대 시절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처럼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남자를 좋아하는지 헷갈리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GO!』에서처럼 나를 부정하는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시기다. 요즘은 좀 덜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20대가 넘어가면 대부분 진로와 정체성이 정해진다. 답답하고 무료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10대의 서사는 뜨거웠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10대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 중에 가장 유명한 책은 아마도 『호밀밭의 파수꾼』이 아닐까 싶다. 1951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지만 홀든 콜필드는 저항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위계를 강요하는 학교, 내 인생의 답을 미리 내려버린 부모님, 약자에게 불친절한 사회. 이런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맞서는 홀든을 보며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한다.
살면서 그토록 많은 피를 흘린 것은 처음 보았다. 입과 턱이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잠옷과 목욕 가운데까지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 모습은 어느정도는 나를 두렵게 만들기도 했지만, 매혹시키는 부분도 있었다. 난 이제 두 번밖에 싸워보지 못했고, 두 번 다 졌다. 난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사실 난 평화주의자라 할수 있다.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책 자체는 위 대사처럼 중2병 연상되는 자기합리화 투성이다. 그럼에도 각 챕터마다 활력이 넘치고 에너제틱하다. 이런 서사는 홀든이 10대기 때문에 가능하다. 비록 주인공은 10대지만 이 소설의 밀도를 낮다고 할수 있는가. 10대의 입을 빌려도 결국 서사를 완성하는 것은 관록있는 작가기 때문에 따라오는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