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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Nov 07. 2019

엄마의 시간은 입체적으로 흐른다

파블로 피카소가 된 느낌

아이를 낳고나서 새롭게 알게된 세상과 기분좋은 변화에 대해 기록하고 소회를 적습니다.




순차적으로 흐르던 시간이

입체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인생을 미술사조에 비유하자면, 아이를 낳기 전에는 ‘사실주의’ 속에 살고 있었다. 해가 바뀌면 나이를 먹고 때가 되면 졸업을 하고 새로운 곳에 적을 뒀다. 누군가 멀리서 나를 그림으로 담았다면 그건 귀스타브 쿠르베의 <화가의 작업실>처럼 현재의 내 모습과 배경이 담겨있을 거다.


귀스티브 쿠르베 <화가의 작업실>, (c) photo RMN,paris


사실주의 속에서 살 때에는 모든 답을 내 안에서 찾아야했다. 평균키, 평균 몸무게를 가진 한 여자지만 인고의 무게는 결코 보통이 아니었다. 답을 찾아가면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답을 찾지 못한 채 폐부를 찔린 고통을 느낄 뿐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인생이 ‘입체주의’로 전환되었다. 출산으로 인한 갑작스런 환경변화는 혼란스러웠다. 잠시 혼란을 주긴 했지만 그를 틈타 지난하던 인생에 역동성과 다채로움도 선사했다. 끝이 없는 육아와 도돌이표 뒷정리는 체력을 극단으로 고갈시켰지만, 아이가 내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을 땐 시간이 멈췄다.


거울을 보면 항상 아이의 얼굴과 내 얼굴이 있었다. 얼굴을 밀착하고 있는 두 사람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보였다.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두 가지의 얼굴과 한 화폭에 담겨있었다. 나만 바라봤던 시선은 아이에게 가있다. 내면을 파고들며 답을 찾을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저 아이의 새까만 눈을 보며 앞으로 세상이 아름답고 무탈하고 평화롭길 기원했다.


파블로 피카소, <딸 마야와 인형>


가끔 누군가 묻는다. 출산 전과 후가 어떻게 다른지, 시계를 돌리고 싶은지. 사실주의와 입체주의가 각각 다른 예술사적 의의가 있듯이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사람마다 가진 인생의 가치가 다르지만 다시 태어나도 아이와 함께하는 입체주의의 인생을 택하고 싶다. 밀레의 <만종>처럼 어스름한 황혼녘 같은 내 인생을 피카소의 <꿈>처럼 영롱한 색채로 물들여 주었으니.



ps. 쿠르베보단 피카소가 더 유명하고 미래적이다.


<아이아빠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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