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고전적이지만
누군가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거나
올바른 소리를 할 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당신의 인생이 시궁창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요즘 재밌게 읽는 책이 있다. 바로 조이엘 작가님의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인문학'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무게감이 무색하게 가벼운 리듬감으로 읽을 수 있어서 틈틈이 읽고 있다.
역사·철학·종교·문학·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164편의 이야기 중에 내 눈을 가장 사로잡은 부분은 선조와 당파싸움(동인vs서인)에 대한 이야기 였다. 많은 분들이 아는 이야기 일수 있어서 간단히만 설명하면,
선조 즉위 후 24년, 200년간 평화롭던 한반도에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렸다. 120여 년간 분열되어 있던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머지않아 조선을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것. 조정에서는 동인과 서인 중 각각 한명씩 일본에 통신사를 보내 이를 조사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서인 황윤길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이 높으니 서둘러 전쟁에 대비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동인 김성일은 침략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이에 반대하였다. 당시 조정은 당파싸움과 세력다툼만 하느라 바빴고, 왜적의 침입이 있을 거라는 기미는 알고 있었지만 거의 대비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알듯 임진왜란은 발발했고, 무고한 백성은 고통을 받았다.후대 선조는 일본의 침략을 내다보지도 못했고, 전란 뒤에도 제대로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참고로 선조는 이순신을 박대한 걸로도 유명하다.)
만약 선조가 동서인의 말을 골고루 듣고 최소한이라도 전쟁을 대비했다면 임진왜란은 작은 소란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후에도 선조는 끝까지 동인의 편만 들으며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싶어했다.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 괜찮을 거라는 사람의 감언이설에 속아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고 휘둘린 선조는 조선을 멸망의 문턱으로 끌어갔다.
선조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후궁 출신의 서자라는 말이 나온다. 서자 중에 훌륭한 위인도 많지만 (예. 홍길동) 아마도 선조는 자신의 태생으로 인한 결핍이 있지 않았을까. 그로 인해 좋은 말 해주는 사람, 칭찬해주는 사람,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끌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조같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휘둘리고 이용당할 확률이 가장 높다. 특히, 눈치빠르고 교활한 동료를 만난다면 가스라이팅 당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버리기 쉽다. 좋은 소리를 '날 걱정하는' 애정으로 해석 하며 그 사람을 무한 신뢰하기로 정한다.
퇴근 타투를 10회 정도 연재하면서,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는데 역시 직장생활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이 나에게 No 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는것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면서 나의 가설을 계속 검증 해야한다. 누가 하는 소리를 한번에 믿지 않고, 회사 바깥 세상과 나를 연결지으며 내 세계를 키워가면서 스스로 확신을 갖으며 사는 것.
연차가 차면서 내 의견에 힘이 생긴다. 그럴 때 선조같은 판단을 하지 않도록 타인의 말을 듣고 수용할 수 있는 통찰력과 자존감을 계속 가지고 갈수있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