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뉴욕파야, 유럽파야?” 이 질문은 사실 현대적인 도시를 좋아하느냐, 자연과 유적을 좋아하느냐의 구분이다. 나는 늘 단호하게 대답했다. “뉴욕.” 정돈되고 예측 가능한 도시, 계획된 질서 속에서의 여행이 내 취향이었다.
하지만 울룰루를 추천하겠느냐 묻는다면 이제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무조건이다. 시드니에서의 여행도 물론 좋았다. 공원과 커피, 박물관과 쇼핑몰. 편리하고 깔끔하고 질서가 있었다. 그러나 울룰루는 전혀 달랐다. 사막 한가운데 돌덩이 하나뿐인 곳. 투어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지만 결국은 ‘언제 울룰루를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같은 바위를 시간대만 달리해서 바라보는 일,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단 하나의 바위를 하루의 시간에 따라 바라보는 일은 인생에서 반드시 한 번은 경험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다. 해가 뜨고 지는 동안 붉은빛이 수백 번 바뀌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사피엔스가 세운 도시는 분명 위대하지만 수억 년의 시간이 쌓인 자연에는 그 위대함조차 압도하는 신비가 있었다. 도시는 기술의 영역이고 자연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은 도시에서 신을 잊고 신은 자연 속에서 인간을 내려다본다. 둘이 완전히 분리된 채로는 누구도 평온할 수 없다. 인간과 신이 공존해야 인간도 신도 편안히 숨 쉴 수 있다. 시드니가 있다면 울룰루도 있어야 하고, 뉴욕이 있다면 사막도 있어야 한다. 균형이 세상의 이치다.
다만 울룰루에서 마신 커피 맛은 최악이었다. 내 평생 마신 커피 중 가장 끔찍한 한 잔을 울룰루 공항에서 경험했다. 하지만 그건 울룰루의 잘못이 아니다. 수억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자연에 인간의 문명을 억지로 끼워 넣으니, 바위가 스스로 거부한 것처럼 느껴졌다. 울룰루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말 것. 대신 자연의 이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권한다. 몇 시간 연착되는 젯스타는 조금 화가 나겠지만, 그것마저 이 대지의 리듬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ps. 울루루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시드니 여행기로 다시 넘어가겠습니다 :)